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1월은 한 해 중 아기가 가장 많이 태어나는 달이지만 올 1월 출생아 수는 2만 1000명대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개모차(반려동물용 유모차) 판매율이 유모차 판매율을 넘어섰다. ‘개 같이 벌어 개한테 쓴다.’는 말이 생겼다.
이미 알고 있듯이 작년 기준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OECD 국가 중 최저, 전세계 237개국 중 236위를 차지했다. 237위인 홍콩이 중국의 특별자치구인 것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으로 전세계 꼴찌는 우리나라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 시대적 흐름이 저출산이라 하더라도 우리나라는 너무 낮다. 그렇다면 도대체 원인이 무엇일까?

인구보건복지협회는 3월 26일 ‘제1차 국민인구행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대에서 40대 남녀 각각 500명을 대상으로 시행된 이번 조사는 그들의 가치관이 저출산 문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살펴보기 위해 이루어졌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결혼에 대한 생각과 자녀 출산에 대한 생각이다. 우선 결혼에 대해 기혼이든 미혼이든 경제적 여유와 관계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70%를 육박했다. 즉 결혼 자체에 대해서 부정적인 시각은 크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결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많은 미혼자들이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문제는 자녀 출산이다. 출산 자체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큰 폭으로 증가하였다. 그 이유가 중요하다. 자녀 성장기의 비용(96%), 자녀의 미래에 대한 걱정(88.8%), 자녀가 부모의 자유를 제약함(77%) 등이 대표적 이유로 꼽혔다. 부모에게 자녀는 사랑의 결실이 아니라 생활비 지출의 가장 큰 항목이 되어 버렸다. 매년 올라가는 유아용품 가격을 버텨 내면 청소년기의 사교육비가 기다리고 있다. 지출이 커지니 당연히 맞벌이를 해야 하는데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육아휴직이 필요하다. 좋은 직장은 육아휴직에 대해 경력도 보장해 주지만 대부분은 경력단절로 이어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자녀에 대한 걱정은 그들이 대학을 졸업한 후에도 계속된다. 취업이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자녀의 미래는 부모에게 큰 근심거리가 된다. 이런 현실이다 보니 애초에 자녀를 낳으면 자신들의 생활에 제약이 된다는 생각이 커져 가는 것이다. 매스컴에서는 자녀가 부모에게 줄 수 있는 행복보다 그들로 인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을 다룬다. 혼자 사는 이들과 이혼한 이들에 대해 미화하는 방송도 쏟아지고 있다. 그러면서 국가는 자녀 출산을 하지 않는 부부들을 비판한다. 다자녀 가구에 대한 경제적 지원만을 약속하며, 마치 돈만 주면 자녀 출산 문제가 해결된다는 듯이 단정지어 버린다. 그러니 자녀 출산이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의무가 되어 버렸다. 부정적인 생각은 더욱더 커져 갈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국가는 자녀 출산을 망설이는 부부들의 상황에 더욱 공감해야 한다. 그래야 그들에게 꼭 맞는 지원책을 다양하게 만들어 낼 수 있다. 공감이 최우선이다. 그것이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가톨릭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가톨릭은 혼인의 목적을 부부 사랑과 그 사랑의 결실인 자녀 출산이라고 말한다. 남녀가 혼인으로 하나가 되고 그 결실로 자녀를 낳았을 때 성가정을 이룰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녀 출산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가톨릭은 무엇을 해야 할까? 부부를 위한 ‘ME주말’이나 가족이 함께 미사에 참여하는 ‘가족 미사의 날’, ‘가족 전례 봉사’처럼 이미 존재하는 가족 프로그램들을 더욱 적극적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다. 또한 가족 단위의 신심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족의 진정한 의미와 구성원의 역할에 대한 공감 교육도 필요하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출산을 망설이고 있는 젊은 부부에 대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가톨릭에는 결혼을 앞둔 부부를 위한 ‘카나강좌’와 결혼 후 5년 이내까지 참여할 수 있는 ‘약혼자 주말’이 있다. 바로 자녀 출산을 망설이는 부부가 대상인 교육이다. 이 교육들을 활성화시켜서 그들의 망설임을, 그들의 불안감을, 자녀 출산을 통해 바랄 수 있는 ‘기대’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
자녀 출산에 부정적인 이들을 바꾸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망설이는 이들이다. 출산율이 줄어드는 원인의 이면에는 분명 부부의 망설임이 있다. 자신들의 미래와 태어날 자녀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망설이는 것이다. 즉 그들도 아이를 갖기 싫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들의 불안을 함께 공감해 주고 기대와 행복 속에 자녀 출산을 결심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줘야 한다. 그것이 우리 가톨릭 교회가 해야 할 역할임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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