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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대구가톨릭음악원 김정선(가타리나) 수녀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취재 김선자 수산나 기자

 

지난해 8월 뿌에리 깐또레스 창단 25주년 감사음악회가 대구 수성아트피아 용지홀에서 열렸다. 김정선 수녀에게는 여전히 그날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뿌에리 깐또레스를 거쳐 간 졸업생들인 뿌엘레 깐또레스가 주축이 되어 꾸민 음악회를 통해 아이들과 함께한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지난 33년간 교회 음악 발전을 위해 헌신하고 뿌에리 깐또레스로 교구 교회 음악의 위상을 높인 김정선(가타리나,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대구관구) 수녀를 만났다.

어린 시절 음악과 함께 성장한 김정선 수녀는 수도생활을 하면서까지 음악을 계속하게 될 줄 몰랐다. 이 모든 것이 하느님의 섭리라고 밝힌 김정선 수녀는 “나는 행복한 사람”이라며 “8남매 중 4남매가 음악을 할 정도로 음악과 밀접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자연스럽게 대학에서 전공까지 했고 또 수도자의 삶까지 이어질지 몰랐다.”고 소회를 말했다.

1987년 9월 대구종교음악연구소의 소임을 맡게 된 후 현재의 대구가톨릭음악원까지 계속해서 음악과 밀접한 일을 하면서 살 것이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는 김정선 수녀는 “음악원을 졸업한 670명과 동고동락하면서 인자한 수도자이기 보다는 엄격한 선생으로 가르쳤는데, 음악원을 거쳐간 이들이 본당에서, 또는 여러 단체에서 교회 음악을 제대로 알고 봉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에 더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교회 음악을 가르쳤던 김정선 수녀는 제8대 대구대교구장 이문희(바울로) 대주교의 뜻으로 1994년 ‘뿌에리 깐또레스’를 창단했다. 김정선 수녀는 “이 대주교님께서 남자 아이들로 구성된 그레고리오 성가대를 만들어 보라는 말씀에서 출발한 뿌에리 깐또레스는 우리나라 여건상 남자 아이들로만 구성된 성가대를 만드는 것은 힘들었고, 또 음악을 하겠다는 남자 아이도 정점에 다다르면 공부를 하겠다고 그만두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뿌에리 깐또레스를 졸업한 학생은 350명이며 현재 70명이 계속해서 음악을 하고 있다.

    

‘노래하는 어린이 성가대’라는 뜻을 가진 뿌에리 깐또레스는 현재 음악을 전공하겠다는 학생들 위주로 교육을 하고 있다. 김정선 수녀는 “처음 어머니의 손을 잡고 온 아이들이 시간이 갈수록 책임감도 배우면서 음악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봤다.”며 “우리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기초를 다지니까 해가 갈수록 빛이 난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이어 김정선 수녀는 “저는 복이 많아 어릴 때부터 좋은 선생님을 만났고 저를 가르쳤던 선생님 중 한 분이 후에 음악 장학사가 되셨는데 그 분에게 음악적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면서 “중고등학교에 가서도 음악을 전공하신 수녀님들을 만나 음악을 계속 할 수 있었고, 수녀님들이 제게 주신 그 가르침과 사랑을 아이들에게 돌려주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향이 왜관이다 보니 자연스럽게 신앙과 밀접한 생활을 했고 부모님의 신앙도 깊어 동생 김종헌(발다살, 전 대구가톨릭음악원장) 신부와 자연스럽게 성소의 길을 걷게 됐다는 김정선 수녀는 “왜 수도자가 됐냐고 하면 난 할 말이 없다.”며 “어느새 나도 모르게 이 길을 걷고 있다.”고 들려주었다.

아침 8시 30분, 여느 직장인처럼 음악원으로 출근하는 김정선 수녀는 “하느님께서 제게 주신 탈렌트를 나누어 줄 수 있어 행복한 사람”이라며 “하느님이 허락하시는 날까지 주어진 소임을 하겠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음악만 지도하는 것이 아니라 인성까지 교육하고 있다는 김정선 수녀는 “요즘 엄마들은 아이들을 다루기 힘들어 하는데 ‘수녀님이 인성교육을 잘 시켜준다.’는 소문으로 찾아오는 경우가 더 많다.”며 “저는 아이들이 음악을 하기에 앞서 바른 인성을 가진 인격체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어 인성교육도 엄격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김정선 수녀는 “우리 아이들은 외국 공연을 하면 기립 박수를 받을 정도로 훌륭한 공연을 하는데 아이들 스스로 일정을 계획하는 가운데 매일 말씀을 쓰고 묵상하는 성경통독을 한다.”며 “처음에는 억지로 했지만 스스로 달라지는 것을 느끼면서 일정 소화, 연습 등 힘겨운 상황을 신앙의 힘으로 버틴다.”고 말했다.

늘 다음 공연의 계획을 세운다는 김정선 수녀는 “이 아이들이 잘 커서 좋은 선생님이 되길 기다리며, 교회 음악을 제대로 배운 우리 아이들이 교구에서 일을 하고, 교구 안에도 전문성을 띤 가톨릭합창단이 생기면 좋겠다.”며 “어린 시절부터 교회 음악과 함께 성장한 우리 아이들이 교회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교구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 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교회 음악 전문 봉사자를 길러내기 위해 지난 33년간 쉼없이 달려온 김정선 수녀는 앞으로도 하느님께서 허락하시는 한 계속해서 교회 음악을 하는 이들을 양성하기 위해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