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건축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사람이 아닙니다. 하지만 수십 년 동안 여러 교회를 다녀 본 경험을 바탕으로, 그리고 세상 안에서 ‘벌어먹는 사람’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빌어먹는 사람’으로 제가 몸담고 있는 교회라는 공간이 이러면 어떨까 늘 고민했던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지난달에 말했던 것처럼, 교회라는 공간에서 하느님을 직접 만나는 성전은 단순해야 합니다. 고딕의 높은 첨탑이 있고 스테인드글라스로 꾸미고 화려한 십자가가 걸린 성전보다 저는 빛과 어둠만 존재하는 성전, 아무 장식도 없는 소박한 십자가가 걸린 그런 곳에서 더 깊은 체험을 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신앙 안에서 살아가는 이유는 결국 예수 그리스도를 닮기 위해, 내 삶의 방식이 예수 그리스도를 드러내기 위한 것이죠. 그 세속과의 다름을 인식하기 위한 공간이 성전이고, 적어도 그 공간에서만큼은 하느님을 수식하는 어떤 것도 없이 빛과 어둠, 그것을 감싸고 있는 침묵을 통해 절대자를 인식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한편으로 성전을 제외한 공간은 사목적인 측면과 하느님 백성의 친교라는 관점에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씀드렸죠. 이왕 교우들의 정성을 모아 많은 비용을 들여 교회를 지을 거면 그 공간이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교회 공간에 모이는 하느님 백성들이 어떻게 친교를 나눌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합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용인제일교회에 피시방이 설치되었다는 소식을 봤습니다. 게임을 하며 부정적인 세상 문화에 접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교회 친구들과 함께 오픈된 공간에서 게임을 하며 교회 문화에 자연스럽게 친숙해지고 복음에 대한 접촉점을 마련하기 위해 설치를 했답니다. 교회에 나오지 않는 친구들이 같이 게임을 하러 교회에 나오고 그렇게 교회 사역자들과 유대관계를 형성해 신앙을 접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이 교회에는 키즈 카페, 실내 축구장, 편의점도 있습니다. 교회 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미용실, 샤워실, 다목적 스튜디오, 개인 연습실, 실내 체육관, 수유실 같은 공간들도 있었습니다. 교회를 건축하며 주중과 주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건축해 다음 세대나 지역주민들 누구나 소통하며 즐길 수 있는 공간이 교회가 되자는 비전을 가지고 건축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처음 교회를 지을 때 건축위원회를 구성한 게 아니라 성신여대 건축학과에 프로젝트를 의뢰해 건축을 진행한 것도 눈에 띕니다. 하느님 백성이 정성을 모아 지은 공간이 하느님 백성의 모임을 위해 어떻게 활용되고 배려되어야 하는지 고민한 흔적이 보입니다. 물론 상업적으로 공간을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을 할 수도 있지만 교회를 소개하는 여러 매체에서는 교회 신도와 지역주민들을 위한 공간이라 나와 있으니 세상과 똑같이 돈벌이를 위한 그런 공간만은 아닐 겁니다.

우리 교구에도 많은 교회 건물이 있습니다. 공간은 넓은데 교리실마저 부족한 곳도 있고, 넓은 주차장이 있지만 건물 안에 들어가면 늘 길을 헤매는 곳도 있죠. 성전 안의 기둥들 때문에 사각지대가 생겨 한 공간에 있지만 모니터 화면으로 미사를 참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교우들의 고민과 바람이 녹아 있는 공간이 아니라 성당 건축 경험이 있다는 이유로 건축회사의 경험만이 담겨 있는 성당들도 있습니다. 앞으로 형성되는 교회의 공간은 좀 더 섬세하고 넓게 바라보며 사목적인 배려와 고민이 담겨 있기를, 그러면서 세속과는 분리되어 하느님을 진실하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간절히 희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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