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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시선
나를 반성하게 만든 청년


글 이재근 레오 신부|월간 〈빛 〉편집부장 겸 교구 문화홍보국 차장

판단과 이해

오늘날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연결되어 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종종 서로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 어려움은 서로가 서로를 위해 노력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방법이다. 한마디로 쉽지 않다는 말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해’ 보다는 훨씬 더 간편한 방법인 ‘판단’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여기,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20년째 지속해 오는 모임이 있다. 그 어려운 일을 20년째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노력을 하는 주체가 일반 성인이 아닌 청년들이다. 바로 대구대교구와 잘츠부르크대교구의 청년 교류 모임이다.

대구대교구-잘츠부르크대교구 청년 교류 모임

2005년에 시작된 이 행사는 중간에 코로나19로 중단된 적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꾸준히 이어져 오고 있다. 올해로 20년째를 맞이하는 이 행사가 지난 7월, 대구에서 있었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어, 믿음이라는 공통분모로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기 위해 오스트리아에서 22명의 청년이 대구를 찾아왔다. 6박 7일이라는 시간을 보내면서 한국 가톨릭 가정에 소속되어 여러 가지 체험을 했다.

서로의 신앙과 문화, 그리고 가족의 사랑까지. 함께 미사에 참례하고 오스트리아에서는 보지 못한 바다를 구경하고, 한복도 입어 보고 야구장을 찾아가 한국의 응원 문화도 체험했다. 그리고 한국인은 가족을 어떻게 사랑하는지를 직접 가족 구성원이 되어 체험했다. 물론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 따른 어려움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어려움을 도전으로 생각했다. 피하지 않았고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고 양보했다. 더 나아가 서로의 아픔까지도 함께하려고 했다. 한국의 분단 상황과 탈북민에 대한 특강이 그 증거이다. 이 특강은 오로지 잘츠부르크 청년들의 요청으로 마련되었다. 그들은 우리를 구경하러 온 관광객이 아닌 ‘함께’하기 위해 온 친구였던 것이다.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이번 행사의 주제인 루카 복음 24장 15절의 말씀이다. 6박 7일 동안 대구와 잘츠부르크 청년들은 ‘함께’했다. 모든 것을 나누고 공유했다. 심지어 아픔까지도.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통해 그들은 한층 더 성장했다. 그것은 단순히 어른으로서의 성장이 아니라 이미 기성세대를 뛰어넘은 새로운 세대로서의 성장이었다. 그래서 그들의 모습은 기성세대인 나 자신을 반성하게 만들고 동시에 미래를 희망하게 만들어 줬다.

24일 오전 10시, 마지막 미사를 앞두고 잘츠부르크 청년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들의 표정은 즐거움을 넘어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일주일간 겪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커다란 눈을 반짝였다. 서로 다른 문화와 언어 속에서 살아온 청년들이 예수님에 대한 믿음 하나로 어떻게 친교를 이루고 함께했는지, 그 결과가 그들 각자에게 얼마나 큰 은총으로 주어졌는지 느낄 수 있었다.

우리 어른들이 해야 할 역할은 명확하다.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어 주고 그들을 지지해 주는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 갈 미래에 공짜로 얹혀 가는 입장으로서 청년들에 대한 우리 기성세대의 지원은 베풂이 아닌 의무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