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교회 안과 밖을 금 그어놓고 생각할 일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부쩍 교회 안 젊은 청년들에게 하나의 트렌드처럼 자리 잡아 가는 게 있다. 다름 아닌 파스카(Pascha) 성서 공부. 이는 요즘 젊은이들이 자신의 미니 홈페이지인 싸이월드를 통해 서로의 문화와 감정을 공유하듯, 파스카 역시 가톨릭 청년들에게는 이제 ‘해야 할’ 또는 ‘해보고 싶은’ 성서공부이자 가톨릭문화 공감대 형성의 장으로 부쩍 떠오르고 있다. 그 가운데 특별히 ‘월성성당 청년회 성서부’의 경우는 짧은 이력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활동이 눈에 띄게 활발하여 찾아가 보았다.
앞서 말했듯이 월성성당에는 ‘성서부’라 하여 따로 이름을 정해두고, 그 아래 여러 팀의 파스카 성서공부 팀이 정해진 요일에 모여 공부를 한다. 비교적 잘 갖추어진 체제 아래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1976년 6월 5일 발족된 파스카 청년성서모임은 창세기를 시작으로 탈출기, 마르코, 요한, 사도행전으로 이어지고, 각 과정이 끝나면 그에 따른 연수도 함께 곁들여진다. 2000년도에 시작된 월성성당 청년회 성서부는 지난 상반기에 비해 몇 팀 줄었다고는 하지만 하반기에도 여전히 강세를 보여, 마르코 1팀과 새로 시작하는 창세기 2팀, 탈출기 5팀 등 모두 8팀이 성서공부를 하고 있다.
기자가 월성성당을 찾은 날, 새로 시작하는 파스카 성서공부 팀의 각 팀 봉사자들이 한데 모였다. 그런데 그들 중 몇몇 낯익은 얼굴들이 보인다. 파스카 봉사뿐만 아니라 주말이면 가톨릭 근로자회관에까지 와서 자원봉사를 하는 이들. 그러고 보니 언젠가 가톨릭근로자회관에 취재를 갔던 날 만난 기억이 떠오른다. 이렇게 여러 곳에서 봉사를 하게 된 이유로 그들은 파스카 성서공부를 손꼽는다. 그리고 이런 활동들은 자신들이 성서공부를 하면서부터 변화된 모습의 한 부분이라며, 당연히 할 일을 할 뿐이라고 말한다. 월성성당 성서부의 창립 회원이기도 한 이지현(프란체스카 로마나) 씨 역시 “처음엔 본당 청년회 활동을 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파스카 성서공부를 시작하게 되었는데, 파스카를 하면서 비로소 신앙에 눈을 뜰 수 있었다.”면서 “파스카는 제가 신앙인으로서 또 봉사자로서 새롭게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준 특별한 체험.”이라고 고백한다.
현재 월성성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들의 모임으로는 교리교사회, 레지오 마리애, 청년회 그리고 성서부 등이 있다. 그런데 이들 단체의 특이한 점은 각 단체들 간에 상호교류를 통하여 서로 회원들을 모집하고 있다는 점이다. 황윤주(빌지니아) 씨의 경우도 교리교사회 활동을 마치게 될 즈음, 자연스럽게 성서부에 가입하여 성서공부를 하게 되었다는데, 끊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음은 파스카 선배들의 세심한 관찰과 보살핌 덕분이라고 한다. 청년들이 어떤 단체를 그만 두게 될 때에는 미리 찾아가서 다시 활동할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만들어 준다는데, 월성성당에서는 그 일을 파스카 팀 봉사자들이 주로 나서서 하고 있다. 따라서 활동의 끝은 또 다른 활동의 시작으로 이어져 청년들의 냉담을 줄일 뿐만 아니라 소속감을 안겨주니, 성당에 가는 즐거움도 커지기 마련이다. 물론 신앙생활을 분위기로 할 수는 없겠지만, 잘 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일 또한 사목자나 일선에 있는 이들이 해야 할 몫이겠다.
월성성당의 청년회 성서부 신충섭(펠릭스) 씨는 파스카가 이렇게 번창할 수밖에 없는 현상들에 대해 “사실 많은 젊은이들 역시 성경을 읽고 싶어 하지만 딱히 적절한 기회가 별로 없었다.”면서 “파스카는 같은 생각을 지니고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한데 모여 함께 성경을 읽고 복음나누기를 통하여 자기의 삶과 다른 사람의 삶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많은 젊은이들의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설명했다.
비단 신충섭 봉사자뿐만 아니라 이날 인터뷰에 참석한 예승희(아녜스), 이미정(바울리나), 이지현(프란체스카 로마나), 장은정(안젤라), 정숙현(수산나), 진성호(루이스), 황윤주(빌지니아) 씨 등 이들 봉사자 모두는 파스카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으로 바로 ?자기 자신의 변화?를 예로 들었다. 이렇게 모여서 성서공부를 하고 복음나누기를 하다 보니 어느 새 자기 자신이 좋은 모습으로 변화되어 있더란다. 그리고 그 변화는 바로 하느님께서 자신들에게 내려주신 생애 가장 큰 축복의 선물이라며, 달뜬 얼굴로 마냥 자랑하는 그들의 모습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건 무엇 때문일까.
그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세상의 달콤한 유혹으로부터 비켜서서 밤을 밝혀가며 하느님의 말씀에 목말라 하고, 그 말씀을 하루라도 빨리 다른 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어 안달하면서 결국 그 갈증을 풀어줄 수 있는 이는 오직 하느님 한 분뿐이라는 것을. 장은정(안젤라) 씨 역시 “처음엔 봉사자가 퍼주는 사랑만 받으며 공부하면서 왜 저렇게 퍼주기만 할까 싶었는데, 이제 자신이 봉사자가 되어 선배봉사자들을 따라 똑같이 그 사랑을 퍼주다 보니 그 마음이 얼마나 기쁘고 행복한지를 알겠다.”면서 “결국 파스카는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얼마 전 가톨릭신문(2005. 10. 23일자)에서 “청년 선교, 해결책은 있는가?”라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교적상 청년들의 수치와 실제 미사참례 청년들 수가 말할 수 없는 차이를 보이고 있는 오늘날 우리 교회의 현실. 그 길목에서 파스카는 젊은이들을 위한 등대 역할을 하고 있다.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겠으나 이끌어주는 선배와 그예 잘 따르는 후배들이 있으니, 지금 이 시간에도 그들은 하느님의 말씀을 배우고 익혀 다시 환원하려 애쓰고 있다. 그리고 하느님께 러브레터를 띄워 보낸다. “마음을 정했습니다. 하느님, 또 공부하기로 말이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