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루카 11,9) 이 말씀은 거룩한 독서 영성 수련을 시작하면서부터 끝날까지 주님께서 끊임없이 저에게 들려주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처럼 주님께서는 청하는 이에게 당신 자신을 드러내셨고 알려주셨습니다. 이것은 거룩한 독서 기도 안에서 체험할 수 있듯이 당신께 청하면 청할수록 더욱 당신의 말씀을 들을 수 있게 해주시고 알게 해주시는 것과 같았습니다.
저는 거룩한 독서 영성 수련을 시작하기 전에 제가 얻고자 하는 세 가지를 주님께 청하였습니다. ‘하느님 당신을 찾는 것’, ‘저 자신을 온전히 내어드리는 것’, 그리고 ‘초심인 간절함’이었습니다. 처음 이 바람을 청하면서 제 안에서는 이것이 정말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하는 마음 반, 이루어지면 좋겠다는 마음이 반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면 놀랍게도 주님께서는 저의 청을 들어주셨습니다. 그것을 주님께서는 제가 알게 모르게 이루어주셨던 것입니다. 저는 주님께서 이루어주신 것에 놀라면서 동시에 주님께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을 돌아보면 주님께 참으로 죄송하기도 했고 저 자신이 부끄럽게 느껴질 때도 많았습니다. 거룩한 독서 영성 수련을 시작하면서 저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것이 저에게는 무척 어렵고 힘들었습니다. 이제껏 저 자신이 무언가를 하고 제가 해야 한다는 것에 자주 사로잡혀 있었던 저에게 ‘자신을 내려놓는다’, ‘주님께 맡긴다’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말씀을 접하면서 가장 와닿고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을 찾으려고 했습니다. 곧 주님의 말씀을 제가 찾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그러한 시도는 저에게 말씀을 순수하게 대하는 것을 어렵고 힘들게 만들었고 오히려 짐처럼 느껴지게 했습니다. 그러나 영적 동반 신부님과 영성 면담을 통해 나누면서, 또 꾸준히 저 자신을 내려놓으면서, 제가 하는 것이 아닌 주님께서 하실 수 있도록 청하면서 차츰 변화를 조금씩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주님께 맡긴다는 것의 의미를 깨달으며 저를 내려놓고 성령께 청할수록 저 자신은 가벼워지고 주님의 말씀이 제 안에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저를 비우고 버릴수록 주님께서는 그 공간에 당신의 말씀을 불어넣어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주님께서는 멀리 계시는 분이 아니라 누구보다 가까이 계시며 저와 함께 언제나 계시는 분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럴수록 저는 주님께 기도드리며 주님 앞에 머무르는 시간이 좋았고, 간절하게 주님께 다가갔습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고 거룩한 독서에서 사순시기의 말씀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제껏 사순시기를 생각하면 저의 마음에는 슬픔, 고통 등의 감정이 지배했었습니다. 이 감정은 사순시기의 말씀을 처음 접하게 되었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더 나아가 성전에 있는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얼굴을 바라보는 것도 두렵게 다가왔습니다. 그분의 얼굴에 드러난 표정이 고통스러워 보였고 힘겨워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런 저의 감정과 마음을 바꾸어 주셨습니다. 저의 마음과 감정 위로 당신의 사랑을 드러내 보여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십자가의 길을 걸으시면서도 끝없는 사랑을 드러내 보여주셨습니다. 또한 모든 이들을 당신 품으로 모아들이시는 십자가를 통해서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렇게 주님께서는 저에게 당신의 수난과 십자가 고통, 슬픔, 죽음의 의미만을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그 안에 담긴 당신의 끝없는 사랑을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주셨고 마음을 열어주시어 받아들일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사순시기의 말씀에 이어서 부활시기의 말씀이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런데 부활시기의 말씀을 접하면서 기쁨과 즐거움보다는 알 수 없는 부담과 어려움을 느꼈습니다. 그것에 답답함을 느꼈고, 거룩한 독서 기도를 할수록 그러한 마음이 제 안에서 더욱 많이 일어났고 초조해졌습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그러한 저를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제가 그러한 마음과 감정에 사로 잡혔던 것은 사순시기를 통해서 주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에 대한 체험과 기억이 너무나도 강렬해서 주님께서 부활하셨음에도 그분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님의 부활이 저에게 어렵게 다가왔던 것입니다. 그러한 저에게 주님께서는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던 당신 자신과, 부활하시어 언제나 우리와 함께 계시는 당신이 같은 주님이심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베드로 사도에게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요한 21,16)고 하신 말씀을 저에게도 들려주셨습니다. 주님께서는 저의 마음속에서 ‘너는 나를 사랑하느냐?’, ‘너는 나의 모든 얼굴을 사랑하느냐?’는 말씀을 들려주셨습니다. 곧 당신의 기쁨, 행복, 슬픔, 고통, 죽음, 부활의 모든 얼굴을 사랑하느냐는 말씀으로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이어서 주님께서는 그 모든 얼굴이 다 당신이시며 언제나 저와 함께 계시고 저에게 힘을 주시는 분이심을 느끼게 하셨습니다. 저는 그러한 당신의 모든 얼굴을 다 사랑하겠노라 다짐하며 주님께서 “나를 따라라.”(요한 21,19)고 하신 말씀처럼 주님을 끝까지 따르겠다 다짐했습니다. 그로써 저는 주님의 부활을 기쁘고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언제나 함께 계시는 주님의 사랑을 가득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주님께서는 거룩한 독서 영성 수련의 시간 동안 저에게 많은 은총을 내려주셨습니다. 이제 제게는 주님께 청하고 의지하며 기도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것이 없다는 것은 생각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주님 앞에 머무르고 주님과 함께하는 것이 좋고 기쁘며 행복하다는 것이 무엇인지 몸소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주님께서 당신 앞에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사랑을 느낄 수 있게 하셨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은총이 가득한 이 시간을 통해 저를 일깨워 주시고 당신의 사랑을 보여주신 주님의 모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또한 이것이 여기서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며 주님과 함께 걸어가는 여정 중에 있는 것임을 인식하게 해 주심에도 감사드립니다. 그러므로 저는 언제 어디서나 주님께서 저와 함께 계심을 믿고 그분 앞에 고요히 머물며 저의 온 존재를 내어 놓고 맡길 수 있도록 간절히 청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너희에게 말한다. 청하여라, 너희에게 주실 것이다. 찾아라, 너희가 얻을 것이다. 문을 두드려라, 너희에게 열릴 것이다.”(루카 11,9) 이 말씀처럼 저는 오직 주님께 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님께서는 그 간절한 청을 당신의 이끄심 안에서 이루어주십니다. 그러니 저의 삶을 더욱 주님께 의탁하고 간절히 청하며 기도하는 삶으로 살고자 합니다. 그것만이 저를 살게하고 저에게 힘을 주는 것임을 알기 때문입니다. 당신께서 보여주신 끝없는 사랑에 감사드리고 저의 삶 안에서 주님의 사랑을 드러낼 수 있도록 저 자신을 주님께 의탁하고 간절히 청하도록 하겠습니다.
“주님, 당신께서 보여주신 사랑은 끝이 없습니다. 그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심에 감사드리며 저의 삶 안에서 당신의 사랑을 드러낼 힘과 용기를 주시고 끝까지 당신을 따르게 하소서. 저는 당신께 의탁하며 간절히 청하나이다. 당신께서 제 안에 머무르시듯 저도 당신 안에 머물며 참 기쁨과 행복을 언제나 누리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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