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지난 3월 19일 제25대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취임한 박윤경(세실리아, 상동성당) 회장을 만났다.
대구상공회의소 역사 118년 만에 첫 여성 회장으로 추대 형식이 아니라 24년 만에 경선을 통해 선출되셨습니다. 회장 선출 준비 과정과 당선 소감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25년째 KK주식회사(경북광유)를 운영하고 있는데 올해로 창업 97년을 맞은 대구경북 납세 1호 기업입니다. 저희 회사가 오랜 역사를 가진 탄탄한 기업이라며 작년부터 제게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출마 권유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크게 마음 두지 않고 2월에 그동안 회사생활로 평생 가 보지 못했던 성모발현지 성지순례를 갔습니다. 은총의 시간을 보내고 한국에 돌아온 다음 날, 신문에 제 의사도 확인하지 않고 출마한다는 기사가 실렸습니다. 고민하던 저는 지금까지 추대로 선출됐다는 선배님들의 의견에 마음을 결정했습니다. 이후 경선이 치뤄졌지만 선거운동은 전혀 하지 않고 모든 것은 주님의 뜻이라 여겼습니다. 경선 당일에도 아침미사에 참례하고 당선 순간에도 ‘열심히 하라는 주님의 뜻이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도 결과 상관없이 미리 넣어 둔 미사에 참례하기 위해 성당부터 갔습니다.
제가 첫 여성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에 당선된 것은 주위에서 많이 기도해 주시고 도와주신 덕분입니다.
앞으로 3년의 임기 동안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가요?
특별히 거창한 계획보다는 있는 것을 잘 챙겨서 소리 없이 강한 대구상공회의소가 되면 좋겠습니다. 언론에 주목받는 것보다 상공인들의 힘들고 어려운 부분을 도와드리겠습니다. 어렵고 힘든 기업을 돕고, 아이디어 많은 청년들을 적극적으로 도와 젊은 대구가 될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가톨릭 신자로, 기업인으로 살아오면서 가장 좋아하고 힘이 되는 성경 구절이 있나요?
“서로 사랑하여라.”(요한 13,34)입니다. 예수님께서 간절한 마음으로 하신 이 말씀을 통해 힘을 얻습니다. 평소에 가장 좋아하던 성경 구절인데 이사 와서 상동성당에 갔더니 입구에 적혀 있어서 너무 신기하고 기뻤습니다. 성당에 갈 때마다 “서로 사랑하여라.”가 가장 먼저 저를 맞이해 참 좋습니다.
신앙과 경영을 병행하는 것이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균형을 맞추고 있나요?
가족들이 제게 낮에는 경영하고, 저녁에는 성당에 간다고 주경야‘교’의 삶이라고 합니다. 1980년대에 세례받은 저는 20년 동안 수성성당에서 레지오단원으로 활동하다가 부득이하게 쉬게 되면서 20년 후에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결심한 후 20년 만에 다시 수성성당 저녁 레지오에 입단했습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회합이 어려워졌고 이사를 오면서 지금은 상동성당에서 레지오를 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얼마 전부터 교구 성서사도직에서 주관하는 ‘성서백주간’을 시작해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임기 동안 열심히 참여하고자 합니다.
젊은 시절부터 늘 성당 가까이 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는데 드디어 그 바람이 이루어진 만큼 저녁 시간은 거의 성당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경영인으로 살다 보면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있을 텐데 신앙인으로 좋은 결정을 내린 적이 있나요?
어떤 결정을 할 때마다 항상 ‘올바르게 판단할 기회를 달라.’고 기도합니다. 그동안 경영인으로 살아오면서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순간이 참 많았습니다.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앞으로 그런 순간은 더 많아질 것입니다. 그때마다 더욱더 주님께 의지하고 기도하는 것이 최선이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오랫동안 인연을 맺고 있는 원로 사제들과 수도자들을 자주 찾아뵙고 이야기 나누면서 삶의 지혜를 얹습니다.
마지막으로 교구민과 〈빛〉 잡지 애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요즘 경제도, 사회도 어려운 만큼 다들 여러 가지로 힘든 일이 많겠지만 가톨릭 신자인 우리는 주님의 뜻에 맡긴 채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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