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제성화의 날을 맞아 6월호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40년간의 사제생활을 마치고 성사전담사제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원유술(야고보) 신부를 만났다.

은퇴 후 어떻게 지내고 계시나요?
형제들 곁인 고령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지내고 있는 요즘, 눈 뜨자마자 거위 두 마리, 오리 한 마리, 칠면조, 닭, 개, 고양이의 먹이를 챙겨 주고 배변처리를 하고 같이 산책하면서 하루를 시작합니다. 은퇴한 지 벌써 몇 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짐정리를 하는 중이고, 처음에는 가족들과 미사를 봉헌하다가 특별한 일정이 없다면 주로 덕곡공소에서 미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담당해 오던 ‘M.B.W.(Movement for a Better World=보다 나은 세계를 위한 운동)’ 활동을 이어가고 있어서 여러 본당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은퇴 후에도 하루하루 바쁘게 지내고 있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더 건강해 보인다고 하고 실제로 전보다 더 건강해졌습니다.
사제로 살아오신 40여 년 동안 사회참여를 많이 하셨습니다. 시대의 아픔과 고통에 함께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1986년에 ‘가톨릭노동청년회(JOC)’ 지도신부로 임명받았습니다. 노동자들과 같이 지내면서 그 당시 사회의 가장 밑바닥을 제대로 보게 됐고, ‘노동’이라면 무조건 탄압부터 하는 모습에 참을 수 없었습니다. 사회가 약자에게 너무 심하다는 것을 곁에서 직접 보고 몸으로 느끼면서 억울한 일이 생기면 직접 변호사를 구하러 다녔고, 개인공장에 찾아가 1인 시위도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당시 지도신부의 평균 임기는 1년이었는데 거의 10년 동안 노동자들과 함께했습니다.
‘노동’을 제대로 알고 돕기 위해 교육을 찾아서 들으러 다녔고, 좀 더 깊이 관심 갖기 시작하면서 그동안 5.18 항쟁의 진실을 알리는 사진전 개최, 국민운동본부 발족, 민족통일연대 등 40여 개의 시민단체 조직, 정의구현사제단 출범, 대구참여연대 창립, 낙천낙선운동본부 활동, 종교인평화회의 구성, 포항환경운동연합 창립 등의 활동을 했습니다.
신부님의 사회참여 활동에 대한 동료 사제들의 반응은 어떠했는지 궁금합니다.
10대부터 사제의 꿈을 갖고 선목소신학교에 입학해 1970년 광주가톨릭대학교(당시 대건신학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광주 교수 사태로 몇 년간 시끄러웠고, 박정희 유신 독재정권, 1979년 10.26, 전두환 신군부의 12.12 군사 쿠데타 시기로 졸업할 때까지 정상적인 수업을 많이 받지 못했지만 1979년에 졸업하고 사제서품을 받았습니다.
광주 사태에 대해서는 다들 굳게 입을 다물 정도로 시대의 아픔을 갖고 살았습니다. 그래서인지 내가 말뿐인 삶이 아니라 온몸을 던져서 약자들과 같이 살아가는 것을 동료들은 자랑스럽게 여깁니다. 특히 작년 12월 27일 사제서품 44주년 기념일에 봉헌된 은퇴미사 때 참석해 준 70여 명의 사제에게 이 자리를 통해 감사를 전합니다.

신부님과의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사회교리’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간단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사회교리’란 매 순간순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 교회가 내놓는 입장으로 종교가 국가로부터 어떤 간섭이나 제약이나 도움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지 관심을 끊는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동안 제가 담당해 온 ‘M.B.W’는 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한 운동을 실천해 나가는 세계적인 하나의 단체입니다. 1939년부터 롬바르디 신부가 복음을 바탕으로 사랑실천운동을 전개하던 중 제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목격하면서 기회가 주어지는 대로 ‘형제애’를 촉구하는 강연운동을 시작했습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가장 근본적인 질문은 바로 “예수님이 왜 이 세상에 오셨는가?”입니다. 그것은 나약하고 죄 많고 온갖 모순투성이인 이 세상을 구원하러 오신 것입니다. 더 이상 종교가 사회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닙니다. 예수님도 세상을 구원하러 오셨고, 요즘 우리는 ‘찬미받으소서’를 실천하고 있고, 우주도 피조물도 그리스도를 머리로 이해하고 구원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또한 약자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근본에는 인간의 존엄성이 있고 인간이 존엄한 이유는 하느님의 모상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가톨릭교회는 인간이 존엄하다고 도덕적으로 이야기하고 법적으로 보호되지 않는 약자를 위해 해야 할 역할을 찾아 생각하고 소리 내어야 합니다.
가톨릭교회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요?
가톨릭교회 구원관의 중점은 가난하고 소외당한 이들의 모습에서 그리스도를 발견하고 그들이 기쁜 소식을 받아들일 수 있을 때 교회가 존재하는 목적이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가난하고 소외당한 이들을 우리의 형제자매요, 구원으로 이끄는데 공동적 책임을 갖고 있는 구성원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단지 무료급식으로 밥 한 끼 먹이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해방시키고 거기서 그리스도의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신자들과 후배 사제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나는 일 년 내내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성탄 때 우리에게 사랑의 복덩이인 예수님을 선물로 주셨습니다. 이제 예수님에 대한 신앙고백에 우리가 응답할 차례입니다. 여러분은 정말 예수님을 믿으며 신앙을 가지고 예수님이 내 삶의 주인이라고 고백하며 살고 있습니까? 여전히 돈이나 권력 등 세상의 가치에 매달려 있지는 않습니까? 예수님은 2000년 전에 오셨지만 아직 우리 삶 속에는 오지 않으셨습니다. 예수님이 우리 삶의 주인으로 오늘 이 시간에 오시길 바라면서 메리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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