찬미 예수님! 저는 대구대교구 교정사목 교정교화담당 장명훈(론지노) 신부입니다. 교도소는 범죄를 저지른 무서운 사람들이 있는 곳이라는 막연한 선입견을 가진 제게 교도소에 들어가 그들을 만난다는 것은 참 두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이 계기가 되어 저를 열심한(?) 신부로 만들어 주었습니다.
올 1월 25일에 발령을 받고 정확히 3일 후 한국교정사목전국협의회 총회에 참석한 저는 그동안 교회에서 교정사목을 한다는 것을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히 어떤 일을, 어떻게 하는지 모르던 상황에서 전국의 교정사목을 담당하는 신부님과 수녀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분들은 하나 같이 “좋은 몫을 택했다.”면서 “교정사목은 성경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는 곳”이라며 응원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깨달았습니다. 환자에게 의사가 필요하듯 예수님께서는 항상 죄인이라 불리며 소외된 이들과 함께하셨고 언제나 그들의 눈높이에서 말씀을 하셨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렇게 말로만, 머리로만 이해하던 예수님의 시선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아! 그래, 예수님께서 세상에 강생하셔서 하신 사목을 직접적으로 할 수 있게 되었구나.’ 하며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기쁜 마음으로 교정사목을 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으로 담 안으로 들어가 미사를 집전하는 날이었습니다. 높은 담으로 가로막혀 있고, 자물쇠를 여섯 번 열어야 들어갈 수 있는 대구교도소의 성당에 들어가는 날이었습니다. 몇 번을 다짐하고 마음속으로 힘을 내보려 했지만 그 높은 담장과 자물쇠들이 저를 더욱 긴장하게 하였습니다. 문을 하나하나 열고 들어가면 갈수록 몸의 떨림은 더욱 심해져 갔습니다. 마지막 자물쇠가 열리고 성당에 들어섰을 때 푸른색 수의를 입은 담 안의 형제들이 보였습니다. 그들은 밝은 미소로 맞아 주셨지만 저는 두려움과 긴장으로 잔뜩 굳은 얼굴로 그들을 만났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웃는 모습을 보여야 돼!’, ‘긴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돼!’라며 끊임없이 마음을 먹었지만 어떤 표정인지, 어떤 몸가짐인지도 알 수 없이 왔다갔다하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입당 성가의 전주가 시작되자 ‘아~ 이제 내가 담 안에서 첫 미사를 봉헌하는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울려 퍼지는 성가가 저를 전율케 했습니다. 어느 성당에서도 들을 수 없는 크고 우렁찬 성가였습니다. 그 목소리는 입당 성가뿐만 아니라 모든 성가와 기도에도 힘차고 우렁찼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그 목소리가 하느님께 드리는 ‘간절함’으로 들렸습니다. 그리고 제게는 마르코 복음에 나오는 눈멀고 말 더듬던 바르티매오가 예수님께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10,47) 하고 간절히 외치는 목소리처럼 들렸습니다.
교정사목을 담당하고 있다고 하면 간혹 “그 사람들 다 죄지은 사람들이잖아요. 그들을 영원히 사회와 분리해야 합니다.”라고 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맞습니다. 그들은 큰 죄를 지은 사람입니다. 심지어 5계명을 어긴 분도 계십니다.
바오로 사도는 로마서에서 “죄가 많아진 그곳에 은총이 충만히 내렸습니다.”(5, 20)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그 말씀을 높은 담장 안에서 느낍니다. 하느님께 회개의 은총을 바라며 “다윗의 자손 예수님, 저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하며 간절히 외치는 그들을 하느님께서는 절대 외면하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래서 더더욱 교회가 그들을 가까이하고 그들과 함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수님께서 그러하셨듯이 말입니다.
그런 그들에게는 하느님의 따스한 손길이 있습니다. 바로 교정사목 봉사자들입니다. 지난 10월 28일(월)부터 31일(목)까지 대구대교구 교정사목 봉사자들이 상해로 성지순례를 다녀왔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대추과자를 한아름씩 사시는 봉사자들을 보며 가족 선물을 구입한다고 생각한 저는 “손자들 주시게요?” 하고 여쭤보니 “아니요. 우리 형제들한테 한 개씩 맛보여 주고 싶어서요.” 하시는 것입니다. 그 순간 참으로 예수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왜 그런 생각을 못 했나 자책도 했습니다. 담 안의 형제들에게 그들은 정말 하느님의 사랑이고 은총임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루카복음 15장 7절의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이와 같이 하늘에서는, 회개할 필요가 없는 의인 아흔아홉보다 회개하는 죄인 한 사람 때문에 더 기뻐할 것이다.”라는 말씀이 자꾸 생각납니다. 회개의 은총을 간절히 바라는 담 안의 형제들, 그리고 그들의 회개를 위해 하느님의 손길이 되어주고, 한 명의 회개로 천사들처럼 기뻐하시는 봉사자들로 인해 삼엄하고 높은 담장 안이 하느님의 은총으로 가득할 수 있다니 정말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또 한 번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
교회에서 교정사목에 힘쓰고 있다는 것을 많은 신자분들이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리고 ‘담장 안’은 하느님의 은총이 꼭 필요한 곳이라는 것도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앞으로 회개의 은총이 그곳에 가득 할 수 있도록 관심 가져주시고 기도해주시기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하느님 사랑이 언제나 가득하시기를 기도드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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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정사목을 하며’는 이번 호로 끝맺습니다. 그동안 글을 써 주신 김종률 신부님과 장명훈 신부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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