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감기의 원인은 바이러스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똑같은 환경 안에서도 평소에 감기를 달고 산다는 사람들은 항상 감기에 걸리지만, 감기를 모르고 산다는 사람들은 잘 걸리지 않습니다. 그것은 감기바이러스나 유해원인을 이겨낼 수 있는 인체의 항병능력에 좌우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바이러스에는 항생제도 효용이 없지만, 인체의 방어능력 증강으로 항바이러스 면역체계를 강화하여 이를 퇴치할 수가 있습니다. 한의학적 감기치료는 이러한 원기(元氣)를 회복시켜 스스로의 힘으로 바이러스나 나쁜 사기(邪氣)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에 있습니다.
치료는 기후 환경이나 신체건강·체질요소·진행정도 등의 개인별 특성에 따라 부족해진 양기(陽氣)와 음기(陰氣), 혈(血) 등을 보충하면서 병적 기운을 없애는 방법으로 합니다. 즉 열과 한기의 정도, 땀의 유무, 식욕의 유무, 대소변관계, 체력의 정도, 체질적 특성 등에 따라 치료법과 처방이 구성되는 것입니다.
● 감기 예방법
감기에 걸리지 않으려면 평소에 골고루 음식을 잘 섭취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충분한 휴식을 통하여, 심폐기능을 강화시키고 면역기능을 증강시켜 감기에 걸리지 않을 적절한 환경과 몸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예방의 지름길입니다. 외출 후에는 반드시 손발을 깨끗이 씻고 양치질을 하며, 기후에 맞게 옷을 입어 보온을 유지하고, 사람이 많은 곳은 피하고 실내의 온·습도 조절과 환기를 통하여 청결한 실내공기를 유지해야 합니다.
특별히 노약자나 평소 감기에 잘 걸리는 사람은 미리 기혈(氣血)을 보충해 주는 처방을 쓰거나 예방접종을 하여야 하며, 흡연자들은 치료 및 예방을 위하여 금연을 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찬 음식이나 찬 공기흡입에 주의해야 하며, 특히 목뒤 등부위는 감기촉발의 원인이 되는 풍한사기(風寒邪氣)의 침습 경로이므로 이 부분을 따뜻하게 감싸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 감기 조리법
감기환자의 일반적인 조리법은 물·밥·잠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따뜻한 보리차나 옥수수차를 하루 1ℓ이상 수시로 마셔서 소변을 자주 봄으로써 신진대사를 활성화시켜 증상을 빨리 개선시킬 수 있습니다. 또 감기는 매우 다양한 소모성 전신증상을 유발하므로 평소보다 오히려 열량이 높고 소화가 잘 되는 음식물을 먹어주고, 운동 시 에너지원이 되는 당류가 많이 포함된 초콜릿이나 사탕 등을 간식으로 먹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불필요한 활동을 줄이고 운동시간 외에는 안정을 취하거나 숙면을 함으로써 평소보다 더 많이 쉬어야만 병을 이겨낼 수 있는 인체의 항병력(抗病力)을 축적할 수 있습니다.
● 효과적인 민간요법
초기 감기에는 파뿌리(흰부분)를 생강·귤껍질과 함께 달여서 마시거나, 파뿌리와 고춧가루를 넣은 뜨거운 콩나물국이나 된장 배춧국을 끓여 먹은 후 땀을 푹 내면 체표면의 감기 사기(邪氣)를 제거할 수 있습니다.
풍열형 감기는 고열에 한기가 들고 온몸이 아프고 인후통과 짙은 가래·누런 콧물이 나는 경우로, 도라지와 귤껍질, 감초를 넣어 달인 물로 목을 축이며 삼키면 효과적입니다. 도라지는 폐와 목의 염증에 작용하며 귤껍질은 기운을 소통시켜 몸살기를 없애고 감초도 목안의 염증을 가라앉혀 줍니다.
풍한형 감기는 한기가 심하고 전신이 쑤시고 아프며, 맑은 콧물·코막힘·기침·재채기와 함께 묽은 가래와 다소의 발열감이 있는 경우로, 파·생강·대추를 넣고 끓인 물에 꿀을 타서 자주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파는 몸을 따뜻하게 하여 쑤시고 아픈 증상을 풀어주며, 생강은 가래와 기침을 삭이는 작용을 하고, 대추는 기운과 피를 보충하고, 꿀은 몸의 피로를 풀어주고 기력을 회복시키는 효력이 있습니다.
전신이 쑤시고 아프며 열이 나는 몸살 감기에는 생강차·유자차·모과차·매실차가 좋은데, 특히 모과차는 근육통 해소에 좋고 매실차는 피로독소물질 제거에 효과적입니다. 목이 아픈 감기에는 도라지를 생강과 함께 끓여 마시거나 모과차를 마시면 효과가 좋으며, 무를 갈아서 꿀과 함께 먹어도 좋습니다. 목이 쉬는 경우에는 계란의 흰자위로 목구멍을 부드럽게 하고 기침을 진정시킬 수 있으며, 피로회복과 정신안정 효과가 있는 연근즙을 내어 같이 가글하며 마시면 목이 쉬고 아픈 감기에 아주 좋습니다.
열이 나며 누런 가래가 나오고 기침할 때 가슴까지 들썩거리는 기침감기에는 배를 갈아서 즙을 낸 뒤 꿀과 섞어서 먹거나, 배의 속을 파내고 꿀을 넣어서 중탕해서 먹는 방법이 있습니다. 가래가 많을 때는 파인애플이 좋은데, 가래를 삭이고 쉽게 배출시켜 주어 기관지염증 제거에도 효과적입니다. 가래에다 구토증상이 같이 있을 때는 생강과 파를 함께 달여 먹거나 홍차에다 생강을 넣어 마시면 도움이 됩니다.
● 한약처방의 실제
감기초기 실증에 고열과 신체 마디마디 아픔·뒷목덜미가 뻣뻣하며 두통과 한기가 강하며 땀이 나지 않을 때에는 마황탕을 쓰고, 오한·발열과 함께 어깨·뒷목·등부위가 굳어지며 아프고 두통·코 막힘·재채기 등이 있으며 땀이 없을 때는 갈근탕을 쓰는데 어깨결림이 심할 때 특히 좋습니다. 이 때 위장기능이 약한 사람은 향소산을 씁니다. 그리고 허증의 감기증상에는 계지탕을 쓰며 오한·발열·두통·열오름·속 울렁거림과 식은 땀이 날 때에 적용됩니다.
감기가 수일이 지나도 낫지 않는다면 중기로 접어든 것입니다. 이 때는 한기와 열기가 왔다 갔다 하며 점차 식욕이 떨어지고 기운이 없어지며 혀에는 태가 두텁게 끼고 기침이 심해지며 코 막힘·두통·가래·목쉼 증상과 가슴과 옆구리가 갑갑하며 코나 인후·편도에 염증이 오래 가게 되는데 소시호탕·시호계지탕 등으로 치료하며, 노약자나 위장이 약한 사람은 불환금정기산·삼소음을 씁니다.
온몸이 쑤시고 아픈 몸살감기에는 쌍패탕·구미강활탕, 신체가 허약하고 마른기침이 오래갈 때는 청폐탕, 잦은 기침으로 가슴이 울리고 목이 말라서 가래가 잘 뱉아지지 않으며 얼굴이 붉어질 때는 시함탕·맥문동탕이 좋습니다. 또 기침·재채기와 함께 맑은 콧물이 많을 때는 소청룡탕, 백일해식 기침감기에는 마행감석이진탕, 오한이 심하고 안면이 창백하며 머리가 시리고 콧속으로 찬바람이 들고 손발이 찰 때는 마황부자세신탕, 허약형 감기나 회복시기에는 보중익기탕·십전대보탕 등의 약으로 감기를 극복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감기의 가장 중요한 대책은 충분한 휴식에 이은 면역력회복에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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