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건 신부님께서 서품 받으신 김가항(金家巷) 성당
중국 상해를 가로지르는 황푸강의 동쪽 푸동신구에는 명나라 때 지어진 ‘김가항 성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상해에서는 제법 오래된 역사를 지닌 성당 중 하나이지만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는 김대건 신부님께서 서품 받으신 성당으로 더욱 유명합니다. 당시 김대건 부제님께서는 제물포에서 주교님을 모실 배를 마련하여 상해에 도착하게 되는데, 이곳 김가항 성당에서 페레올 주교님께 서품을 받으시면서 첫 번째 방인(邦人) 사제가 되셨습니다.
오늘은 김대건 신부님 서품의 역사를 간직한 김가항 성당과 지금 그곳에서 신앙생활을 이어 가고 있는 저희 ‘상해 포동한인성당’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기념 경당
사실 신부님께서 서품 받으실 당시 김가항 성당의 옛 모습은 이제 찾아보기 힘듭니다. 2001년 상해 도시 재개발 당시 많은 한인 교우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성당은 철거 후 이전되었고, 그나마 신부님의 서품 경당의 자재 일부를 신부님의 고향 은이성지로 이전하는데 만족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교우들의 이러한 노력 덕분에 이전되어 새롭게 지어진 김가항 성당의 한 켠에 김대건 신부님을 기념할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2004년 한국과 중국의 한인 교우들의 도움으로 이 공간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기념 경당을 완공하게 되었습니다.
기념 경당은 김대건 신부님께서 주교님과 함께 한국으로 오실 때 탑승하셨던 라파엘호를 본떠 지어졌습니다. 제대 뒤에 모셔진 김대건 신부님의 유해를 바라보며 미사를 드릴 때면, 180년 전 라파엘 호를 타고 신부님과 함께 상해를 떠나 한국으로 향하던 신앙 선조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됩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김대건 신부님 성상 봉헌
사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기념 경당은 중국 내에서 매우 특수한 경우에 속합니다. 독자적인 공간을 관리하며 신앙생활을 이어가는 한인성당은 중국 내에서 이곳 상해 포동한인성당이 유일합니다. 하느님의 은총과 더불어 역대 신부님들과 이곳 신자들의 노력이 이루어 낸 결과입니다. 이는 김가항 성당 마당에 자리잡은 김대건 신부님 성상도 마찬가지입니다.
2009년 신부님의 서품을 기념하고자 성당 마당 한 켠에 신부님의 성상을 모시고자 했습니다. 신부님의 성상을 제작했고 한국의 성지에서 103개의 조약돌을 가져와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성상을 모시는 일만 앞두고 한국에서 추기경님과 주교님을 모시고 성대한 제막식까지 계획했지만 당시 중국과 상해 교구의 상황이 여의치 않아 무기한 연기되었습니다. 중국에서 야외에 외국인 동상이 세워지는 것은 아주 민감한 사항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교우들은 포기하지 않았고, 성상이 제작된 지 9년이 지나서야 드디어 신부님의 성상을 제막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이곳 성지를 찾는 많은 순례자들이 김대건 신부님 성상 앞에서 기도를 올리며 전구하고 있습니다.
상해 포동한인성당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수많은 한인 교우들이 이곳에 삶의 터전을 자리잡았습니다. 상해 교우들은 여러 가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공소 예절과 기도 모임으로 신앙공동체를 형성하였습니다. 그리고 마치 200년 전 사제를 모시기 위해 노력했던 신앙 선조들처럼 한국교회에 사제 파견을 청하였고 1996년 6월 드디어 상해 한인성당이 설립되었습니다. 이후 늘어나는 신자 수에 따라 2010년 9월 김대건 신부님께서 서품 받으신 김가항 성당에서 상해 포동한인성당이 분가해 상해에는 2개의 한인공동체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지금 저희 상해 포동한인성당 공동체는 매 주일 70여 명의 신자들이 미사에 참례하고 있으며 평일에는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기념 경당에서 레지오 회합과 평일미사를 봉헌하고 있습니다. 근래에는 한국에서 김대건 신부님의 발자취를 따라온 순례객이 많아 조금은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습니다. 이 경당이 설립되기까지 도움 주신 수많은 은인들에게 보답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감사히 즐겁게 순례 일정을 돕고 있습니다. 이는 지금 여기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우리 공동체의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오는 2025년은 김대건 신부님께서 이곳 상해에서 서품 받으신 지 18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상해에 방문할 기회가 있으시면 꼭 저희 본당에 오셔서 김대건 신부님의 발자취를 느끼고 잠시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 보길 권합니다. 또한 먼 곳 상해에서 김대건 신부님을 기억하고 있는 저희 본당 공동체를 위해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