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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마당
‘하이고~ 성당을 또 지으라꼬?!’
- 갈밭성당 건축과 50년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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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영조 대건안드레아 | 갈밭성당, 바다의 별 꾸리아 단장

 

‘하이고~ 성당을 또 지으라꼬?!’

2018년 가을 무렵 새 성당 분가 소식을 들었을 때, 그리고 내가 사는 아파트가 새 성당 구역에 속한다는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하이고~’라는 말이 불쑥 나왔다. 입에서 나온 이 말은 다시 내 머릿속으로 들어가 상인성당에서 분가되어 상가건물에 세 들어 살면서 도원성당을 건축하던 시절의 기억들을 헤집고 있었다. 그것은 20년 전, 30대 후반 팔팔하던 내 젊은 시절의 성당생활이며 IMF의 직격탄을 맞고도 성당을 지어낸 공동체의 노력들이 다시금 떠올랐다. 힘들었던 만큼 보람도 있었고 그 어려움들은 지나간 기억으로 남아있기에 좋은 추억인 것인데 그 일을 또 한 번 더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하이고~’ 말고 다른 말은 떠오르지 않았다.

 

 

‘갈대밭에 바람이 붑니다.’

2019년 초, 새로 부임하신 김해인(바드리시오) 주임신부님의 첫 인사말이었다. 무슨 뜻인고 하니 갈대밭(달서구 도원동 갈밭로)에 아담하게 성당을 지을 계획인데 우리 모두의 기도와 정성의 바람이 불어오길 청하는 말씀이었다. 이렇게 도원성당의 30%가 새롭게 구역정리 되었고, 나도 그 중의 한 명, 즉 ‘갈밭성당 신자’가 되어 있었다. 막걸리 한 잔씩 하면서 형님들 분위기를 들어보니 처음에는 어감이 촌스럽고 이상하다 생각했는데 자꾸 듣다 보니 ‘갈밭성당’이 정감있고 따뜻하게 느껴진다고, 한 번 잘 해보자고 서로 독려하는 분위기였다. 좋은 바람이 부는 징조인가 싶었고 우리는 그날 기분 좋게 취했다.

 

 

한 지붕 두 가족

3월 말쯤에 큼직한 1호 봉투가 집에 와 있었다. 전 신자 가정에 하나씩 보내온 봉투였다. 도원과 갈밭 두 신부님들의 편지와 ‘Q&A로 알아보는 갈밭성당’이라는 앞으로의 계획과 건축에 대한 개요, 기금 마련 등에 대한 설명이 함께 있었다. 아~ 이렇게 일이 진행되는구나 싶었다. 무엇보다도 도원성당 주임신부님께서 우리가 성당을 지어 나갈 때까지 함께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덕분에 새 성전 짓기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즉 한 지붕 두 가족 생활이다. 이제 관건은 본 건물을 짓기 위한 기본금 마련이 중요해졌다.

 

 

‘현재 온도 19억 6천도 씨’

도원과 갈밭 신자 가정을 대상으로 신립서 쓰기를 앞둔 어느 날, 신부님께서 3미터짜리 온도계를 가지고 오셨다. 0°에서 20억°까지 눈금이 있는 온도계이다. 어렵고 힘겹겠지만 같이 한 번 온도를 올려보자는 거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야기한다. 기적이 일어났다고. 갈밭 8.5억, 도원 6.5억, 교구지원금 3억, 기타 1억 해서 합계 19억°C를 넘겨버린 것이다.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이러한 결과가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가정이 동참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연 없는 신립금이 없다고…. 글로 다 적을 수 없는, 가슴 먹먹하고 눈물 나는 이야기들도 참 많았다. 이러한 분들의 이야기가 우리를 뜨겁게 만들어 주었다.

 

 

‘50년의 기도 프로젝트’

성당건축이라는 것이 단순히 돈과 벽돌로만 쌓아올리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적 성전 짓기도 함께해야 한다고 신부님께서 종종 말씀하셨다. 즉 모든 신자들의 기도와 일치가 함께 어우러져야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성당이 차곡차곡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지난 일 년간 우리 각자는 가정에서 내적 성전 짓기를 해오고 있다. 반에서, 가정에서 ‘성경 필사’로 한 자 한 자 적으며 하느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있다.

이 글을 쓰는 2019년 12월 중순, 현재 갈밭성당은 2층 콘크리트 타설을 마쳤다. 성당의 중심인 제대 바로 아래에 ‘대형 김치 냉장고’가 들어가고도 남을 만큼 콘크리트를 파두었다고 한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제대 아래 콘크리트에 ‘성경 필사본들’이 놓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남은 부분에는 각 가정에서 ‘하느님께 드리는 기도 편지’와 ‘후손에게 쓰는 신앙의 편지’를 함께 묻어둘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50년 후인 2070년에 내가 지정한 후손(나의 아들, 그때는 80세 노인일 것이다.)에게 그 편지들이 배달되게 할 계획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이 계획을 ‘50년의 기도 프로젝트’라고 이름 지었다고 했다. 이 계획을 들었을 때 참으로 감격스러웠다. 제단 바로 아래에서 우리 모두의 기도 지향과 성경의 말씀이 어우러져 함께하고, 미사와 기도 중에 기억되며, 언젠가 나는 세상을 떠나도 내 진심이 담긴 편지와 기도는 어느 날, 나보다 나이가 많아진 내 아들에게 전해진다. 생각만 해도 떨리고 감격스럽다. 요즘 이따금 어떤 편지와 기도를 쓰면 좋을까 혼자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아진다.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신설성당 새 성전에서만 가질 수 있는 은총이 아닐까?

 

 

‘50년의 기도에 동참하며, 갈밭성전 건축에 힘을 보태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빛》 잡지 애독자 여러분, 두서없는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히 생각해 보건데, 새 성전이 지어지는 곳에 하느님의 은총이 더욱 각별하지 않을까 저희는 믿습니다. 저희 갈밭성전 건축에는 아직 10억 원 정도의 기금 마련이 더 필요한 실정입니다. 성전건립기금 마련에 힘을 보태주시며 ‘50년의 기도 프로젝트’에 동참해 주신다면 대단히 감사하겠습니다. 타 성당이지만 어느 작고 아담한 성당의 제대 아래에 나의 기도와 편지가 성경과 함께 봉인되어 있다가 50년 후 나의 자녀, 손주에게 전해진다면 그 또한 훌륭한 선물이고 의미있는 일일 것입니다. 갈밭성당의 건축 3D도면과 50년의 기도 취지와 내용, 건축기금 모금에 대한 내용은 유튜브를 검색해 주시면 대단히 감사드리겠습니다.

 

 

* 문의 : 갈밭성당 사무실 (053) 631-9595 / 유튜브 검색어 : 갈밭성당

* 후원계좌 : 대구은행 505-10208872-7 (재) 대구구천주교회 유지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