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하루도 하느님 말씀에 따라 이웃사랑을 실천하기 위해 모인 우리 사회복지위원들은 ‘행복한 웃음으로 안전하게 마무리할 수 있도록 저희를 보살펴 주소서! 아멘.’이라는 기도를 합니다.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형제님, 김치 양념 안쪽으로 옮겨 주세요.” 라는 힘찬 목소리로 봉사의 시작을 알리며 주방은 바로 바쁜 새벽시장을 보듯 부산해지기 시작합니다.
맛난 반찬을 만들어 대상자 한 분 한 분께 드리면서 그간의 생활을 여쭙고 돌아오기를 반복합니다. 그러던 중 세 달 간격으로 부모님을 여의고 우울증에 시달리며 은둔하고 있는 44세의 자매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회의를 통해 이 자매님에게 더 많은 관심을 주어야 한다는 결론과 함께 우울증 치료의 필요성이 중요하다는 판단에 간호사로 근무하고 있는 사회복지위원으로 하여금 전담하게 했습니다. 또한 반찬 나눔에 그치지 않고,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대화를 이어 오던 중 자매님은 조금씩 삶의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몸을 단장하고 주일 미사에 참례하고, 지인을 만나기 위해 외출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좀 더 적극적으로 자매님에게 다가가기로 했습니다. 자매님에게 자주 전화를 해 관심을 보였고, 시간이 허락하면 만나 함께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는 등 라포 형성에 중점을 두고 다가가기를 반복하던 중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매님이 먼저 이야기를 하고 싶다는 연락을 해 왔고 기쁜 마음으로 함께 시간을 보내던 중 뜻밖에도 자매님이 이웃을 돌보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는지 물어왔습니다. 이 말을 전해 들은 우리는 본당 사회복지위원으로 활동하면 교회 제도권 안에서 이웃에 대한 봉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는 답을 전달했고, 자매님이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기나긴 코로나19 터널을 지나 반찬 나눔을 시작하면서 조심스럽게 자매님에게 봉사하기를 청했고 자매님은 감사해 하며 나섰습니다. 위원 한 분 한 분의 관심과 진실한 마음이 자매님의 변화에 도움이 되어, 본당 사회복지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점차 정서적 안정을 찾아가며 반찬 나눔 봉사에 없으면 안 되는 보배가 되었습니다. 자매님에게는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지만, 주님 사랑 안에서 우리의 작은 관심이 소외된 이웃과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너희 가운데 두 사람이 이 땅에서 마음을 모아 무엇이든 청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이루어 주실 것이다.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 있기 때문이다.”(마태 18,19-20)
“이웃사랑은 관심에서 시작되고 봉사는 사랑의 실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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