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는 보통 성당 입구에 마련되어 있다. 공적인 전례나 기도뿐만 아니라 사적으로 기도하기 위해 성당에 들어설 때 제일 먼저 성수를 찍어 십자가를 그으며 “내 악한 생각을 없이 하여 주시고 내 잘못을 씻어주소서.”하고 기도할 때 사용한다. 성수는 말 그대로 거룩한 물이다. 그러나 이 물은 세례성사 때의 자연수가 아니라 물에 소금을 조금 넣어 축성한 것이다. 따라서 성세수와는 달리 물속에 소금 성분이 포함되어 있다.
물(자연수)이 세례성사 때에는 영혼의 더러움과 죄를 씻어내어 하느님의 자녀로 태어나게 하는 초자연적인 은총의 상징을 가진 것과는 달리, 성수는 하느님의 자녀들이 일상생활을 통하여 사용하는 모든 집기나 물건들, 집이나 건물 등을 축성하여 성별(聖別)할 때 사용하는 준성사(準聖事)이다. 예를 들면 자동차나 묵주, 집을 축성할 때 성수를 사용한다. 그리고 성당에 들어서면서 성수를 찍어 기도하는 행위는 마음의 정화를 상징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수많은 이슬람교도들이 자기들의 성전에 들어가기 전에 손과 얼굴을 씻고 절대자 앞에 나아간다. 또 유대인들이 시장이나 외출에서 돌아오면 정결 예식을 행하였다. 우리 조상들도 차례를 지낼 때는 목욕제계(沐浴祭戒)를 했다. 하느님 앞에 나아가기 위해 성당 입구에서 성수를 사용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므로 마음의 분심과 걱정거리를 떨쳐버리는 마음의 정화를 위하여 성수를 사용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미사 후에 성당을 나오면서도 성수를 사용하는데, 그것은 전례적으로 볼 때 별 의미가 없다. 이번 기회에 우리가 습관적으로 성수를 사용하지 않는가 생각해 보자. 그리고 가정에서 성수를 가져다가 연도를 하고 나서 망자의 죄의 더러움을 씻어 버리고 하느님의 자비로 영원한 안식에 들게 해달라는 의미로 “망자 편안함에 쉬어지이다.”하고 성수를 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는 그 효과를 너무 과신한 나머지 배탈이나 병을 치유할 목적으로 마시는 경우도 있는데, 그것은 옳지 못하다. 성수는 약이 아니다. 성수를 사용함에 있어 그 의미를 잊어버린 행위나 병의 치유를 위해 마시는 미신적인 행위는 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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