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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놓는 사람들
되갚아 주시는 하느님


글 우영덕 요셉|불로성당 사회복지위원

예수님께서는 어느 부자들보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봉헌한 과부가 가장 많은 헌금을 한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르 12,41-44 참조)

2년 전 사회복지위원으로서 김장을 함께하고 김치 배달을 할 때 주소를 착각해 어떤 자매님께 배달 실수를 한 적이 있습니다. 2시간 넘게 아파트 CCTV를 돌려 본 후 다행히 되찾아 배달을 해 드렸고, 저의 실수에도 호탕하게 웃으시며 고맙다고 말씀해 주신 자매님께 작년부터는 사회복지위원장이 되어 다시 인사드리게 됐습니다.

76세의 자매님께서는 기초 노령연금으로 생활을 하고 계시지만 여름나기나 명절 때에 가전제품 혹은 식품을 제공해 드리기 위해 어떤 것이 필요한지 여쭤보면 항상 “괜찮습니다, 저보다 더 힘든 사람들에게 나눠주세요.”라고 하십니다. 그리고 한 달에 두 번 자매님 가정으로 빵을 배달해 주는 사회복지위원을 통해 10만 원, 20만 원이 든 봉투를 보내 주셨습니다. 자매님도 3년 전 허리를 크게 다쳐 일을 그만두고 치료하는 중이시고, 올해 초에는 뇌동맥류 수술까지 받아 몸과 마음이 힘든 상황에서도 자신을 위해 봉사하는 분들이 너무 고맙다며 그 마음이 쓰이는 곳에 보태지기를 바라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저희 모두를 지켜보고 계시는 듯 재가대상 중 어려움을 호소하는 분들을 만났고, 자매님 마음을 통해 힘이 될 수 있어서 항상 감사했습니다.

작년 7월경 자매님은 다리 마비와 허리 수술로 입원 치료를 해야한다는 의사의 말에 금전적인 걱정을 하고 계셨습니다. 우선 치료에만 전념하라고 말씀드린 후 저는 행정복지센터와 구청에 연락해 사정을 설명하고 적절한 지원을 부탁드렸습니다. 두 차례에 걸친 대수술과 치료가 잘될 수 있게 성모님께 묵주기도를 바치고 미사도 봉헌하며 간절히 기도드렸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통화를 하면서 안부도 묻고 구청에서의 진행 상황도 전하면서 지냈습니다.

병원비와 간병비만 4천만 원이 넘게 나왔다며 큰 부담과 걱정에 잠이 오지 않는다는 말씀에 함께 마음 아파하던 그날 오후, 기적같이 구청에서 의료급여 자격과 각종 지원이 주어질 거라는 연락을 받고 저도 모르게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소리가 나왔습니다. 이후 자매님은 3개월 정도의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하셨고 이 사연을 들으신 신부님께서는 본당에서의 적극적인 지원을 허락하셨습니다. 그 마음을 전해 드리니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냐면서 너무나 부끄럽고 감사하다.”며 울먹이실 때 '아! 하느님께서 자매님의 따뜻한 마음을 보시고 이 모든 일을 이루어지게 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년 12월 초에는 현금 100만 원이 든 봉투와 멀리서 사는 아들의 고마운 마음을 담은 영양갱 한 박스를 주시면서 “하느님께 받은 사랑이 너무나 커 조금이라도 나누고 싶다.”라고 하시어 어려운 재가대상 가구에게 나누어 주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두 차례나 더 소정의 금액을 전하며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라는 말씀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이것이 바로 주님이 바라신 사랑의 릴레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보조기를 차고 힘겹게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나오는 모습을 보며 자매님께서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기를 간절히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