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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 전례
사순 시기


김선자(수산나) 본지 편집기자

3월은 사순 시기가 시작되는 달이다. 우리는 살면서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를 많이 갖게 된다. 일상적인 삶 속에서 반성을 하고 또 특별한 계기가 있을 때마다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신앙인들에게는 전례를 통하여 더욱 자신을 돌아볼 기회를 많이 갖게 되며, 특히 사순 시기의 전례는 인생의 광야를 체험하도록 하고 있다.

사순 시기는 우리의 육체적 극기나 단식을 통한 참회의 생활로 그리스도의 수난과 죽음에 참여하여 새 생명으로 부활하는 그리스도와의 만남을 준비하는 시기이다.

 

사십일(사순)

40이라는 숫자는 성서에서 중대한 사건을 앞두고 준비하는 기간을 상징하고 정화하는 데 필요한 기간으로 나타난다. 

 

노아 시대에는 홍수로 새 세상을 준비하는 데 40주야 비가 내렸고(창세 6,5-7.22), 이스라엘이 약속된 복지에 들어가기 위해 40년간 광야에서 준비해야 했고(신명 29,4), 모세가 하느님께 계명을 받기 전에 40주야 재를 지켰고(신명 9,18), 예언자 엘리야가 하느님의 산호렙에 가기 위해 40주야를 걸었으며(1열왕 19,7-8), 예수님께서 공생활을 시작하시기 전 40주야를 단식하셨다.(마태 4,1-11) 또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 40일 동안 지상에 머무셨다.(사도 1,3)

 

그러므로 40이라는 수는 참회와 속죄로 생활의 혁신을 촉구하며 하느님과 만나기 위해 필요한 준비를 하는 기간이다.

 

사순 시기는 재의 수요일부터 성목요일 주님의 만찬 저녁미사 전까지로, 부활대축일 전 6주간 중에서 주님의 축일인 주일을 뺀 40일간이다. 주일은 주님의 부활을 기념하는 날이기 때문에 넣지 않는다.

 

재의 수요일

이 날부터 제의는 자색으로 바뀌고 재를 축성하여 이를 머리에 얹는 예식을 거행하는 등 성당의 전체 분위기가 침울해진다. 재는 죽음을 상징하고, 재를 얹는 것은 방자했던 자신을 채찍질하여 낮추고 참되게 사는 방법을 찾도록 한다. 사제는 지난 해 축성하여 “사람은 흙에서 났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라.”(창세 3,19) 혹은 “회심하고 복음을 믿으십시오.”하며 자신과 신자들의 머리에 재를 얹는다.

 

교회는 이날 금식재와 금육재를 지키기를 명하고 기도, 금육, 자선을 권장한다. 이것은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이 아니라, 악의 세력과 싸워 이기기 위한 훈련에 불과하다. 그리고 “거룩한 재계로 대적하려는 우리로 하여금, 극기의 보류로 진을 치게 하소서.”라고 본기도를 한다.

 

사순 시기의 각 주간

사순 시기 동안의 미사는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전개된다.

첫째는 세례이다. 원래 이 기간 동안 예비신자 선발예식을 하고 1, 2년후의 성토요일(부활성야)에 세례식을 하기 때문에 미사의 독서나 기도문은 세례를 주제로 한다. 이미 세례를 받은 신자들도 예비신자와 함께 교회의 가르침을 받고 세례의 은총을 회복 내지 증가시켜야 한다.

 

둘째는 속죄이다. 원래 사순 시기 동안 죄를 범한 신자들이 공적으로 보속을 했다. 그래서 미사경문은 ‘마음을 찢는 속죄’와 ‘재계와 금식’을 강조하고 희생과 기도와 자선을 되풀이하여 말한다.

 

셋째는 예수님의 수난이다. 수난의 의미는 사순 시기는 전체에 흐르고 있지만 사순 제5주간에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사순 시기 초에는 예수님의 외적 수난 사건에 앞서 예수님이 어두움과 악의 세력과 투쟁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사순 제5주간부터는 예수님의 수난이 극대화되어 성주간에는 절정에 달한다.

 

성주간(聖週間)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 전 한 주간을 성주간이라 한다. 이는 예수님이 위대한 구원사업을 이룩하는 때요, 교회 전례의 정점을 이루기 때문이다. 성주간은 예수 수난 성지 주일부터 시작된다. 이날 사제는 붉은색 제의를 입고 성지(팔마가지)를 축성하여 신자들에게 나누어 준다. 그리고  죽음을 당할 분이지만 그 죽음을 쳐부술 왕이며, 파괴될 성전이지만 새로이 건설될 성도 예루살렘(교회)의 왕으로 오시는 그리스도를 다함께 ‘호산나’를 부르며 환영한다.

 

말씀 전례 때에는 수난사(受難史)가 봉독된다. 성월요일에는 예수님의 죽음(장례)을 예고하고, 성화요일에는 제자들의 배반을 예고하며, 성수요일에는 예수님이 당신이 어떻게 죽으실지 예고하신다.

     

허영과 위선에 가득 찬 자기 자신을 죽이고,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듯 하느님의 뜻을 받아들이며, 생활하기 위한 40일의 기간은 우리를 새롭게 변화시켜 신앙과 인간적 성숙의 바탕을 마련해 준다고 말할 수 있다.

살아가면서 세속적인 유혹과 불안으로 인해 잃기 쉬운 신앙인의 자세를 사순 기간의 삶을 통해서 되찾아 보는 것도 중요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