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하는 모습은 아름답다. 기도할 때의 마음은 누구든지 착하고 겸손하며 스스로 낮아진다. 기도하는 이의 얼굴에서는 교만도, 거짓도, 악함도 찾아볼 수 없으며, 그 얼굴엔 오직 착함만이 자리할 뿐이다. 그 많은 기도 가운데 성체(聖體) 앞에 무릎 꿇고 바치는 기도는 더욱 그러할 것이다.
성체조배의 유래
성체께 대한 흠숭과 존경을 표현하는 성체 신심은 성체의 형상 안에 예수 그리스도가 현존한다는 믿음으로, 감실 안에 모셔져 있거나 현시된 성체 앞에서 개인적으로 혹은 공동으로 기도하며 경배를 드리는 신심 행위이다.
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세상과 교회는 엄청난 물질적 팽창과 외적인 발전으로 내적인 공허를 실감하게 되었다. 이러한 시기에 성체조배 신심이 대두된 것은 시대적인 요청과 더불어 교회 안에서 끊임없이 활동하시며 새롭게 하시는 성령의 이끄심이라 하겠다.
감실 앞에서 개인적으로 하는 성체조배는 서방교회의 전통에서 비롯된 것. 이러한 성체조배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히 알기 어려우나, 성체현시를 통한 성체조배는 교회 초기부터 있었다고 한다. 특히 성 베네딕도 요셉 라브르(Benedict Joseph Labre, 1748-1783)에 의해 40시간 성체조배가 널리 전파되면서 성체현시도 같이 이루어졌다고 하며,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회칙 <인간의 구원자>를 통하여 “교회와 세상은 성체조배를 매우 필요로 합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너희는 나와 함께 단 한 시간도 깨어 있을 수 없단 말이냐?”(마태 26, 40)는 예수님의 말씀을 따라, 지속적인 성체조배회(지도신부 : 정기모 요한 보스코, 회장 : 이영환 바르나바)는 성체 앞에서 침묵 중에 성체께 흠숭을 드리는 평신도사도직 신심 단체이다.
지속적인 성체조배회는 1992년 ‘가르멜산 성체회’라는 이름으로 시작하여, 1994년 추계 주교회의 총회 때 ‘한국 지속적인 성체조배회’라는 이름으로 주교회의 인준을 받음으로써 전국 평신도사도직 단체로 거듭났다. 이에 부응하여 대구대교구에서는 ‘지속적인 성체조배회’로 그 명칭을 정하고, 1994년 11월 12일 창립총회를 가짐으로써 정식 출범하게 되었다. 현재 지속적인 성체조배회는 교회의 가르침 안에서 성체조배가 지속적이고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하여 본당 단위로 구성하되, 조직적이고 질서있게 실행되도록 운영하고 있다.
활동사항
서울, 인천, 수원, 대전, 청주, 대구, 부산, 마산, 광주, 전주를 포함한 10개 교구의 지속적인 성체조배회에서는 전국적인 구축망을 통해 2년마다 전국 성체현양대회를 개최한다. 2000년 대희년 절두산에서의 전국 성체현양대회를 시작으로, 2002년 2차 전국 성체현양대회는 8천여 명 전국회원이 모인 가운데 “나다, 오너라.”라는 주제 아래 지난 10월 1일 미리내에서 개최되었다.
대구대교구는 복자성당을 포함하여 가천, 고성, 구룡포, 대덕, 비산, 삼덕, 상동, 성 김대건, 성주, 수성, 신암, 성 토마스아퀴나스, 효목동성당 등 14개 성당에서 2천여 명 회원들이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활동을 하고 있다. 이들 회원들은 각 본당 형편에 따라 시간을 정해 두고 일 주일에 한 시간 이상 조배에 참석한다고 한다. 또 본당별 월모임과 매년 두 차례의 피정을 통해 정해진 교육을 받으며, 매월 첫 목요일의 성시간에 참석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대구대교구 지속적인 성체조배회의 이영환 바르나바 회장은 “본당 감실 앞에서 조배를 할 수도 있지만, 따로 마련된 조배실에서 좀더 깊이 묵상하며 하느님을 만날 수 있음은 더 큰 은총이라 여깁니다.”라며 보다 많은 성당에서 성체조배실을 따로 마련하여 활동했으면 하는 염원을 밝힌다. 이어 전정민 베네딕다 부회장은 “감실은 현대에 와서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며 하느님의 현존을 체험하는 곳입니다. 세상을 위해, 교회를 위해, 본당을 위해 기도할 때 자신의 성화 또한 이루어지지요.”라며 성체조배의 기쁨을 설명해 준다.
복자성당의 경우는 성체조배실이 마련된 1991년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거르지 않고 장기 출석하는 회원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회원들은 단지 조배하는 것에만 머무르지 않고, 성체조배를 통해 얻은 자신들의 내적 기쁨을 매일미사 참례와 본당을 위한 봉사활동으로 드러내고 있다.
착하신 예수님의 모습을 통하여 교만과 욕심으로 가득 채워져 가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뉘우치며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한 시간의 성체조배. 하느님과 나의 1:1 인격적인 만남을 통하여 십자가상 예수님의 사랑을 체험하고, 그 사랑을 나에게만 머물게 하지 않으며 이웃으로 전해주는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회원들. 그들은 단지 1회성으로 끝나고 마는 성체조배회 회원들이 아니라, 적어도 10년 이상을 한결같이 이끌어 온, 그야말로 ‘지속적인’ 회원들이다. 하루 1시간, 아니 단 10분도 하느님 앞에 앉아 있기 힘든 현대인들에게 이들 회원들은 소리없는 순교의 삶을 살아가는 영혼들이다. 10년 넘도록 조배를 해 온 이명실 마리 스텔라 총무는 “성체조배를 하면 할수록 공동체 안에서의 삶을 기쁨과 나눔의 삶으로 이끌어 주십니다.”라고 전해준다.
하느님을 사랑하기에 묵묵히 앞만 보며 하느님을 따르려는 사람들, 하느님께 받은 사랑을 자신 안에 가두어 두지 않고 강물처럼 흐르게 할 줄 아는 사람들, 그리하여 알게 모르게 그 사랑이 이웃으로 젖어 들도록 하는 이들,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회원들의 삶이라 하겠다.
앞으로의 바람
지속적인 성체조배회에는 본당별로 신자들을 위한 기초교육을 행하고 있으며, 이 신심행위가 교구 내 각 성당으로 확산되어 많은 신자들의 삶이 성체신심을 통하여 내적으로 풍요로워지기를 바란다. 또한 지속적인 성체조배회 내 ‘말씀의 봉사자회’에서는 본당 요청 시 봉사자를 파견하여 성체조배에 따른 기초 강의를 하는데, 신규 회원들을 위한 총론을 시작으로 하여 성체조배의 역사부터 어떻게 하면 조배를 더 잘 할 수 있는지, 봉사자의 역할이 무엇인지 등을 세세하게 설명해 준다고 한다.
누구든지 회원으로 참여할 수 있는 지속적인 성체조배회는 어디를 가든지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하고, 교회의 가르침에 성실하여 교회의 내적 발전에 이바지하게 되는 기도사도직 단체로 거듭 나기 위해 앞으로도 더욱 노력할 것이다. 특별히 하느님의 사랑과 흠숭을 드리고픈 사람들, 주님과의 내적 만남을 원하는 사람들은 언제이든 조배실을 찾아주기를 바라는 회원들의 모습은 참 밝고 환하다.
“사랑에 빠진 영혼이여, 그대 그리스도와 함께 있으니 진정 행복하겠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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