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다리 놓는 사람들
훨훨 날아가는 작은 나눔 큰 행복


글 김말순 마르타|효자성당 사회복지위원

 

흔히 볼 수 있는 너른 들판에 핀 민들레의 꽃말은 자유롭고 순수한 마음입니다. 민들레 씨앗은 훨훨 날아가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고 땅속 깊이 박힌 뿌리의 모습에서는 인내와 신념을 배울 수 있습니다.

본당사회복지회 활동을 하면서 어려움이 있을 때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소박한 민들레꽃을 떠올리며 초심을 잃지 않으려고 합니다. 연로하신 고령의 독거 어르신 댁을 방문할 때마다 꼬옥 안아 주시는 할머니의 여린 가슴에서 가져간 물건이나 마음보다 더 큰 사랑을 한아름 받고 올 때가 많습니다.

스무 명 남짓 되는 대상자 분들에게 매월 전달되는 물품들은 가정방문이나 일주일에 한두 번씩 하는 안부 전화로 얻은 정보를 통해 구입해 다음 방문 때 전달해 드립니다.

유난히도 더웠던 지난 여름 4대리구 사회복지회에서는 “친교의 해 삼복더위 극복! 동네 어르신 영양식 지원” 사업을 통해 지역의 어려운 어르신과의 만남, 쉬는 교우 어르신과의 만남을 통해 그분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소통하는 뜻깊은 시간을 가졌습니다.

청각장애를 가진 미소가 고운 자매님이 계시는데 알아듣기 힘든 발음 때문에 초반에는 소통에 다소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어느 날 전화로 ‘영양식 지원사업’에 대해 설명을 드렸는데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자매님의 말씀을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매님이 몇 번이나 반복해서 말씀을 해 주시는데도 저는 알아듣지 못해 정말 미안했습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용기를 내어 “다시 한번 더 말씀해 주세요.”를 몇 번이나 반복한 끝에 드디어 자매님이 하시는 말씀을 알아듣게 되었습니다. 그때 우리는 무언가를 함께 이루어 낸 동료같이 수화기 너머로 깔깔거리며 아이처럼 웃으며 마음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자매님의 대답은 영양식 지원사업으로 식당과 카페를 가보고 싶다는 뜻밖의 이야기였습니다. 4대리구 사회복지사님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대상자의 상황과 욕구에 맞춰 진행해도 된다는 답변을 듣고 방문, 외식 등 대상자 분들의 욕구에 맞춰 다양한 방법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영양식, 떡, 과일, 집에서 직접 만든 식혜 등을 포장해서 전달했습니다. 또한 미용기술을 가진 본당 자매님이 영양식 지원사업 일정에 맞춰 재능기부를 해 주셨습니다.

이후에도 미소가 고운 자매님과 만날 때면 마음과 귀를 활짝 열고 대화를 했습니다. 자매님의 이야기를 알아듣고 공감해 줄 때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셨고 그런 모습을 보면서 저 또한 덩달아 신이 나고 가슴이 따뜻해졌습니다.

민들레 씨앗들이 멀리멀리 날아가 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사랑의 꽃을 피우고 깊은 뿌리가 내려질 수 있도록 앞으로도 기쁜 마음으로 하느님의 이웃사랑을 실천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