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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호출사도회
달리는 택시 안에서 선교를


글|김명숙(사비나)·본지 편집실장, 사진|김선자(수산나)·본지기자

화사한 벚꽃이 엷은 꽃그늘을 드리워주는 봄날 오후, 대구대교구청 내에 자리하고 있는 가톨릭 호출사도회(지도신부 : 김영환 몬시뇰, 회장 : 정정오 스테파노) 사무실을 찾았다.

1999년 7월 12일 창립된 이래 올해로 3주년을 맞이하는 가톨릭 호출사도회는 그리스도의 복음정신에 따라 달리는 택시 안에서 승객들을 대상으로 선교하며, 자신들의 신앙을 키워 가는 운전기사들의 모임이다.

 

세태의 흐름을 따라 우리 나라에도 호출택시의 기운이 번지기 시작하면서부터, 가톨릭 신자 운전기사들 사이에서도 호출택시의 필요성을 느껴 결성하게 된 단체이다. 그러므로 운전자들의 수호성인인 ‘그리스도 폴’을 주보성인으로 모시고, 항상 친절한 기사도 정신을 발휘하여 그들의 이름에 버금가는 활약을 벌이고 있다.

 

‘천사(1004)호출’이라고 불리는 이들은 매년 정기적으로 SOS 어린이마을을 찾아 어린이들을 위한 차량봉사를 지원해 오고 있다. 또한 맹인협회 회원들과 논공 가톨릭병원 치매센터 노인들을 위한 나들이 차량봉사를 비롯하여 교구 각종 행사에도 적극적인 봉사 정신을 발휘하고 있다. 나아가 ‘보금자리’, ‘나자렛마을’, ‘들꽃마을’ 등 여러 복지시설에도 후원금을 보내는가 하면, 지체장애인 두 명을 따로 선정하여 매월 일정 금액의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 이들 지체장애인들에게 보내지는 후원금은 호출택시를 이용한 장애인들의 택시요금을 각 회원들이 적립하여 모은 금액과 차량 안에 설치되어 있는 ‘사랑의 모금함’ 저금통으로 지원한다고 하니, 그 정성이 참으로 놀랍기만 하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으로는 천사호출의 일을 제대로 할 수 없습니다. 그야말로 봉사하는 마음과 선교한다는 생각으로 일을 해야 합니다. 우리 천사호출 회원들은 그런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라며 호출사도회 정정오 회장님은 겸손하게 말씀하신다.

 

거리에 나가면 다양한 호출택시들이 수시로 눈에 띈다. 자동차 뒷 유리문에 커다랗게 써놓은 전화번호를 보면 마치 신분을 확인하는 것 같아 승객의 입장에서는 든든하기까지 하다. 또한 어느 회사 소속의 택시인지 확연히 알 수 있으므로, 호출택시 기사들은 비교적 친절한 편에 속한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이렇듯 호출택시는 생활의 편리에 따라 생겨난 제도이다. 본래의 취지를 살려 어느 만큼 잘 이용하느냐에 따라 승객이나 기사 모두에게 유리하게 자리할 것이다. 좋은 제도를 지속시키는 것은 한쪽만의 노력으로는 불가능한 일, 서로서로 도와주어야 더욱 발전되리라고 생각한다. 부르면 즉시 달려가는, 이름만큼이나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시민의 발이 되어 줄 가톨릭 호출사도회 회원들 역시 친절하기로 소문난 단체이다.

 

호출하는 이들의 70-80%가 가톨릭 신자들로, 한번이라도 천사호출을 이용한 사람이라면 계속해서 천사호출을 이용하게 된다는 게 일반 신자들의 뒷 이야기. 따라서 짧은 시간 안에 신뢰와 친절을 깊이 뿌리 내릴 수 있었던 것도 우리 회원들이 그만큼 열심히 살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달리는 택시 안에서의 선교를 가장 큰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승객과의 짧은 시간, 길어야 10-20분인 시간 동안 선교를 하고 있지요. 우리의 친절과 최대한의 봉사정신으로 손님을 대하다 보면, 손님들이 더 감동을 받아서 저희들보다 더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 옵니다. 그럴 때면 참 기분 좋습니다. 더욱이 냉담자 회두에 한몫 했을 때의 기쁨은 무어라 표현하기 힘들 만큼 뿌듯하기만 합니다.”라며 안효원(스테파노) 총무님께서 힘주어 말씀하신다.

 

이들 회원들은 3일에 한번씩 교구청 내에 자리한 사무실에서 항상 모임을 갖고, 또 매월 둘째 주일에는 김영환 몬시뇰의 미사집전으로 회원들 모두 참석하여 미사를 봉헌한다. 쉬는 날마다 어김없이 사무실을 찾아드는 차량들이 눈에 익은 지 오래이다. 보다 간편한 복장으로 차려들 입고 복지시설 방문이나 차량봉사에 나서는 회원들의 표정은 유난히 밝고 활기에 넘친다. 근무할 때보다 쉬는 날이 더 바쁘다는 회원들의 표정은 바쁘면서도 마냥 즐겁기만 하다.

 

일부 택시 기사들의 불친절이 전체 기사들의 일인 것처럼 사회문제로 논의된 것이 하루 이틀의 문제는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 사회의 감동적인 미담이 때때로 택시 기사들의 작은 친절에 의해서라는 것 또한 우리는 잘 알고 있다. 팍팍한 도시생활에서 어쩌다 친절한 택시 기사를 만났을 때, 보너스를 받은 것처럼 참 고맙고 기쁘다.

 

우리 가톨릭 호출사도회 회원들이 앞으로도 계속해서 친절한 모습 보여주기를, 그리하여 뭇사람들로부터 ‘천사(1004)호출은 역시 남다른 데가 있어.’라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넘쳐나기를 기대해 본다.  

 

·가톨릭 호출사도회 : (053) 551 - 1004 (오오 하느님 천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