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부가 되고 나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방학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학생 신분을 마친 사람이라면 누구나 마주하는 상황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제 삶에 방학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15주간의 학기를 보내면 방학입니다. 물론 해야 할 일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학기중 보다는 확실히 여유롭고 안정적입니다. 방학이 왜 좋을까? 학생 때는 매일 아침 힘들게 일어나서 가야 되는 학교를 가지 않는 것 자체가 좋았던 것 같고 지금은 단순한 여유보다는 삶의 패턴이 바뀌는 것에 대한 해방감 같은 것을 느끼는 듯합니다. 정해진 일과가 있고 너무 다양한 일을 다채롭게 해야 되는 학교생활을 잠시 멈추고 숨 고르기 할 수 있는 상태. 그것이 방학이 주는 기쁨인 것 같습니다.
중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기분이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이전 중국에도 방학이 주는 숨 고르기가 있었습니다. 중국에 살면서 자녀를 키우는 집은 대부분 방학이면 한국에 들어갑니다. 자주 못 찾아뵈었던 할머니 할아버지도 만나고, 병원도 가고, 여행도 가면서 잠시 떠나 방학을 즐깁니다. 사실 이때 아이들보다 더 행복한 것은 어머니들입니다. 아무래도 외국생활이다 보니 답답한 것도 많고 쉽지 않은 상황이 많습니다. 문화생활도 할 수 있는 기회가 잘 없습니다. 방학이 되어 한국에 오면 어머니들도 마치 휴가를 보내듯 기쁘게 한국생활을 즐깁니다. 남겨진 아버지들은 어떨까요? 역시나 행복합니다. 아직 직장이 있고 할 일이 있는 아버지들은 가족과 잠시 떨어져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나 봅니다. 이렇게 모두 행복하게 방학생활을 즐깁니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잠시 숨 고르기 하는 시간, 또 다른 일상이 주어지지만 일상의 바뀜이 각자의 삶에 해방감을 가져다줍니다. 물론 계속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약속이 있어서 더 누릴 수 있는 시간일 것입니다.

학생들에게 방학 때 무엇을 할 계획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국토대장정 신청해 놨어요.’, ‘일본 갈려고요.’, ‘방학 알바 구하고 있어요.’, ‘우리과 교수님이 연수 신청하래요.’, ‘기숙사에서 나가야 돼서 본가 갈려고요.’,‘자격증 준비할려고요.’ 물론 계획이 없는 친구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대부분 하고 싶은 게 많습니다. 좋은 기회와 함께할 친구만 있다면 무엇이든 해 보고 싶습니다. 이렇게 다른 일상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 자체가 인생을 풍요롭게, 활기차게 만드는 요건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학생들에게 다른 질문을 해 봤습니다. “그래도 방학 끝나갈 때 되면 학교 오고 싶지?” 대답은 “아니오.” 역시 학생에게 학교는 학교인 모양입니다. 그래도 분명 졸업하고 나면 지금의 시간이 너무나 그립겠지요. 학생이라는 신분으로 살면서 고민하고 준비하고 노력한 만큼 자신의 성장과 함께했던 학교가 그리워지길 바랍니다. 그때 학교라는 장소와 이곳의 추억이 잠시 숨 고르기 할 수 있는 장소와 기억으로 남길 바랍니다.
“우리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는?”이라는 질문에 어느 유명한 교수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 우리의 일상이 묻어 있는 이곳에는 기쁜 일도 있겠지만 많은 고민과 상처와 기억들이 남겨져 있는 곳이라 편하게 쉴 수 없다. 더 많은 창의적인 생각도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새로운 곳, 처음 가는 낯선 곳에서는 아무런 기억이 없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보고 느낄 수 있다. 그게 우리의 휴가이다. - 그래서 몸이 힘들 것을 알면서도 굳이 여행을 간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학교라는 곳이 모두에게 행복한 기억만 있는 곳은 아닐 것입니다. 몸에 맞지 않아서 몸부림치는 사람도 있고, 비교를 통한 박탈감을 느끼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사람사이에서 벌어지는 질투, 시기, 혐오, 갈등 이런 것들도 존재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생에서 가장 봄 같은 시간을 보냈던 곳이 대학교, 대학생 시절일 테니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지치고 힘들 때면 언제든 학교에 돌아와 봄 같았던 자신들의 시간을 꺼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요즘 학생들과 시간을 보낼 때면 학생들의 사진을 많이 찍어 줍니다. 자꾸 찍다 보니 사진이 점점 좋아지군요. 봄 같은 시간을 남겨 주고 싶은 마음이 이렇게라도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