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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선교 신앙수기 공모전 최우수상 최환용(미카엘) 씨
다가가자. 그리고 그물을 던지자.


취재 박지현 프란체스카 기자

 

대구대교구에서는 ‘용서와 화해의 해’를 맞아 ‘특별 전교의 달’을 앞두고 전 교구민을 대상으로 선교 신앙수기를 공모해 지난 11월 9일(토) 교구 선교대회 및 2019년 특별 전교의 날 폐막 미사 가운데 시상했다. 그래서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선교 신앙수기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형곡성당 최환용(미카엘) 씨를 찾아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1. 세례는 언제 받으셨나요?

서울에서 신앙을 가진 부모님 밑에서 태어난 저는 21세 때 누나의 강력한 권유로 세례를 받고 꾸준히 신앙생활을 했습니다. 틈틈이 봉사활동을 하면서 기회가 된다면 이웃에게 나누고 베풀며 살아가겠다고 다짐하고 있던 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바둑기원을 차렸습니다. 14세 때 우연히 한국기원에 갔다가 유명한 사범님에게 배운 바둑이 그때부터 제 삶의 터전이 되었고 꽤 많은 수익을 얻게 되어 근처의 산동네에 사시던 72명의 어르신들에게 음식과 연탄 등을 전해드리면서 청년시절을 보냈습니다.

 

2. 선교는 왜 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현재 우리나라의 천주교 신자가 500만 명이 넘는다고 알고 있는데 신자들이 각자 한 명씩만 선교해도 신자수가 금방 늘어날 것입니다. 그러므로 선교는 반드시 해야 합니다! 특히 냉담자들, 이미 하느님이 주신 이름을 받았지만 신앙을 외면하고 있는 그들을 반드시 회두해야 합니다. 선교는 사제들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우리 평신도들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3. 선교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가 생각하는 선교는 ‘자연스럽게 다가가서 자연스럽게 만나는 것’입니다. 처음에 다가가는 것이 어렵기는 하지만 악수를 하고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 그 이후는 술술 풀려나갑니다. 특별한 때와 장소가 아니라 내 생활 안에서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선교가 가능하다는 생각으로 그물을 쳐 놓으면 물고기가 들어오게 됩니다.

 

4. 그동안 기억에 남는 선교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사람들과 어울리기 좋아하고 다치기 전에는 등산을 무척 좋아했던 저는 기원을 운영하고 바둑을 지도하면서 알게 된 인연들과 산악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들과 함께 전국의 유명한 산을 등산하며 자연스럽게 선교하다 보니 일 년에 한두 명씩 입교시키게 됐습니다.

2002년에 구미로 이사 온 후에도 선교는 계속 됐습니다. 휠체어를 타고 다니는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항상 낮은 곳에 있지만 그래서 사람들에게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으니 오히려 장점입니다. 시장에 가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천주교에 대해 알고 싶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합니다. 제 선교 신앙수기에 나오는 강철과의 만남도 장을 보다가 시작되어 결국 그를 선교하게 됐습니다.

어느 날 은행업무를 보기 위해 도움을 청하며 담당 직원과 대화를 나누게 됐고 얼마 후 그 직원은 예비신자교리반에 등록했습니다.

저는 선교를 할 때 상대방에게 절대 부담을 주면 안 된다고 강조합니다. 가깝게 지내거나 자주 만나는 사이일수록 신앙권유는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신앙인인 제 모습으로 인해 상대방의 마음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벌써 3년째 저의 이동을 도와주시는 요양보호사 자매님이 계시는데 단 한 번도 선교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신앙 안에서 항상 기쁘게 지내는 제 모습이 보기 좋았던지 어느 날 세례를 받고 싶다고 하시더니 자매님과 그분의 아들 내외, 그리고 두 딸까지 모두 다섯 명이 세례를 받았습니다.

지적장애인 학교에서 학업을 마쳤지만 취업하기 힘든 아이들이 항상 안타까웠던 저는 장애인공장을 만들어 그들을 직원으로 채용했습니다. 약 10년 동안 운영했는데 경기 불황으로 더 이상 공장을 유지하기 힘들어져서 모두 한 자리에 모시고 결국 힘든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마음이 아프지만 그 부모님 중에 몇몇이 세례를 받아 이제는 같은 신앙인이 되었습니다.

 

5. 선교 신앙수기에는 어떤 계기로 공모하게 되셨나요?

17년째 협조단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은총의 샘’ 쁘레시디움 단원들에게 권유해서 몇 명이 수기를 썼습니다. 컴퓨터 사용이 어려운 저는 원고지에 직접 손으로 써서 큰 기대 없이 보냈는데 최우수상을 받게 되어 너무 감사하고 주변의 축하에 보답하느라 상금보다 더 많은 지출이 예상되지만 그 또한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6.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지금까지 주님의 품 안에서 아주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는 저는 앞으로 한 사람이라도 더 선교할 수 있도록 온 마음을 다해 묵주기도를 드리겠습니다. 제 나이만큼 선교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그동안 50여 명 정도 선교했는데 아직 20여 명이 부족하니 선교에 더욱 매진하겠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이들이 신앙의 달콤함을 맛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다가가자! 그리고 그물을 던지자!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선수들과 함께 전국의 바둑대회에 출전해 우수한 성적을 내고, ‘형곡성당 장애인단체 한울타리’를 직접 만들어 매월 마지막 주일 교중미사 후에 모임을 하고 성지순례를 다니는 등 자신의 삶에서, 그리고 신앙 안에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있는 최환용 씨에게 주님의 은총이 가득하길 기도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