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열기
우리는 보통 사람의 됨됨이를 이야기할 때 ‘저 사람은 참 믿음직스럽다.’, ‘저 사람의 말은 믿을 수 있다.’라는 표현을 곧잘 씁니다. 겸손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며, 또한 무슨 일이든 최선을 다하는 태도를 지닌 사람들에게 우리는 쉽게 마음이 가고, 쉽게 자신을 개방할 수 있습니다.
반면 우리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게 자신의 마음을 닫아버리게 되기도 합니다. ‘그 사람의 말이라면 콩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못 믿겠다.’라고 할 만큼 신뢰가 가지 않는 이들도 간혹 있습니다. 자신의 욕심에 사로잡혀서 사물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나, 그럴싸한 말로 자신을 포장하기에 바쁜 사람들이 바로 그런 사람들입니다. 이밖에도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 가운데 우리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고, 모든 것을 신뢰할 수 있게 해주는 사람들은 거짓없이 올바른 것만 말함으로써, 이 세상에 바른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하고 또한 이 세상에 선과 정의가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람들입니다.
요즈음은 국제 신용평가기관이 있어서 국가도 신용등급이 매겨지는 세상입니다. 신용등급이 어떻게 매겨지느냐에 따라서 그 국가를 대하는 다른 나라의 태도가 달라지기에, 우리 나라도 IMF 이후 떨어진 국가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해 무척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렇게 세상살이 안에서도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중요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가 모든 사람들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얼마나 마음 든든할까요? 부모는 아이가 사람들로부터 신뢰받는 사람이 되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러나 일상생활 안에서 부모의 작은 언행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간과하는 경우들이 참 많이 있습니다.
“엄마한테 전화 오면 없다고 그래. 알았지?”
“아빠가 물어보면 절대로 모른다고 그래. 알았지?”
일상생활에서 부모가 정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별 생각 없이 어린 자녀들에게 하는 이런 말이 결국 거짓말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고, 그 아이가 성장해서도 신뢰받지 못할 원인을 제공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린 자녀와 약속을 지키지 않고 나서 곤란해지면 “아빠가 언제 그런 약속했어?”하며 시치미 떼고 딴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요? 수많은 아이들이 부모의 모습에서 정직이 아닌 거짓을 보며, 일상생활에서 언행이 일치하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보며 사람들을 신뢰할 수 없음을 배우고 있습니다. 인생 최초의 위증(僞證) 모델이 부모가 아닌지 우리 함께 반성해 보아야 하겠습니다.
부모를 신뢰할 수 없는 아이는 이웃을 신뢰할 줄 모르며, 나아가 하느님을 신뢰하는 것도 참으로 어려운 일이 되고 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우리 아이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키울 수 있을까요?
생각하기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의 기본은 ‘정직’이 아닌가 생각해 봅니다. ‘정직’은 건전한 인격과 성실한 사회 생활의 기본이 되는 것입니다. 어린아이들에게 정직을 가르치는 일이 우리 사회를 아름답게 만드는 데 얼마나 중요한 일이며, 이를 이루는 최선의 방도는 바로 우리 어른들이 정직한 모습을 보여주는 길뿐임을 명심해야 하겠습니다.
아울러 신자 가정의 부모는 정직이 아이들의 신앙생활에도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해야 합니다. 어린아이들에게 정직을 가르치는 일은 진리가 통용되는 사회를 만드는 데 중요한 일일뿐만 아니라, 아이들의 신앙이 올바르게 성숙하기 위해 꼭 필요한 밑거름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가정의 아이들이 다른 아이들에 비해서 정직에 대한 의식이 그리 높지 않다면, 지금 우리 아이들의 신앙이 제대로 뿌리내리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부모는 알아들어야 합니다. 정직한 사람이라야 하느님과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잠언 3,32참조).
신앙인인 우리가 다른 이들에 비해 특별히 더 정직해야하는 이유는 우선적으로 우리가 믿는 하느님께서 정직한 분이시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반석이시니 그 하시는 일이 완전하시고, 가시는 길은 곧바르시다. 거짓이 없고 미쁘신 신이시라, 다만 올바르고 곧기만 하시다.”(신명 32, 4).
이스라엘을 에집트로부터 이끌어낸 모세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야훼 하느님을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모세가 노래한 것처럼 언제나 거짓이 없으시며, 올바르고 곧은 길로 우리를 이끄시는 하느님께로 우리 아이들을 인도하기 위해서 정직에 대한 교육은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정직한 사람을 반기시며(1역대 29,17참조), 정직하게 사는 사람은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습니다.(잠언 11, 20참조). 그러므로 부모는 아이들이 하느님께 받아들여지고, 하느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는 데에 우선적인 책임을 진 사람임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정직에 관계된 하느님의 가르침은 이밖에도 많이 있습니다.
“바르게 살면 그 앞이 환히 트이고 마음이 정직하면 즐거움이 돌아온다.”(시편 97,11).
“정직한 사람은 바르게 살아 앞길이 열리지만 사기꾼은 속임수를 쓰다가 제 꾀에 넘어진다.”(잠언 11,3).
“참말만 하는 입술은 길이 남아나지만 거짓말하는 혀는 눈 깜빡할 사이에 잘린다.”(잠언 12,19).
“이웃을 속이고도 장난삼아 그랬다고 하는 자는 불화살과 독화살을 쏘아 대는 미친놈과 같다.”(잠언 26,18-19).
“어떠한 거짓말도 입에 담지 말아라. 거짓말에 아무리 익숙해도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없다.”(집회 7,13).
“거짓말은 사람의 큰 오점이며 무식한 자들은 이것을 다반사로 여긴다.”(집회 20,24).
“악마에게는 진리가 없기 때문에 그는 거짓말을 할 때마다 제 본성을 드러낸다. 악마는 정녕 거짓말장이이며 거짓말의 아비이기 때문이다.”(요한 8,44참조).
“생명을 사랑하고 행복한 날을 보려는 사람은 모름지기 혀를 다스려 악한 말을 못하게 하고 입술을 다물고 거짓말을 못하게 해야 한다.”(1베드 3,10).
‘정직’이 신앙생활에 있어서 이렇게 중요한 것임을 알아들었다면, 부모는 아이들의 거짓말에 좀더 민감하게, 그러나 자연스럽게 대처해야 하겠습니다. 많은 아이가 사실대로 말하면 부모님이 실망할까봐 두려워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따라서 아이가 실수를 하더라도 부모는 아이를 여전히 사랑한다는 조건 없는 부모의 사랑을 알게 해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아이가 부모님은 야단만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들의 두려움이나 잘못된 생각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됩니다.
부모의 정직한 모습과 무조건적인 사랑을 통해서 아이들은 누구보다도 먼저 부모를 ‘신뢰할 수 있는 사람’으로 여기게 됩니다. 그리고 부모에 대한 신뢰를 확인한 아이는 이웃과 하느님께로 그 신뢰의 범위를 확장해 나갈 수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모함으로 십자가에 못박혀 돌아가신 예수님을 부활시키셨고, 예수님의 부활사건은 그분의 삶과 가르침이 참되다는 것을 확인해 주었습니다. 또한 그것은 우리가 예수님의 가르침대로 이 세상을 살고, 예수님께 의지하며 살아갈 때, 영원한 생명을 얻게 된다는 분명한 가르침이었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을 신뢰한다는 것은 우리들이 의문이나, 의심, 또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느님의 뜻’대로 살아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한 언제나 하느님은 사랑이시며, 모든 것을 다스리시고, 항상 우리의 유익을 위하여 일하신다는 것을 믿는 것이 바로 하느님을 신뢰하는 것입니다. 하느님께 대한 이러한 무한한 신뢰는 우리를 영원한 생명에로 이끌 것입니다. 이렇게 하느님은 이 세상에서뿐만 아니라 죽음을 넘어서서 참으로 끝까지 신뢰할 수 있는 분이심을 부모의 생활을 통해 아이들이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할 것입니다.
실천하기
“하느님의 계명을 지키지 않으면서 하느님을 알고 있다고 말하는 자는 거짓말장이이고, 진리를 저버리는 자입니다.”(1요한 2, 4).
정직이란 다른 사람뿐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도 솔직한 것을 말하며, 그것은 행동으로 드러날 때 참 가치를 지닙니다. 그러므로 아이들 스스로 정직한 것이 어떠한 것인지를 이해 할 수 있도록 자신이 흔히 하는 거짓말, 무의식 중에 습관적으로 자주 하는 거짓말은 어떤 것이 있는지 함께 대화해 보면 좋겠습니다. 또한 아이가 거짓말을 한 것이 들통 난 경우 아이가 느끼는 부끄러움, 죄책감과 같은 다양한 감정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것도 좋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아이로 하여금 왜 자신이 거짓말을 했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 주며, 그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했어야 했는지를 알게 해줄 것입니다.
실수를 솔직하게 말하는 것을 칭찬해 주어야 합니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것에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 성장과정을 거친 아이가 커서 진실하고 도덕적인 어른, 즉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들 곧 하느님의 계획에 따라 부르심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모든 일이 서로 작용해서 좋은 결과를 이룬다는 것을 우리는 압니다.”(로마 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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