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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 건강 비법
사상체질의학은 부족한 마음을 다스려 몸의 병을 치료하는 것입니다


정영목(아킬로)|정인한의원 원장

동·서양의학은 서로 다른 차이가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주로 해부학·조직학·세균학 등을 바탕으로 국소적인 원인 제거에 힘써 왔고, 동양에서는 인체를 자연현상과 동일시하여 그 변화를 음양(陰陽)·오행(五行) 등의 이론으로 체계화하여 이들이 갖는 규율성을 토대로 전체적인 기능의 조화에 역점을 두어왔습니다. 특히 서양의학의 발달은 여러 전염병을 해결함으로써 인간수명 연장에 큰 기여를 하였습니다.

그러나 의학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동일질병에 대한 약이나 치료의 효과에 있어서 개인차가 많고, 개체가 갖는 질병에 대한 감수성이 문제시되는 면역관계 질환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인 바, 체질(體質)에 대한 의학적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고 봅니다.

 

체질이란 각 개인이 지니는 정신적·육체적인 특징을 합하여 일컫는 말로, 인간은 형태뿐만 아니라 체내의 구조와 기능·정신상태까지 나름대로의 특징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차이는 개인이 지니게 된 유전적인 차이에서 주로 기인한다고 보며, 성장하는 동안 지내온 환경이 같지 않은 데서 온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체질이란 선천적 유전인자와 후천적 환경요인에 의하여 형성되는 개개인이 지니는 유형적 특징이라 하겠습니다.

 

이러한 체질에 대한 이론과 임상을 결부시켜 의학적체계로 승화시킨 사람이 바로 조선말의 동무(東武) 이제마(李濟馬)입니다. 이전에도 한의학 원전인 황제내경, 고대 그리스의 의학자 갈레누스, 독일의 정신의학자 크레치머 등의 체질학설이 있었으나, 1894년 이제마가 ‘동의수세보원’을 통해 발표한 사상체질 의학은 가장 획기적이고 체계적인 이론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다른 이론들이 실증적 근거가 없거나 단편적 요소에 의존했다면 사상의학은 아주 종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각 사람들이 가진 장기기능의 대소(大小) 차이와 특징을 파악하고 그것을 기초로 외모(체형·용모), 심성(성질·일을 처리하는 능력인 재간·항상 지니고 있는 마음인 항심·성격·심욕), 병증(건강할 때 생리적 조건이 체질마다 다르고 질병이 걸렸을 때도 체질마다 독특한 증상을 보임) 등의 차이를 윤리적·철학적인 토대로 분석하여 태음·소음·태양·소양인 네 가지의 체질로 구분하고, 각 체질에 따르는 생리·병리·약리를 분류정리하였으며, 체질마다 병의 원인·증상에 특성이 있으니 치료법이나 양생법도 달라져야 한다는 학설로 사상체질의학이란 의학의 새로운 분야를 열었습니다.

 

사상의학에서의 체질은 선천적인 신체적 특성과 정신적 특성 그리고 여러 다른 특성을 합친 포괄적인 개념으로, 서로 다르며 각기 장단점이 있으므로 그 자체로서 좋고 나쁜 것은 아닙니다. 체격이나 장부의 대소(大小) 기능은 이미 타고날 때 결정이 되지만, 마음자세의 넓고 좁은 것은 후천적이며 가변적인 것입니다. 변하지 않는 선천적인 조건하에서 체질적 장단점과 과부족상태를 파악하여 적합한 조절과 관리를 해야 하고, 가변적인 마음을 잘 다스려 불완전한 육체를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의 마음과 행동을 되돌아보고 인격을 수양하면서, 세상엔 나와는 다른 사람들도 존재하고 있으며 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에 대해서 이해도 해보고, 그들도 엄연히 존재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지혜로운 깨달음(慧覺)을 얻을 수도 있게 됩니다. 또한 자신만의 방식대로 타인과 세상을 재단하려는 이기적 획일주의에서 벗어나, 남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서로 존중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이란 참 삶의 방식을 배울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여기에서 이제마 선생의 예언자적 혜안(慧眼)에 대해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당시만 해도 태어난 곳에서 평생 농사를 짓고 살았으며, 대부분의 질병원인도 자연환경의 변화에 기인하였기에 개인의 개성이나 적성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으며, 사상의학도 별 관심을 끌지는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마 선생 서거 후 100년 뒤인 2000년대에 들어서야 자신의 예언대로 사상의학은 온 세상으로 퍼져나가고 있습니다. 현재의 21세기는 자연과 인간과의 관계보다, 인간과 인간과의 관계가 더 빈번해지고 복잡해지며 갈등과 스트레스가 생겨 질병과 분쟁의 원인이 되고 있기에, 자기자신을 바로 알고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는 마음공부가 더 필요하다고 내다본 것이었습니다.

 

TV 드라마와 체질책자의 영향인지 요즘 들어 좀 성급한 체질선풍이 일고 있는데, 가끔 얼굴이나 손목만 딱 내놓고 즉석에서 체질을 알아봐 달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러면서 꼭 덧붙이는 말, “내게는 무슨 음식이 좋고 무엇이 나쁩니까?” 마치 부채도사를 찾은 듯.......

 

사상체질 판별은 그렇게 간단한 것이 아닙니다. 외모·심성·병증·약물반응·침반응 등을 종합하여 판정하게 되는데, 여러 가지 혼돈되는 점이 있어 창시자인 이제마 선생도 고민 끝에 진료받던 여인의 본심(本心)을 알기 위해 속옷을 다 벗게 한 후 나타나는 반응을 보고서야 판별하였다는 야화(野話)도 있습니다. 흔히들 사람을 알기 위해선 취하도록 술을 같이 마셔 보고 고스톱도 같이 쳐보란 말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진료실에서 환자들과 술을 마시고 고스톱을 치거나 내원하는 여인들의 옷을 다 벗겨 볼 수는 없는 일입니다. 진맥과 망진을 포함한 여러 방면으로 섬세한 관찰과 치료반응에 대한 통계적 확인이 요구된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사상의학은 체질따라 음식만을 가려먹는 식이조절요법은 더더욱 아닙니다. <사상체질 식단표>에 건강에 관한 모든 해답이 있다고 믿는 사람은 결국 ‘무지개를 좇는 먼발치 소년’이 되고 말 것입니다. 음식조절은 체질별 장부기능 조화에 절대적인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진단될 시에 담당한의사의 처방약물복용과 함께 충분한 면역력 회복 시까지 지시하는 식이섭생법에 따르면 되고, 평소엔 제철에 맞는 음식으로 균형된 식단을 짜서, 편식없이 골고루 꼭꼭 씹으며 즐겁고 맛있게 먹는 것이 가장 좋은 식이조절법입니다. 곧 사상의학이란, 자신의 몸과 마음과 행동의 장단점을 깨우쳐 불완전한 점을 보완하고 다듬으며 중용(中庸)의 도(道)를 이루어 나가는 치심치병(治心治病)·수기치인(修己治人)의 종합 심신치료의학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