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가을 햇살이 좋습니다. 특히 선선한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주는 생소한 행복감이 좋습니다. 한쪽은 차갑고 다른 한쪽은 따뜻하지만 이 둘이 만나면 생각지도 못한 행복감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문득 이번 글의 주제인 정치와 종교도 이와 같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둘은 언뜻 보기에 전혀 다른 영역처럼 보이지만, 사실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치는 우리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힘입니다. 그리고 종교는 우리의 영혼과 마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힘입니다. 둘 다 인간 사회를 이루는 가장 중요한 기둥이라고 할 수 있겠죠. 때때로 이 둘은 충돌합니다. 하지만 서로 보완하며 조화를 이루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우리가 행복한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이끌어 줍니다.
어릴 적 주일학교에서 보여 줬던 영화가 문득 떠오릅니다. ‘신부님신부님 우리 신부님’이라는 외국 영화였습니다. 주인공은 ‘신부’와 그 마을 ‘시장’입니다. 정치인과 종교인이죠. 둘은 걸핏하면 싸웁니다. 시에서 사냥하지 말라고 금지한 장소에서 대놓고 사냥을 하는 신부의 모습이나 가톨릭의 중요한 축제일에 맞춰 시끄럽게 마을 행사를 열어 버리는 시장의 모습은 영화의 의도처럼 웃음을 줍니다. 특히 마주치기만 해도 서로 찬바람을 생생 날리며 으르렁거리는 모습은 폭소를 터뜨리게 만듭니다. 그런데 정말 중요한 부분은 후반에 나옵니다. 평소에는 서로 미워하고 괴롭히지만 정말 상대방이 힘들어할 때는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서로를 도와주죠. 오늘날 표현으로 브로맨스의 끝판을 보여줍니다. 그렇게 서로 힘을 합하여 문제를 해결하고 나면 또다시 으르렁거리며 서로를 바라봅니다. 어린 제 눈에도 두 사람의 모습이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제 기억 속에 생생하게 남아 있나 봅니다. 그리고 겉으론 차갑지만 속은 따뜻했던 두 사람처럼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도 저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정치와 종교, 둘 다 결국은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합니다. 정치는 공동체의 안녕과 발전을, 종교는 개인의 영적 성장과 평화를 추구합니다. 이 두 가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우리 사회는 더욱 풍요롭고 안정된 모습을 갖출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이상과 다르게 흘러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인들이 종교를 이용하거나 종교 지도자들이 정치에 과도하게 개입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우리는 초심으로 돌아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정치와 종교의 본질적인 역할이 무엇인지 말이죠.
커피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며, 조금 더 행복한 세상을 꿈꿔 봅니다. 차가운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함께 어우러지듯 정치와 종교가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단점을 보완하며 모든 이의 행복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그런 세상 말이죠. 우리 모두가 조금 더 너그럽고 이해심 있는 마음으로 서로를 바라본다면, 이 두 영역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함께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람’입니다. 정치인이든 종교인이든, 평범한 시민이든 우리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려 노력한다면, 정치와 종교는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드는 도구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는 데 나 역시 작은 힘이나마 보탤 수 있기를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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