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프로그램 중에 ‘나는 자연인이다’를 즐겨봅니다. 그들의 삶을 동경하는 것은 아닌데 출연자들은 하나같이 자유로움과 자연환경에 만족하는 것 같습니다.
‘그럴 수도 있겠구나!’
경험하지 못한 삶이라 생필품은 어떻게 구하는지, 위생생활은 어떻게 하는지 등등 그들의 삶을 따져보게 됩니다.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끼니를 해결할 수 있을 텐데, 아무리 아껴 쓴다 해도 쌀 한 포대, 김치 한 통은 사야 하는데 말입니다. 극한의 상황에서 어찌어찌해서 살아왔겠죠. 우리가 함께하는 발달장애인이면 어떨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들에게 독립생활이란?
우리 친구 ‘천우(가명)’는 돈을 많이 벌어서 독립하는 것을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지금은 실비시설에서 나름대로 독립된 공간에서 살고 있기에 다음 단계는 분명 홀로 지내는 것이 목표가 되겠지요.

생각해 봅니다.
천우는 지적장애 경계선에 있습니다. 그래서 천우가 독립하기에 충분한지, 평생 이 상태가 유지될 수 있을지를 따지게 됩니다. 어떤 상황에 처했을 때 올바르게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을지도 생각하게 됩니다. 다행히 천우는 기초생활수급자이고 고모가 가까운 곳에 살고 있습니다. 또한 수급비와 작업장 급여로 경제적인 부분을 충당할 수 있어 독립생활을 해도 부족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평생 이 상태가 유지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천우는 더 나은 조건의 급여를 받기를 원하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혼 이후의 문제는 그 다음 상황입니다. 발달장애인이 독립하기에 필요한 정책(안전망)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독립생활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작업장을 떠나 안정된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지, 일상생활 속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상황에 맞게 판단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흔히 우리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비빌 언덕’을 이야기합니다. 발달장애인에게 가족 말고 비빌 언덕이 되어줄 사회적 안전망, 공백없이 시스템으로 보호받을 장치가 필요합니다. 직업은 비장애인에게 있어 생활을 유지하는 도구입니다. 일을 통해 자아를 실현한다는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극히 제한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에 비해 발달장애인에게 직업은 돈을 버는 행위보다 생활 자체입니다.
스스로 판단해서 무엇을 찾고 행하는 것이 단순하고 반복되어야 가능하기에 누군가 이끌어 주지 않으면 독립생활은 불가능합니다. 돈 자체는 그들의 행동을 유인하는 도구가 되지 못합니다.
천우가 독립생활을 하기 위한 안전망 두 가지는 제도로서 친구를 만들어 주는 것과 어떤 경우에도 경제적 지원이 끊기지 않는 장치입니다. 오늘 천우에게 “돈을 모으는 것도 좋지만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더니 “힝”하며 돌아서 나갑니다. 발달장애인에게 직업은 생활에 필요한 것을 구하는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로서 가치 있는 존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수단입니다.

일과 보람을 함께하는 발달장애인의 일터 카리타스보호작업장은 포항 시내에서 20여 분, 동해안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작은 농공단지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시골이지만 60명이 각자 크고 작은 작업을 맡아 복사용지, 화장지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중증장애인생산품과 사회적 기업, 친환경 인증제품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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