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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예비신자 교리교사 학교 수료기
초대받은 사람들


글 신혜정 아녜스|감삼성당

 

지난 봄, 우연히 하느님께로부터 뜻밖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솔직히 20주라는 짧지 않은 교육 과정이 부담되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그로 인한 망설임 보다는 그 초대의 의미를 알기에 오히려 기대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본당에서 맡은 일이 때로는 하느님이 빠진, 사회에서의 일처럼 여겨질 때도 있었기에 말씀에 대한 갈증이 일던 터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그런 저를 보시고 이 자리에 초대해 주셨습니다.

평소 TV를 보는 편은 아니지만 얼마 전에 ‘흑백 요리사’라는 요리 대결 프로그램을 아주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다 아는 셰프가 결승 티켓 2장 중 1장을 차지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준결승 1차전에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자신감과 열정에 가득 찼던 심사 발표 전과 자신의 실수와 교만을 인정했던 발표 후 셰프의 모습, 그리고 특히 심사위원의 총평이 기억에 남습니다. 요리의 주재료가 ‘두부’였는데… 그 요리는 주인공인 두부를 뺀다 하더라도 충분히 맛이 있고 창의력도 돋보였으며 완성도가 높은 요리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메인인 두부가 없어도 훌륭하다?…” 그래서 최하 점수를 받았습니다. 이 말은 제게 던져 주는 바가 매우 컸습니다.

교리교사는 하느님의 말씀으로서 새로운 친구들을 하느님의 자녀가 되게 하게끔 인도해야 합니다. 우리가 하느님의 거룩한 초대를 받은 사람들임을 잊은 채로, 그저 그럴싸한 얄팍한 교리 지식과 현란한 말솜씨만으로는 하느님을 모르는 예비신자들을 하느님의 자녀로 이끌 수 없음을 그 셰프를 통해서 깨닫습니다. 또한 예비신자들에게도 본인의 의지 내지는 지인의 권유 이전에 하느님께서 먼저 우리를 선택하시어 부르셨고, 하느님의 그 초대에 의해 이 자리에 오게 되었음을 받아들이도록 해야 합니다.

세 계절을 이어 온 배움의 여정 동안 새로이 알게 된 교리적인 지식과 상식, 미사의 은총과 전례의 중요성, 칠성사를 통한 교회법 등을 익힘으로써 믿음에 대한 확고함을 얻었으며, 그와 더불어 앎으로써 느끼게 된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은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하느님을 삶의 중심에 모시고 변화된 새로운 삶에로 초대받은 사람들과 함께 배우고, 함께 나누는 삶의 이야기를 통해 하느님을 찾는 사람들에게 하느님께 가는 길로 인도할 수 있도록 불러 주신 하느님, 그리고 긴 시간 애써 주신 신부님과 수녀님, 담당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