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마흔의 나이가 되면 ‘어떤 것에도 흔들리면 안 된다.’는 의미에서 ‘불혹(不惑)’이라는 말을 사용했다. 그만큼 마흔이 넘으면 인생의 중심에 선 자신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10월호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아내이자 어머니, 개인 사업자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40대 신앙인 채수경(소피아, 지묘성당) 씨를 만났다.

자기소개를 해 주세요.
‘소피아 레더 앤 커피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채수경입니다. 현재 가죽공예 강사로 활동하는 저는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가죽공예와 커피’에 대한 출강을 나가고 있습니다. 어느새 커피와는 13년째, 가죽공예와는 11년째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그동안 일을 해 오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3?4년 전쯤 일본에서 여기까지 직접 찾아오신 일본인이 떠 오릅니다. SNS에 올린 제 디자인을 보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디자인과 잘 어울려 저를 꼭 만나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오셨다고 했습니다. 번역기를 이용하다 보니 원활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못해 아쉬웠지만 서로 작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진심을 나눴습니다. SNS만 보고 공방까지 찾아오신 그분에게 저는 크게 감동받았고, 그때 이 일에 보람을 느꼈습니다.

가정 안에서 일과 엄마 역할의 균형을 위해 특별히 노력하는 부분이 있나요?
저는 남편, 딸(25세), 아들(19세)과 4인 가족을 이루고 있습니다. 올해 고3인 아들에게 ‘네가 원하는 건 뭐든 다 해 줄 수 있다.’고 응원하며 키웠는데 워낙 착한 아들이라 특별히 바라는 것 없이 지금껏 잘 자라 주었습니다. 고2 때까지 예비신학교에 나가는 모습을 보고 저는 사제가 되길 바랐지만 올해부터 공부에 집중하고 싶다는 아들의 결심에 지금은 평범한 스무 살을 맞이할 수 있도록 제 능력 안에서 최대한 지원하고 있습니다.
아들과 달리 20대인 딸과의 관계는 또 다른 숙제입니다. 취업난으로 힘들어하는 딸의 모습이 제 눈에는 그저 나약해 보일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저와 딸, 두 사람의 생각과 입장이 부딪힐 때가 있는데 해결 방법은 결국 ‘대화’입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이라도 매일 딸과 대화하려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원한 해결책은 찾지 못했지만 그래도 20대 딸이 저와 스스럼없이 대화하는 것에 감사합니다.
아이들이 점점 성장하면서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시간을 갖는 게 생각보다 힘듭니다. 그래서 틈날 때마다 함께 모여 ‘밥’을 먹으면서 아이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 나를 위한 스트레스 해소법이나 취미가 있나요?
운전, 그리고 떠나는 걸 좋아합니다. 오로지 여행을 위한 모임이 있을 정도로 떠나는 것을 좋아해 틈만 나면 계획을 세웁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신앙과 결부해 성지순례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교구 성지 안내봉사회원으로 활동하며 성지, 순교자에 대한 관심이 깊어져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나 책에서 본 곳, 좋아하는 성인과 연관된 곳은 꼭 한 번 가 보자는 결심으로 찾아갑니다. 그리고 평소에 즐기던 ‘역사책 읽기’가 요즘 제 생활과 잘 어우러져 성지안내를 위해 더 많은 자료를 찾아서 읽고 수집하는 즐거움을 안겨 주고 있습니다.
신앙을 갖게 된 계기와 신앙이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들려주세요.
남편과 연애 중이던 20대 초반에 ‘종교를 가져보면 어떻겠냐?’는 시어머니의 권유로 1995년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때 본당에 계시던 수녀님과는 아직도 만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무슨 일을 시작할 때 항상 기도하는 제게 신앙은 저를 지탱하는 힘이 됩니다.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이 “사람이 무엇이기에 이토록 돌보아 주십니까?”(시편 8,5)인데 제 곁에서 저의 모든 일을 이끌어 주시는 주님께 항상 큰 빚을 지고 있다는 생각으로 매 순간 조금만 더 열심히 살아가자고 다짐합니다.
20년 넘게 신앙생활을 해 오면서 냉담한 적도 있지만 딸의 첫영성체를 계기로 다시 돌아와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가지 이유, 특히 사람들과의 관계로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때 ‘내가 따르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오로지 하느님!’이라는 것을 깨닫고 요즘은 묵묵히 본당미사에 참례하며 교구 성지안내봉사회, 성모당 전례봉사회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요즘 20~30대에게 어떤 조언을 해 주고 싶으세요?
여행을 많이 다니라고 하겠습니다. 지금의 생활에 안주하기 보다 떠나서 많이 보고 느끼며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것이 인생에 있어서 너무 중요하다고 말해 주고 싶습니다. 물론 떠난다고 모든 게 즐겁고 행복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외 어디든 새로운 곳에서 겪게 되는 예기치 못한 상황, 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생각의 범위가 훨씬 넓어집니다. “떠나세요!”

40년 넘는 세월을 살아오면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나 자신에 대한 존경’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자신이 잘났다는 생각을 가지라는 의미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든 내가 가진 것을 남들에게 베풀기 위해서는 스스로 나 자신을 존경해야 그렇게 행동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10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 같나요?
지금부터 계획하고 있는 두 가지를 실행하고 있을 것 같습니다. 성지, 성인을 좋아해 여러 종류의 성지해설을 하고픈 바람을 갖고 있는 저는 국내분만 아니라 더 먼 곳을 목표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서 제가 공부했던 내용을 바탕으로 순례자들이 좀 더 즐겁게 순례할 수 있도록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오롯이 제 손길로 만든 십자가 전시회를 꼭 한번 열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저는 신앙적으로 많이 성숙하지도 않고 제 나름의 신앙생활을 하고 있을 뿐이지만 언제나 제 곁에 주님이 계시다는 것을 깨닫고 그 힘으로 살아갑니다. 여러분도 힘든 길을 걸어갈 때 네 개가 아닌 두 개의 발자국, 주님께서 나를 업고 가신다고 생각해 보세요. 나 홀로 걸어온 순간보다 주님께서 나를 업고 와 주셨기에 이렇게 내 삶을 지탱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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