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9월! 틴스타 교육을 망설이던 나에게 예기치 못한 선물이 주어졌다. 결혼한 지 27년째, 딸 둘과 막내아들을 키우면서 아이들의 성교육은 다른 어떤 것보다 고민스럽고 힘든 숙제였다. 특히 아들과 ‘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는 것은 어렵고도 조심스러웠기 때문이다.
우리가 자란 시대와는 다르게 요즘 아이들은 여러 가지 많은 정보를 가감 없이 접하기 좋은 스마트폰 세대여서 대화를 나누기도 더욱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아이들은 이미 모든 것을 더 잘 알고 있다고 자신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세상의 시선으로 볼 때 ‘성’이란 그저 남녀 간의 사랑이나 2세의 탄생을 얘기할 수 있지만 우리 신앙 안에서의 ‘성’이란 또 다른 생각을 가지게 한다.
단풍이 조금씩 곱게 물들어가던 9월 16일에 틴스타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의 첫 수업이 개강했다. 틴스타 프로그램 서영예(젬마) 선생님과 반가운 첫 만남을 가졌다. 회차가 거듭될수록 틴스타 수업은 성교육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일상생활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틴스타 프로그램은 신앙 안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얼마만큼 성실하게 노력하며 영적, 이성적, 사회적, 신체적, 정서적으로 성장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이다.
특히 호르몬주기와 밀접한 자신의 감정변화와 몸 상태를 매일 관찰하고 기록하면서 일주일마다 선생님과 개별면담을 나눴는데 처음엔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우리에게 놀라운 변화를 가져왔고, 결혼 전 들었던 가나강좌를 떠올리게 해주어 더욱 반가웠다. 들으면 들을수록 우리의 몸이 신비롭다는 생각을 하며 수업을 듣던 중 선생님께서 강조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것과 우리의 몸, 정신,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환경과 그 안에서 생산되고 만들어지는 모든 것 하나하나가 우리 삶 속에 동그라미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것….
한 아이가 태어나기 위해서는 참으로 놀랍고 신기한, 우리가 생각하는 과학적인 지식으로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경이로운 일이 일어난다. 틴스타 수업을 받으면서 이렇게 신비롭게 태어난 우리들은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다시금 깨닫게 되자 길을 지나가는 모든 아이들이 소중하게 느껴졌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아날로그적인 것들을 때로는 삶 안에서 자꾸 밀어내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오히려 틴스타 수업은 그 아날로그적인 삶의 방법들을 더 귀하게 생각하도록 일깨워주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정성과 수고를 더한다는 것은 그만큼 시간과 몸의 고달픔과 노력과 기다림이 있어야 한다. 요즘 시대에는 번거롭고 귀찮은 덕목이 되어가고 있지만 나의 몸도 마음도 주위 환경도, 오히려 이런 아날로그적인 방법을 병행해야 더 잘 지킬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 아이들은 분명 우리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정보로 인 해 자기들만의 세계에 갇혀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언젠가 고3인 막내아들이 “엄마는 저에 대해서 몇 퍼센트쯤 안다고 생각하세요?”라고 물었고 나는 매우 당당하게 “한 60~ 70퍼센트 쯤 아는 것 같아.”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엄마는 저에 대해서 아마 1퍼센트도 모를 수 있어요.”라는 아들의 대답에 큰 충격을 받았다.
아이들을 이해하고 안다는 것에 그저 내 생각과 내 방식만 있었다는 생각을 했다. 틴스타 교육은 성교육뿐만 아니라 나 자신과 배우자와의 관계, 자녀와의 관계, 그리고 신앙 안에서 하느님과의 관계까지 돌아보고 느끼고 자각하게 만드는 프로그램이다. 바쁘다며 무심히 지나쳤던 것들을 다시 돌아보고 챙기고 사랑할 수 있는 힘과 의지를 생기게 해주었다.
우리 본당에서 틴스타 수업이 시작된 것은 걱정스러울 만큼 많이 왜곡되고 잘못 알려진 성에 관한 이야기들을 특강형식으로라도 주일학교 중·고등부 아이들에게 생명의 소중함도 일깨우면서 아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성교육 강의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의견이 모아지면서부터였다. 지난 가을 욱수성당에서는 6개 반에서 56명의 형제자매님들이 12주 과정으로 3개월 동안 진행된 틴스타 “성인을 위한 프로그램”을 수강해 단 한 명의 탈락자도 없이 전원 이수했다. 그리고 드디어 올해는 고등부 아이들에게 틴스타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다. 물론 성인 교육과정도 다시 시작할 것이다.
그동안 아낌없이 지원해주신 주임신부님과 보좌신부님, 소중한 시간을 내어 정성을 쏟아 수업을 해주신 선생님들, 그리고 늘 수업시간마다 간식과 조력으로 보이지 않게 수고를 해주신 가정위원장님과 가정위원들께 다시 한 번 지면을 빌려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이 모든 기회의 은총을 듬뿍 주신 하느님께도 영광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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