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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종사목과 후원회 이야기
군종사목 중에 만난 하느님의 선물


글 성영산 보니파시오 신부 | 군종교구 신선대성당 주임

 

저는 군종교구로 파견 중인 성영산(보니파시오) 해군 군종신부입니다. 2017년부터 강원도 동해시에 있는 해군동해성당에서 2년 동안 사목을 하고, 지금은 부산에 있는 신선대성당에서 사목 중입니다. 그동안 군종신부로 활동하면서 마음에 깊이 남았던 이야기들을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는 해군 동해성당에서 사목을 할 때의 일입니다. 해군 동해성당은 해군 1함대 소속으로서, 해군 1함대는 강원도 동해안 제일 북쪽 통일전망대 부근에서부터 경상북도 구룡포 부근까지 흩어져 있는 모든 해군 부대와 울릉도의 해군 부대가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그렇게 흩어져 있는 격오지부대를 찾아다닙니다. 그중 제가 해군 동해성당에서 사목을 하고 있을 때 예하부대 한 곳에서 미사를 요청하여 주일미사를 봉헌하기 위해 직접 찾아가는 부대가 있었습니다.

그 부대는 해군 동해성당에서 고속도로와 국도를 이용해서 한 시간 조금 넘게 가면 있는 작은 항구의 부대로 실제 공소 건물도 없어 식당에서 미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제가 처음 미사를 하러 가는 날이었습니다. 조사 결과 미사 참례자가 다섯 명 정도라고 하였습니다. 그래서 간식으로 햄버거를 11개 준비해서 갔습니다. 제 몫을 포함해서 예상 인원의 두 배를 준비했는데 그날따라 기존의 신자 병사들이 동료병사들을 많이 초대해서 같이 왔습니다. 오랜만에 미사가 생겨서 기쁜 마음으로 그랬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간식과 사람 숫자를 비교하니 딱 한 개가 부족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병사들에게 이렇게 부탁했습니다. “나누어서 먹으면 안 되겠습니까?” 그러자 그 자리에 있던 제일 선임병장이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신부님, 저는 미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러면서 간식을 포기하는 것입니다. 너무 고맙고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차에 있던 음료수를 조금 더 가져와서 그 병장에게 주었더니 그 음료수조차 다른 병사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 병장이 바로 그곳에 미사를 만든 병사였습니다. 배치를 받아서 왔더니 그 부대에는 개신교만 있고 미사에 너무 참례하고 싶은데 성당에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직접 부대 지휘관에게 면담을 요청해서 천주교 종교행사를 신청하였습니다. 그리고 인솔 간부와 함께 둘이서 근처에 있는 육군 부대 성당에 미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이후 제 선임 신부님께 도움을 요청해서 자신의 부대 안 식당에서 미사를 할 수 있도록 청하여 선임 신부님이 미사를 만들고 그 다음 제가 인수인계를 받게 되었습니다. 이후 그 병장은 반년 뒤에 전역했고 몇 명의 천주교 신자들이 남아서 계속 미사를 하다가 제가 해군동해성당을 떠날 때쯤 마지막 천주교 신자 병사가 전역하면서 미사가 없어졌습니다. 그래도 첫 만남에서 들었던 “신부님, 저는 미사만으로도 충분합니다.”라는 말이 계속 기억에 남습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신선대성당으로 이동한 다음 있었던 최근의 일입니다. 대구결핵요양원장인 동기 신부를 만나러 갔는데 건물 입구에 김동한 신부님의 말씀이 적혀 있었습니다. 김동한 신부님은 우리나라 최초의 해군 군종신부님으로, 김수환 추기경님의 형님이십니다. 신부님은 6.25 전쟁 중에 입대하시어 중령으로 전역하신 다음 유학을 다녀오셨습니다. 김동한 신부님께서 하신 가장 큰 일은 결핵환자들을 돌보시다가 결핵요양원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결국 본인도 결핵에 걸리신 김동한 신부님은 결핵요양원을 만들면서 도움을 얻기 위해 많은 고생을 하셨는데, 그때 신부님의 말씀이 결핵요양원 건물 입구에 적혀 있습니다.

 

“신부님 이제 그만 좀 쉬세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예요.”, “이 사람아, 그 밑 빠진 독에서 콩나물이 자란다는 건 왜 모르시나.” 신부님의 이 말씀을 보면서 잠시 생각에 빠졌습니다. 분명 전에도 그 글을 보았을 것인데, 그날따라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것은 제가 지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도 그 밑 빠진 독에서 자라나는 콩나물을 보았습니다.

훈련소에서 세례를 받는 숫자가 갈수록 줄어듭니다. 자대배치를 받아도 성당에 나오지 않고 바로 냉담을 합니다. 특히 해군은 6개월 정도 배를 타기 때문에 솔직히 훈련소에서 세례를 받아도 다 잊어버립니다. 결국 군대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은 군대에 오기 전에 열심히 신앙생활을 했거나 훈련소에서 세례를 받을 때 나름대로 굳은 다짐을 한 사람 중에 소수입니다.

하지만 몇 명 없는 병사 신앙인들이 최선을 다해서 신앙을 지키는 것을 보고 많은 것을 느낍니다. 대규모의 수확이 사라진 이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하는 것 같다고 자주 느꼈는데 그 안에서 콩나물이라는 희망을 만나면서 많은 의미를 찾게 됩니다.

 

“신부님, 저는 미사만으로도 충분합니다.”와 “이 사람아, 그 밑 빠진 독에서 콩나물이 자란다는 건 왜 모르시나.”라는 두 말은 저에게 큰 선물이었습니다. 그리고 저만이 아니라 우리의 신앙생활 속에서도 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삶 속에서도 하느님의 선물을 만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