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우리 사회와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이 병은 빠른 감염 속도로 세계인들을 불안과 공포로 몰아넣고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2월 초 상황만 해도 감염자가 1만7천 명이 넘었고, 사망자는 361명에 달합니다. 앞으로 더 확대되겠지요.
이러한 공포가 인구 천삼백만 명이 넘는 대도시를 폐쇄하는 사태에 이르게 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우한에 있는 교민들을 전세기로 데려오고 후베이성을 체류, 방문한 모든 외국인에 대한 입국금지 조치까지 내렸습니다. 상황이 심각해지면 더한 조치가 내려질지도 모르지요. 한편 국내에서는 우한에서 온 교민들을 받을 수 없다며 지역에서 시위를 하기도 했고, 각종 유언비어와 가짜 뉴스, 검증되지 않은 건강요법들이 퍼져 오히려 사람들에게 불안과 공포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불안과 공포는 주변 사람을 믿지 못하게 만들고, 병에 걸린 사람들을 혐오로 대하게 합니다. ‘정상’으로 분류되는 우리를 제외한 모든 ‘비정상’의 사람들을 혐오하고 차별하게 된다면 그 사회는 무너지고 말 것입니다. 분명 현대 사회에서 변종 바이러스로 인한 전염병은 위험하지만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은 불안과 공포가 만들어 내는 사람에 대한 ‘혐오’입니다. 이런 때일수록 이성적인 판단을 하고, 사실에 입각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어려움을 극복하고 나아가야 할 방향은 바로 모두가 어울려 사랑하는 세상, 모두가 하나 되는 ‘대동(大同)’ 사회입니다.
“큰 도가 이루어지면, 사람들은 단지 자기 어버이만을 어버이로 섬기지 않고, 자기 자식만을 자식으로 사랑하지 않는다. … 고아와 독거노인, 장애인, 병자들도 모두 보살핌을 받게 될 것이니, 이를 일러 크게 하나 된 사회(大同)라고 한다.”1)
공자가 이상향으로 내세운 대동(大同) 세상을 묘사한 것입니다. 공자 후대에 어려운 난세였던 전국(戰國)시대에 활동한 묵자(墨子)라는 사상가도 서로 사랑하라는 “겸애(兼愛)”를 이야기하며 함께 어울려 사는 세상을 꿈꿨습니다.
“온 세상 사람들이 서로 사랑하면, 강한 자가 약한 자를 위협하지 않고, 다수의 군중이 소수자를 겁주지 않고, 부자가 가난한 자를 업신여기지 않으며, 권력 있는 사람이 낮은 사람에게 교만하게 굴지 않고, 영리한 사람이 우둔한 사람을 속이지 않는다.”2)
사회 구성원 모두가 어렵고 불쌍한 처지에 빠진 이를 내 가족처럼 보살펴 하나 되게 하는 것이 우리의 전통문화가 가르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마음이 온갖 어려움에 빠졌던 우리나라를 지켜 내고 오늘날까지 이끌어 온 힘입니다. 사회가 어려울수록 사람에 대한 믿음과 사랑의 마음을 잃지 않아야 하겠습니다.
미사 때마다 영성체를 준비하며 사제가 바치는 기도를 되뇝니다. “… 저희 죄를 보지 마시고 교회의 믿음을 보시어, 주님의 뜻대로 교회를 평화롭게 하시고 하나 되게 하소서.”
1) 『예기(禮記)』, 「예운(禮運)」편, “大道之行也, 人不獨親其親, 不獨子其子,… 孤獨廢疾者, 皆有所養, 是謂大同.”
2) 『묵자(墨子)』, 「겸애(兼愛)」편. “天下之人皆相愛, 强不執弱, 衆不劫寡, 富 不 侮貧, 貴不 敖賤, 詐不欺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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