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뜻을 보면 조용한 곳을 피한다는 것 같지만, 피정이란 말은 조용한 곳으로 피해 간다는 말이다. 성경에 나오는 표현을 보면 “조용히 기도하시려고 산으로 올라가셔서 날이 저물었는데도 거기에 혼자 계셨다.”(마태 14, 23)라는 말과 음식 먹을 시간도 없이 피곤한 상태가 이어지자, “좀 쉬자”(마르 6, 31)라는 제안을 제자들에게 하신다.
하루 동안 우리의 생활 속에서도 휴식이라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 휴식은 낭비하는 것이 아니라 다음의 생활을 활기있게 하기 위함이다. 4세기부터 6세기 경에 이미 번잡한 욕심에 사로잡히기 쉬운 세속을 떠나 한적한 곳으로 가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이들의 열망은 오로지 하느님께로 정진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은수자들이 즐겨 찾았던 장소는 인적이 드문 사막이나 외딴 곳이었다.이들은 일생을 기도와 하느님의 말씀을 음미하는 일에만 몰두하였다. 이들에게서 나오는 영성의 향기를 그리워하여, 이들의 가르침을 받거나 온전히 하느님께 귀의하기 위하여 집단으로 살기 시작하면서 마을을 형성한 것도 기록에 있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 신앙인들에게는 적어도 일 년에 한두 번의 피정이 영성 생활의 보약이 된다. 무엇을 위하여 살고 어디로 가고 있는지? 자신의 영적 통장에서 잔고를 확인하는 작업이다. 본당에서는 공동체 전체가 할 수 있는 특강이나 소그룹별(꾸르실료, 레지오, 성령쇄신 공동체 수련회 등등) 대림절 사순절 9일기도 등을 통하여 개인의 신심을 돈독하게 할 수 잇는 기회가 있다. 그러나 영성의 갈증을 더 느끼는 신자들을 위한 개인 피정 프로그램이 교구 ‘한티 피정의 집’이나 가까운 수도원에서도 운영되고 있으니 많이 이용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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