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의 결혼과 출산 비율이 심각할 정도로 낮은 요즘, 이번 달에는 월간 〈빛〉 편집부장 이재근(레오)신부가 성김대건성당 조영훈(토마스 베케트)·이정은(율리아) 신혼부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어떤 계기로 결혼을 결심하게 됐나요?
조영훈 : 7년 동안 연애하고 올해 4월 13일에 결혼했습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거나 좋은 일, 특별한 일이 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아내였고, 제 미래를 계획할 때 아내를 떠올리지 않고는 아무런 그림도 그려지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부터 모든 일상을 아내와 함께하고 있는 저를 발견한 순간 결혼을 결심하고 프로포즈를 준비했습니다.
이정은 : 남편은 감정 기복이 심한 저와 달리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항상 저를 존중하고 배려해 줍니다. 무엇보다 ‘이 사람은 언제나 내 편이 되어 주겠다.’라는 생각에 앞으로의 인생을 같이 걸어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결혼’에 대한 요즘 청년들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두 분 모두 본당에서 청년회장을 맡을 정도로 청년회에 깊은 애정을 갖고 오랫동안 활동해 오신 만큼 생생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조영훈 : 아직은 많은 청년들이 ‘결혼’에 대해 긍정적인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혼하기 힘든 이유는 개인적인 성향이 강한 요즘 청년들이 자신이 맞추려 하기보다 자신과 맞는 사람을 찾는데, 생각처럼 쉽지 않습니다. 반대로 연애 중 가치관의 차이, 주거 문제, 불안정한 직업, 결혼비용 등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이유로 결혼할 생각이 없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결혼하기 전 교구에서 실시하는 ‘카나혼인강좌’를 수강하셨습니다. 어떠셨나요?
이정은 :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서 솔직히 ‘꼭 들어야 할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모든 일정을 마친 후에는 현실적인 내용으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30년 넘게 따로 살아온 남녀가 만나 가정을 꾸리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 볼 수 있었고, 다툼과 불화가 생겼을 때 현명하게 대처하고 해결하는 방법 등 올바르고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유익한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청년회를 위해 본당에서, 교회에서 무엇을 해 주면 좋을까요?
조영훈 : 요즘 청년회에서 꾸준히 활동하는 청년은 찾기 힘듭니다. 대부분 취업이나 학업 등 안정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서 “상황이 안정되면 다시 나올게요.”라며 청년회를 떠납니다. 그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이런 경우를 자주 겪으면서 청년회의 원활한 활동이 어려위지고 꾸준히 발전하기 힘듭니다. 게다가 새로운 회원이 가입하는 경우도 아주 드뭅니다.
청년들이 취업 성공으로 사회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취업 준비에 도움 되는 프로그램을 준비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프로그램에 참가한 청년들이 좋은 결과를 얻어 마음의 여유를 되찾아 청년회로 돌아온다면 청년회의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고, 여러 청년들이 함께하는 가운데 소중한 인연을 만나 결혼으로 이어지는 핑크빛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정은 : 얼마 전 불교에서 ‘나는 절로’라는 이름으로 템플스테이를 통한 소개팅 프로그램을 진행해 미혼 청년들이 직접 짝을 만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종교 차원에서 실시한 소개팅 프로그램이었지만 반응은 생각보다 꽤 긍정적이었고 결과도 좋은 편이었다고 합니다. 이처럼 가톨릭에서도 타 본당의 신자를 소개받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청년들이 결혼하지 않는다고 걱정만 하기보다는 그들에게 직접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확실한 목적의 프로그램을 실시하면 처음부터 확고한 의지를 가진 참가자들이 신청할 테니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변에 결혼을 하라고 추천하시겠어요? 그렇다면 어떤 이유일까요?
조영훈 : 아직 결혼한 지 한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꼭! 추천합니다. 준비과정은 복잡하고 힘들었지만 지나고 보니 그 또한 아내와 더욱 돈독해지는 기회가 됐습니다. 남남인 두 사람이 같이 산다는 게 처음에는 많이 불편하고 각자 포기해야 할 부분이 있으니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미래를 준비하는 건 그 무엇보다 행복한 일이고, 지금 우리는 너무 행복합니다. 그래서 저는 ‘결혼을 꼭 하라!’고 추천합니다.
이정은 : 저도 추천합니다. 언제나 내 편인 반쪽을 만나 결혼을 결심한 순간 ‘항상 평화가 가득한 가정을 꾸리며 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습니다. 여기에 하느님께서 자녀를 선물로 주신다면 기쁜 마음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맞이하는 하루, 두 사람이 함께 그려가는 미래, 이토록 달콤한 행복을 더 많은 이들과 같이 느껴 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해 주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조영훈 : 20대 중반에 청년회 활동을 시작해 거기서 아내를 만났고, 청년회장을 5년 동안 했습니다. 매 주일, 주님 성탄 대축일, 주님 부활 대축일 때마다 성당에 머물고 있는 제게 비신자들은 “취업 준비는 안 하냐? 개인 시간도 없이 왜 그렇게 고생하느냐?”고 의아해했습니다. 솔직히 마음이 흔들린 적도 있었지만 묵묵히 활동했습니다. 그리고 결혼식이 끝난 뒤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지금 다시 떠올려 봐도 너무 과분한 축하를 받았습니다. 제가 가진 것에 비해 그토록 많은 축하를 받은 이유는 바로 그동안 성당활동을 열심히 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어떤 대가를 바란 적은 단 한순간도 없었지만 주님께서는 언젠가 다 갚아주십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그동안 청년회 활동을 하며 보낸 매 순간순간이 너무 감사하고 축복된 시간이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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