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원짜리 주화를 본 게 언제인가 싶다. 분명 화폐의 가치를 지니고 태어났을 돈이지만 우리 수중에서 1원의 생명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다. 설령 길바닥에 돈 1원이 떨어져 있더라도 애써 허리 굽혀 줍는 수고로움을 자청하지는 않을 터. 그런 돈 1원이 모여 엄청난 선교 효과를 실천으로 옮기는 단체가 바로 미바(MIVA)회(지도신부 : 박창수 요한, 회장 : 이재성 세실리아)이다.
자동차 주행거리 1km에 1원, 이 작은 1원의 정성이 모여 선교사들의 차량을 지원해주는 미바회가 올해로 창립 21주년을 맞이했다. 조용함 안에서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20년이 넘도록 오지(奧地)의 선교사들에게 꼭 필요한 차량을 제공해 온 미바회. 무사고 운전 또는 탑승 때마다 회원들이 보내오는 1원씩의 감사헌금으로 전교활동에 필요한 교통수단을 지원하고 있는 미바회는 맨처음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시작되었다.
미바회의 유래
‘미바’의 본 뜻은 ‘선교를 위한 교통수단 제공단체(Missions Verkehrs Arbeitgemeinshaft)’라는 말로, MIVA(미바)는 단어의 머릿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1927년 슐츠 신부는 아프리카 산골에서 병든 친구를 사흘이나 걸려 병원으로 옮겼지만 아까운 생명을 잃게 되자, 복음을 전하고 생명을 구하는데 교통수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 후 1935년 오스트리아 시골의 쿰프뮬러라는 사람이 이 소식을 전해 듣고 선교사에게 차 보내기 운동에 앞장섰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이 된 미바회가 우리 나라에서는 어떻게 형성되었을까. 1981년 대구대교구장 이문희(바울로) 대주교의 인솔로 프랑스 루르드에서 개최된 제 42차 세계 성체대회에 참석을 계기로, 참석자 전원이 발기인이 되어 이문희 대주교를 총재로 모시고 미바 운동을 전개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 해 성탄절 이문희 대주교와 함께 임원들 스스로 솔선수범하여 모금을 하게 되었는데, 뜻밖의 놀랄만한 성과를 거두어 곧바로 선교지로 교통수단을 전달하게 되었다. 그 뒤 박창수 신부를 지도신부로 추대하여 1988년 5월 정식으로 미바회 대구본부의 창단식을 갖게 되었는데, 현재는 서울과 부산에서도 미바회가 활동 중이다.
활동사항
미바회가 일부 신자들에게는 다소 생경스럽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간의 활동 시간이 20년을 훌쩍 뛰어넘는다 하니 결코 낯설다고만은 할 수 없는 단체이다. 드러나지 않게 활동을 해 온 한국 미바는 후원회원들의 정성을 모아, 타교구를 포함하여 대구 교구에서 선교활동을 하고 있는 볼리비아, 리비아, 중국, 중앙아프리카 등등 지난 20년 동안 국내외 61개(국내 25, 해외 36) 선교기관 단체에 승용차 등 차량구입비 5억 762만 3550원과 미화 7만 1177불을 후원해 왔다. 나아가 매년 교통수단을 필요로 하는 세계 곳곳의 오지에 차량, 오토바이, 자전거 등을 지원하며 간접적으로 전교활동을 돕고 있다. 따라서 이들 교통수단들은 ‘말씀’에 목말라 하는 먼 이웃들에게 전해 줄 하느님의 메시지를 싣고 오늘도 열심히 달리고 있다.
한번 미바는 영원한 미바
“무엇보다 회원들의 확보가 중요하겠지요. 저희는 한번에 많은 돈을 바라지 않습니다. 매월 1,000원 2,000원의 돈이지만 꾸준히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주는 회원들의 마음이 무엇보다 절실합니다.”라는 이재성 회장. 누구나 회원이 될 수 있으며, 이 또한 선교사를 돕는 단체인 만큼 간접선교에 한몫 거드는 일임을 밝힌다. 썩 잘 알려지지 않은 탓에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낯설어 하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일. 하지만 매월 첫 금요일 오전 11시, 후원회원들을 위해 봉헌되는 성모당 미사에는 언제나 새로 가입하는 회원들이 있어 고맙기만 하다고 전한다. “한번 미바는 영원한 미바입니다. 20년 세월 한결같이 꼬박꼬박 미사에 참석하고 후원회비를 납부하는 할머니 회원들을 뵈면 얼마나 큰 은총인지 몰라요.”라며 이재란 마리소피아 부회장과 박미경 베로니카 총무가 입을 모아 귀뜀해 준다.
차량지원을 받고 특별히 감사의 편지를 보내올 때면 가슴 뭉클해진다는 미바회 회원들. 미바회 일을 하면서 더욱 큰 기쁨에 젖어 하루하루가 즐겁다는 회원들의 표정은 부드러움과 다정함으로 가득하다. 일을 하는 데는 분위기 역시 큰 몫을 차지하기 마련. 구성원들과의 화합 또한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일텐데, 봉사를 통해 기쁨을 건져 올리는 미바회 회원들의 밝고 생동감 넘치는 표정은 그야말로 너무 행복하다고 얼굴에 씌어있는 듯했다.
특별히 자동차를 운행하는 이들이 1km에 1원의 감사정성을 모아 준다면, 얼마든지 선교사들의 손과 발이 되어 줄 수 있다. 지금도 중국을 비롯한 해외 교포사목에 필요한 차량, 소형선박, 오토바이 등의 교통수단을 필요로 하는 곳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는 실정이다.
작은 것의 소중함, 그것은 우리가 무시해 버린 1원의 소중함이기도 하다. 우리들의 이 작은 정성이 모여 오늘도 지구 한편에서는 힘없이 죽어가는 한 생명이 다시 살아날 것이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당신의 작은 정성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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