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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영아 부모 이수성(라자로)·이가인(임마누엘라)
친구 같은 부모가 되고 싶어요


정리|박지현 프란체스카 기자

 

8월호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 영아 부모를 만나기로 결정한 후 만촌2동성당 이수성(라자로)·이가인(임마누엘라) 부부를 섭외했다. 만남을 약속한 6월의 어느 주일, 부모와 이란성 쌍둥이, 그리고 아이들의 할머니까지 총출동한 취재 현장은 평소와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편집부장 이재근(레오) 신부는 “그동안 많은 이들을 만났지만 오늘처럼 설레는 분위기는 처음인 것 같다.”면서 인터뷰를 시작했다.

쌍둥이 임신을 확인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먼저 임신테스트기로 확인했는데 실감이 나지 않아 얼른 병원에 갔습니다. 병원에 가기 전날까지는 쌍둥이인지 확실치 않아서 “설마 쌍둥이겠어?”라며 둘이 장난도 쳤는데 병원에 갔더니 아기집이 두 개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요즘 초저출산시대라지만 저희 부부는 걱정보다는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임신으로 나를 빼닮은 아이가 태어난다는 행복도 있지만 혹시 불안감이나 걱정은 없었나요?

라자로 : 한 명만 낳아서 잘 기르자는 마음이었기에 쌍둥이라는 말을 듣고 처음에는 놀랐지만 하느님께서 주신 귀한 선물이기에 고민할 필요도 없이 예쁘게 키우기로 다짐했습니다.

임마누엘라 : 아이들의 태명이 토토와 마토입니다. 주변에서는 ‘토마토’에서 따온 말인 줄 아시는데 토끼의 해에서 ‘토’를, 사마귀가 나온 태몽에서 ‘마’를 따와서 지었습니다. 사마귀가 나오는 태몽은 흔치 않은데 색상이 예쁘고 정말 큰 사마귀가 여러 마리 있었습니다. 너무 무서워서 도망치려는데 한 마리가 제게 붙어서 남편에게 떼어 달라고 했는데 남편에게도 한 마리가 붙어서 사마귀 두 마리가 우리 둘에게 붙는 꿈을 꿨습니다. 그렇게 소중한 우리 로운(비오)이와 로아(비아)가 생겼습니다. 다행히 입덧은 없었지만 배 속에 두 명을 품고 있다 보니 만삭이 다가올수록 배가 너무 많이 나와서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다리가 많이 부어서 걷는 것도 쉽지 않아서 몸은 많이 힘들었지만 쌍둥이를 만날 생각에 하루하루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릴 뿐, 불안이나 걱정은 없었습니다.

교구 가정복음화국에서 주관하는 임신부 축복 미사에 꾸준히 참례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참석하게 되었나요?

임마누엘라 : 20주차에 진행되는 정밀초음파검사에서 비오의 건강에 약간 문제가 있다는 소견이 나와서 대학병원으로 전원했습니다. 그때 너무 힘들어서 많이 울고 가족 외에는 말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는데 본당에서 미사를 참례하던 중 주보를 통해 ‘임신부 축복 미사’를 알게 됐습니다. 그 미사에 오신 분들에게 제 상황을 솔직히 터놓았더니 다들 아이를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어서 진심으로 우리 비오를 위해 기도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저도 마음을 나누고 기도할 수 있어서 임신부 축복 미사에 꾸준히 참례했습니다.

 

2023년 7월에 태어난 쌍둥이가 곧 들을 맞이하는데 1년 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행복했던 순간을 들려 주세요.

라자로 : 아이가 두 명이다 보니 육아가 두 배로 힘들긴 하지만 무엇보다 아이들이 아플 때 가장 힘듭니다. 로운이는 임신 중에 아프다는 진단을 받아 마음이 아팠고, 로아는 태어난 후에 열이 나서 링거를 맞은 적이 있는데 저 작은 몸에 주삿바늘을 꽃은 모습을 보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앞으로 아이들이 자라면서 또 그런 상황이 생기겠지만 최대한 아이들이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아이들이 저를 보면서 환하게 웃어 주는 순간은 그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합니다.

아이들과 성당에 처음 갔던 날이 기억나세요? 그때 신자들의 반응은 어땠나요?

임마누엘라 : 본당에서 출산한 부부는 저희가 오래간만이고 쌍둥이라서 더 예뻐해 주셨어요. 유아실에서 미사를 참례했는데 조용한 성찬의 전례 중에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크게 울어서 너무 당황스럽고 죄송했습니다. 그러나 신자 분들이 “아기들이 다 그렇지.”라며 너그럽게 이해해 주셔서 얼마나 감사했는지 몰라요. 이것이 비오·비아의 첫 성당 방문 기억입니다.

 

신앙생활을 하면서 임신과 출산을 하셨고, 앞으로 아이들도 신앙생활을 하게 될 텐데 성당에 바라는 점이 있을까요?

임마누엘라 : 또래가 없는 본당에서는 미사참례만 했는데 임신부 축복 미사에 가면 임신부, 예비 부모가 모였으니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고 힘이 됐습니다. 현재 본당에 여러 제단체가 구성되어 있지만 그 외에 비슷한 또래 혹은 비슷한 상황을 겪고 있는 집단끼리의 모임이 형성되면 정보도 공유하고 신앙생활도 같이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각 본당에서 이런 부분을 고려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앞으로 로운(비오)이와 로아(비아)에게 어떤 부모가 되고 싶으신가요?

라자로 : 우리 시대의 아버지는 대부분 무뚝뚝하셨지만 저는 아이들과 많이 놀아주고 친근한, 친구 같은 아버지가 되고 싶습니다. 아직 겪어보지 못한 사춘기가 조금 걱정되지만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아이들이 가장 먼저 부모를 찾을 수 있는 관계를 만들고 싶습니다.

임마누엘라 : 무엇보다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엄마가 되고 싶습니다. 제 욕심 때문에 강압적으로 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원하는 게 있으면 서로 소통해서 조율하는 그런 부모와 자녀 사이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