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저는 자동차 운전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 서울 지리를 잘 모르는데다 여기저기 길이 막히는 경우가 많아서 대부분 대중교통을 이용합니다. 솔직히 처음에는 불편했습니다. 아무리 지하철 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도 걷고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고, 날씨가 좋지 않거나 무거운 짐이라도 있는 날엔 번거로운 일도 생기더군요. 그런데 몇 달 지나고 나니 버스와 지하철을 타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지고 불편하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대중교통 이용이 어느새 제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았나 봅니다.
최근엔 새로운 습관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바로 공공 자전거 ‘따릉이’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주위에 이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고 요금도 저럼해서 이용하기 시작했는데, 지하철역에서 목적지까지 이동할 때 편리하고 재미도 있습니다. ‘뚜벅이’ 생활이 그렇듯 ‘따릉이’ 사용도 익숙해지니 건강에 도움이 되는 것 같고, 주위를 살펴볼 수 있는 여유가 느껴져서 좋습니다. BMW, 자동차는 없어도 자전거(Bicycle) 타고, 지하철(Metro) 타고, 걸어서(Walking) 다니는 중이니, 저도 ‘BMW족’이라 할 수 있겠지요. 물론 예전에도 대중교통을 이용하려고 노력은 했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일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되새겼지만, 생각만큼 잘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생활 환경이 바뀌면서 버스와 지하철을 타는 횟수가 늘어났고, 그것이 모여 자연스레 습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무슨 대단한 결심을 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습관처럼 당연히 지하철역을 오르내리고 자전거를 타는 것뿐입니다. 그것이 생활의 일부가 되니까 별로 의식하지 않게 되고 수고롭다는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사실 습관은 어떤 행위를 되풀이하는 과정에서 익숙해진 행동입니다. 처음에는 낯설고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세 번이 되면서 조금씩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그렇게 습관이 되면 힘들이지 않고도 지속하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안전벨트 착용이 습관이 된 후에는 그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이 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생태적 실천도 마찬가지입니다. 에너지를 절약하고 쓰레기를 덜 만드는 습관이 들면, 그것이 특별히 어렵거나 대단한 일이라고 느껴지지 않습니다.
우리의 하루는 습관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선택들은 많은 경우 신중하게 생각한 결과라기보다는 습관에 의해 이루어집니다. 우리가 매일 행하는 행동의 40%가 의사결정의 결과가 아니라 습관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도 있듯이, 우리가 한 행동의 많은 부분은 습관으로 결정된 일입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습관대로 살아가고, 그 습관은 어떤 형태로든 나와 주위에 영향을 끼치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길들여진 자기 습관을 성찰하고 그것이 바람직한지 식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잘못된 습관이 건강을 해치는 것처럼, 별다른 생각 없이 반복하는 생활 속의 사소한 행동들은 지구 공동체에 상처를 줄 수 있습니다. 반면에 지구를 위한 착한 습관은 이 집의 구성원들을 건강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일회용 컵과 다회용 컵, 물티슈와 손수건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그 선택이 반복되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은 긍정적으로든 부정적으로든 우리의 미래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우리가 지금 어떤 습관을 가지느냐에 따라 앞으로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생태영성은 하느님 창조세계의 안녕을 위해 낡은 습관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삶의 습관을 바꾸어 보자고 우리를 초대합니다. 「찬미받으소서」 회칙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낭비와 버리는 습관”(27항)과 “나쁜 소비 습관”(55항)을 버리고 “새로운 습관”(209항)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가자는 것입니다. 어쩌면 우리네 습관의 변화가 당장 눈에 띄는 효과를 가져오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작은 습관들이 모여 생태적 전환을 이루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는 있지 않을까요? 그런 믿음으로 저는 다시 제가 할 수 있는 작은 습관 하나를 추가하며 오늘을 조금 바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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