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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사람, 아름다운 이야기 - 짱! 교리교사 신임희
나의 사랑 주일학교


이은영(데레사)·본지기자

주일학교 교리교사들의 평균 재임 기간은 약 2년이다. 평균 연령도 20대 초반으로 대학교 1, 2학년생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흔이 넘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19년째 주일학교 교리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대구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신임희(마리아, 대명동성당) 씨를 만나보았다. 굵은 검은 테 안경을 쓴 화장기 없는 얼굴과 소박한 옷차림에서, 젊은이들과 어울려 살아 온 세월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연구실로 전화를 하니 “예, 신임희 마리아입니다.” 라는 밝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신의 이름 뒤에 자연스레 세례명을 붙여 말하는 그녀. 처음에는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이젠 신임희 씨가 가톨릭 신자임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누구나 그렇듯 그녀도 대학교 1학년 때 교사가 되어, 2학년 끝에 그만 두었다.  학교생활이 바쁜데다 개인의 자유시간 부족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얼마 후 마음속엔 다시 교사를 하고픈 마음이 새록새록 들었고, 마침 대학원 1학년 때 본당 주임신부님의 가정방문을 계기로 다시 교사의 길로 들어선 것이 올해로 19년째이다.

 

주일학교 교리교사회는 개인의 신앙생활 유지와 더불어 교회의 미래인 학생들의 신앙교육을 위해 봉사하는 단체이다. 그러므로 평일을 비롯한 주말에는 여러 행사와 교리를 준비하기 위해, 개인의 시간을 교회에 봉헌해야 한다. 그러므로 올바른 신앙인의 자세가 아니고서는 교사의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어떤 일이든지 10년을 매달리다 보면 전문가가 되기 마련이다. 신임희 씨도 교리교사를 10년 정도 해보면 이 일의 진실한 모습과 진지한 맛을 알 것 같았다. 이렇게 시작된 신임희 씨의 교사생활은 이제 경력 20년 차의 베테랑급 수준에 와 있다. 중간에 그만두고 싶었던 유혹도 있었지만, 그녀가 주일학교에 오래 몸담을 수 있었던 이유는 주일학교 아이들 때문이다. 신임희 씨에겐 아이들이 신앙생활의 벗이고 동반자이며, 오히려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한다.

 

그녀는 오랜 경력답게 주일학교가 당면한 문제들에 대해 털어놓았다. 그것은 다름아닌 주일학교에서 고등부 3학년을 위한 교리가 마련되어 졸업 후에도 대학 진학에 관계없이 신앙생활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배려 해 주는 것이다. 또한 교사들의 봉사기간이 짧아지는 것을 우려하며, 그들이 주일학교에 오래 남아 있어 주기를 바랐다. 개인 시간의 부족으로 교사를 중도에 포기하는 젊은 교사들에게 신임희 씨는 “열심히 살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기도이겠지요. 나의 모든 시간을 하느님께 바친다고 생각하면 한 순간 한 순간 열심히 살아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러면 신앙생활과 더불어 일상생활도 충분히 함께 이룰 수 있을거예요.”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여태껏 고등부 2학년만 맡아 왔기에 고2 전담 선생님으로 통한다.

“고2만 맡다보니 그 시기의 성숙 단계를 알 것 같아요. 나름대로 철학도 있고, 매년 여름 신앙학교 때면 꼭 밤새도록 놀게 해 달라고 조르는 거 있죠?”

 학생들의 신앙적인 목마름을 채워주고자 바쁜 박사 과정 가운데서도 평신도 교리신학원에서 신학강좌를 수강했고, 아이들과 잘 어울리려고 기타도 배웠다.

몇 년 전에는 필리핀에서 열렸던 WYD(세계청년대회)에도 참가했다. 언어의 장벽이 있는 가운데에도 세계의 젊은이들이 하느님 안에서 한 마음이 되는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았단다. 창조주 하느님이 만든 사람이 세상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고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고.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 가운데 신학교나 수녀원에 간 제자들의 소식을 듣거나,  교리 시간에 제일 말썽이던 녀석이 훗날 교회 공동체에 꼭 필요한 사람임을 느낄 때면 신임희 씨는 가슴 가득 뿌듯함을 느낀다. 때론 제자들이 교사가 되어 동료로서 만나기도 한단다. 그래서‘∼선생님’이라고 불러주면 제자들은 멋쩍은 웃음을 지어 보이는데 그 모습이 예쁘고 대견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작년에는 아끼던 제자가 그만 세상을 떠난 가슴 아픈 일도 있었다. 유난히 착실하고 교리시간에 열심이던 아이였기에 계속 마음에 남아 아린다.

 

 일주일에 16시간의 강의와 각종 세미나 그리고 주말엔 교리교사로 하루하루가 너무 바쁘다. 몇 년 전부터는 교사학교에서 강의도 맡고 있다. 후배 교사들에겐 선배 교사로서 좋은 본보기가 되고, 강단에서는 매사에 철저하고 정확한 선생님으로, 주일학교에서는 인자한 친구 같은 선생님인 그녀. 학생들과의 소중한 만남의 순간들을 기쁨으로 기억하고, 그 기쁜 만남을 통해 희망이 무엇인가를 깨닫기에, 신임희 씨는 그 희망으로 오늘을 그리고 다가올 내일을 힘차게 살아갈 것이다.

앞으로 20년, 아니 주님이 허락하신 그날까지 그녀에게 맡겨진 어린 양떼들을 잘 돌보기를 바라며 젊은 생각, 열린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의 곁을 지켜주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기를 기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