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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육 남매 부모 박성백·김지현 부부
우리는 육 남매 부모입니다


정리|박지현 프란체스카 기자

 

성모 성월이자 가정의 달인 5월에는 요즘 보기 드문 모습의 가정을 꾸리고 있는 박성백(모세)·김지현(요비타) 부부를 만나 보았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지역 문화예술가들과 함께 가정의 가치와 가족의 관계를 활발히 회복시키기 위해 활동하는 작은 협동조합을 운영하며 주교좌 계산성당에 다니고 있는 박성백·김지현 부부입니다. 저희는 가족이 조금 많은 편인데 하람, 하영, 하진, 하온, 하윤, 하준까지 육 남매와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결혼 후 자녀가 많아질수록 어떤 생각이 드셨나요?

요비타 : 자녀계획은 성별 관계없이 두 명이었지만 주님의 뜻은 달랐나 봅니다. 넷째를 확인했을 때는 ‘왜 하느님의 부르심에 선뜻 “네!” 하고 응답했을까?’ 하는 후회도 했고, 막내를 가졌을 때는 건강이 좋지 않아 절망적이었는데 가까운 분이 “하느님께서 생명을 주셨다면 그만큼 몸이 건강해진 것이니 기쁘게 지내는 게 좋지 않을까?”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순산했고 예전보다 훨씬 건강해졌습니다.

모세 : 교회 안에 혼인한 부부로서 가정 위에 세우신 하느님의 뜻을 잘 받아들이겠다고 약속드린 이후에 셋째가 생겼고 요비타가 유산하고 넷째를 가졌을 때 저도 가장 힘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다섯째부터는 ‘또 하나의 생명을 우리에게 주셨구나.’라며 온전히 기쁘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아이가 많아질수록 주변의 걱정도 많아졌습니다. 물론 인간적인 걱정과 사랑이었지만 당시 시간강사로 생계를 꾸려가던 제게 대책 없이 아이를 받아들인다는 축하를 가장한 비아냥거림은 꽤 힘들었습니다.

여섯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힘든 점은 무엇일까요?

모세 : 저희 부부가 정한 규칙이 있는데 ‘아이가 원하는 게 죄가 아니라면 무엇이든 해 주려고 노력하자.’입니다. 그러나 아이가 여럿인 만큼 가지고 싶은 물건이 있을 때 무조건 사 줄 수는 없고 언제나 요비타와 상의한 후 결정합니다. 어느 날 가지고 싶은 장난감이 생긴 셋째가 제게 어렵게 이야기를 꺼내더니 “엄마와 같이 결정하셔야죠.”라며 바로 포기해 버렸습니다. 그 모습이 마음 아팠지만 약속인 만큼 요비타와 상의하고 고민하던 며칠 사이에 누군가 셋째가 원하던 장난감과 흡사한 것을 선물해 주셔서 기쁘게 받았습니다. 그때 저는 셋째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희 곁에 엄마, 아빠가 있지만 사실은 더 훌륭한 아빠(하느님)가 하늘에 계신다는 것을 잊지 말고 앞으로 어려운 상황이 생길 때 하느님과 직접 이야기하면 더 잘 들어주실거야.”

여섯 명의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분명 힘든 일이 생깁니다. 그러나 결국 주님께서 모든 것을 알아서 채워 주시고, 저와 요비타는 아이들에게 일상 안에서 하느님과 자연스럽게 관계 맺을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 주면서 우리 가족은 또 한 뼘 성장해 갑니다.

가족여행 중에 기억에 남는 일이 있나요?

요비타 : 첫째가 중학생일 때 제주도에서 관람 열차를 탔는데 모두 탑승한 줄 알고 출발하고 보니 첫째가 없었습니다. 첫째와 둘째가 항상 나머지 동생들을 챙긴 터라 당연히 탔을 줄 알고 신경 쓰지 않았던 찰나에 그런 일이 생긴 것입니다. 아무리 동생이 많다 하더라도 첫째도 아직 보살핌이 필요한 중학생인데 그런 일이 생겨서 많이 섭섭해 했습니다. 그래서 바로 사과하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그때부터 계속 첫째의 손을 잡고 다녔습니다. 이제는 꽤 시간이 흘렀지만 지금도 그 일을 떠올리면 미안한 마음이 가득합니다

 

2023년 합계출산율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출산을 피하는 이들에게 육 남매의 부모로서 어떤 이야기를 해 주시겠어요?

요비타 : 아이가 중심에 있는 자연스러운 순리에 대한 믿음이 필요합니다. 여섯 명의 아이를 키우면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사교육을 피하는 것이었습니다. 학원에 가야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아이에게 제 마음 깊은 곳에서는 학원에 보내고 싶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했고 그럴 여유가 있다면 나중을 위해 차곡차곡 모아주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습니다.

양육에 필요한 비용을 계산하기보다 아이가 세상에서 어떤 삶을 살아갈지 상상해 보는 건 어떨까요? 굉장히 가치 있고 하느님께 내어 드리는 삶을 살아갈 모습을 떠올리며 아이를 키운다면 하루하루가 가슴 벅찰 것입니다. 누구든지 아이를 낳기 전에는 고민이 많겠지만 열린 마음으로 생명을 만난다면 부모와 아이 모두 정말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테니 용기를 가지면 좋겠습니다.

 

부부, 그리고 부모로서의 기쁨을 느낄 수 있도록 가톨릭에서 어떤 것을 해 주면 좋을까요?

요비타 : 조건을 많이 따지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조건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결혼한 지 너무 오래된 부부보다는 결혼 1-5년 차 부부의 모습이 가장 적당하겠습니다. 본당마다 성가정을 이뤄 모범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는 부부가 아직 신혼이라 부를 수 있는 부부를 도와 결혼을 망설이는 젊은이들에게 긍정적인 자극이 되면 좋겠습니다. 현재 교구에 혼인성사 전에 ‘카나혼인강좌’, 예비부부와 혼인한 지 2년 미만의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약혼자주말’, 혼인한 지 5년 이상 된 부부를 대상으로 한 ‘ME주말’이 있는데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원활히 진행되면 좋겠습니다.

모세 : 교회 안에서 사제나 수도자가 설명하는 성가정이 아니라 평신도가 직접 보여주는 성가정의 모습이 가정의 가치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 여겨집니다.

가정생활은 사회 안에서 해 나가는 것이 아닙니다. 요즘 지자체에서 자녀를 낳으면 다양한 혜택을 준다고 하는데 그런 이유로 선뜻 아이를 낳지는 않습니다. 성가정의 삶을 젊은이들에게 직접 보여주고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신앙을 가진 부부로서 행복한 삶을 보여줬을 때 망설임은 확신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