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6년 1월 31일 교황 베네딕토 16세께서 최영수(요한) 주교를 교구장 승계권이 있는 대구대교구 부교구장 대주교로 임명하셨다.
이번 달 <만나고 싶었습니다 >에서는 최영수 대주교님을 찾아뵈었다.
대주교님 승품에 대한 소감 한 말씀 해주셨으면 합니다.
삼위일체이신 하느님께서는 베네딕토 16세 교황님을 통해 제게 대구대교구 부교구장이라는 중책을 맡겨주셨습니다. 여러 가지로 보잘 것 없는 사람이 중책을 맡게 돼 송구스럽습니다. 부족하지만 하느님과 교회에 대한 순명의 정신으로 제게 주어진 십자가를 받아들였습니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탁월하신 능력과 훌륭하신 성덕으로 교구를 이끌어 오신 이문희 대주교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그동안 대주교님께서는 부족한 저를 보좌주교로 맞아들이시고, 제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시고 경험하도록 배려하셨습니다. 이제 저는 보다 더 교회와 교구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교구장님의 뜻을 받들어 나가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 앞으로 교구장님을 잘 보필하며 한국교회와 교구 발전을 위해 저의 모든 것을 바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교구의 전통을 이어나가고, 교구 사제단의 일치와 교구 신자들의 영적 성화를 위해 헌신하겠습니다. 제게 주어진 중책을 잘 수행해 나갈 수 있도록 교구 신부님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모든 신자분들의 아낌없는 기도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사제의 길을 걸어오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나 보람되었던 일화에 관하여 들려주셨으면 합니다. 
1982년 ‘100인회’에서 마련한 성전건립 지원금을 가지고 산격성당 주임신부로 부임했을 때 성전부지 말고는 아무 것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우선 사제관, 사무실 그리고 교리실로 사용하기 위해 성당부지 근처에 방이 2개 있는 가게 1층을 임대해서 그곳에서 직접 연탄불을 갈아 넣고 끼니를 해결하면서(주로 라면) 성전을 짓기 위한 계획과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본당 미사는 경북대학교 북문 맞은편 빌딩 지하를 빌려서 봉헌했습니다.
먼저 앞서 말한 100인회가 무엇인지 설명을 드려야겠습니다. 당시 성당하나 짓는데 약 1억 원이 필요했는데, 이 100인회의 회원 100명이 한 사람당 100만 원씩을 성전건축에 봉헌하는 모임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산격본당에 부임할 때 100인회에서 모아주신 성전건립비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분들의 봉헌금으로 성전을 건축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의 도움과 산격본당 신자들의 열성으로 성전과 수녀원을 지어 놓고 보니 이제는 사제관을 지을 부지가 없어 옆에 봐둔 부지와 사제관 건립 계획을 추가 계획하여 추진하고, 또 모금 운동을 전개하면서 바자회를 개최하기로 하였습니다.
보통 바자회 때 복권티켓을 판매하는데, 전신자들이 ‘본당 신부님이 거처할 사제관이 없으니 우리 모두 노력하자.’고 결의하고 대구 시내 본당으로 조를 지어 티켓을 판매하러 다니며, 끼니는 라면으로 때우고 노력한 결과 12,000여 장을 판매한 것이 기억납니다. 당시 12,000장을 판매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입니다. 12,000장이라는 숫자는 바로 우리 신자들이 얼마나 우리 교회를 사랑하고 사제들을 사랑하는지 잘 보여주는 숫자 이상이라는 것을 저는 확신하고 또 그 당시 산격성당에서 수고해 주신 신자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그런 분위기로 성당과 수녀원을 완공한 후에 사제관을 지어 축성식을 갖게 된 것이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청소년, 청년 복음화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계시던데요. 현재 우리 교회 안에서의 청소년과 청년의 모습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올해 ‘청년 복음화의 해’를 맞이하여 그들을 어떻게 이끌어 주실지 듣고 싶습니다. 또한 우리 청년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젊은층의 신자들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어려운 상황에서 교회의 미래요 희망인 젊은이들을 다시 교회로 불러들이기 위한 사목적 배려와 대안이 절실합니다. 교회가 젊은이들에게 빛이 되고 주님의 일꾼임을 자각시킬 때 참으로 교회가 세상 사람들과 함께 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고, 세상이 복음화 될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 청년 사목자들을 통해 본당의 젊은이들이 신앙을 가지고 많은 젊은이들과 더불어 넓은 교류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특히 교구의 모든 대학교 캠퍼스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공부하고 하느님 말씀을 실천하는 모임들이 많이 생길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가치관의 붕괴와 윤리의식의 부재로 혼란 중에 있습니다. 이러한 때 교회는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참된 증인을 필요로 하는데, 그것은 바로 젊은이들의 몫입니다.
이런 중요한 소명을 가지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을 다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귀 기울이게 하고 신앙의 진리에 따라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그래서 이 세상에 참 빛과 소금이 될 수 있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 바로 우리 어른 신자들의 몫입니다.
인간 생명이 존중되는 생명 문화에 주력하시겠다고 하셨는데요. 인간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되는 사회모습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더불어 생명 문화 건설에 있어서 특별히 중점을 두고 계시는 부분은 무엇인지, 또 어떤 계획을 가지고 계신지 듣고 싶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고귀한 생명을 인간의 잣대로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생명권은 어느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인 것입니다. 따라서 사형제도는 반드시 폐지돼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이었을 때 사형폐지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던 이유입니다. 사형제도 대안으로 가톨릭에서는 종신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요즘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한 이러한 사회적 혼란 속에서 우리 모두는 생명문화 정착과 인간존엄성 수호에 앞장서야 할 것입니다. 앞으로 모든 신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으로 국민들에게 사형제도의 부당성을 제대로 알려 이 땅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될 수 있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또한 교회 안에서 이루어지는 생명 운동을 통해서 우리가 지금 노력하고 있듯이 온전한 인간 생명으로서 보호받고 존중되어야 할 인간배아를 죽이는 행위를 의료 발전을 위한 숭고한 행위로 포장하려는 시도는 즉시 중단되어야 합니다. 특히, 반생명적인 황우석 교수 논문에 대해 우리 사회가 실험실에서 죽어간 배아의 생명권이 아닌 그 논문의 진실 혹은 거짓에만 주목한 일에 대해서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이처럼 우리 삶의 한가운데서 우리 신앙인들은 하느님이 주신 생명을 지키기 위해 할 일이 너무나도 많이 남아 있습니다.
앞으로 사목 활동에 어떤 소망을 가지고 계신지요?
그동안 대구대교구는 2011년 교구설정 100주년 준비를 위한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전개해왔습니다. 대리구체제 정착과 소공동체 운동 활성화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대리구체제는 보다 효율적인 사목을 위한 불가피한 개편이었습니다. 교구장님께서는 5개 대리구가 각자 교구처럼 교회 공동체를 이루어 살아갈 때 몇 배의 열기를 발휘하는 교구로 발전할 수 있다고 판단하셨기에 2003년 이를 시행하셨습니다. 따라서 그 지역의 본당들은 주교대리 신부님을 중심으로 자체적인 공동체를 이루어나가야 합니다.
또한 우리 교구는 현재 소공동체 운동 활성화를 위해 ‘매주 복음나누기’를 전 본당으로 확산시켜 나가는 데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신자들이 신자들을 만나서 하느님과 함께 사는 삶이 바로 소공동체의 삶이라 할 수 있습니다. 소공동체 운동을 잘 해야 은혜로운 사람이 되고 그런 사람이 많이 모여야 교회가 발전할 수 있습니다.
교구장 이문희 대주교님께서 심혈을 기울이신 이러한 사업들을 계승, 발전시켜 앞으로 성공적인 100주년 준비를 통해 우리 교구가 도약하고 새로운 모습으로 정말로 하느님이 보시기에 좋은 공동체로 발전 해 나가는 것이 저의 소망입니다. 교구설정 100주년이라는 은혜로운 시기를 우리 모두 합심합시다.
마지막으로 ‘빛’ 애독자를 비롯한 교구민들에게 빛이 되는 말씀을 전해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2001년 2월 주교로 서품되었을 당시 사목표어를 ‘그리스도와 함께’(1코린 1, 5)로 정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36년간 사제로서의 삶을 지탱해 준 모토가 ‘그리스도와 함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리스도와 함께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려고 노력해왔습니다. 특히 어려운 결정을 앞두고는 하느님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묵상하며 기도하였습니다.
우리 교구민들께서도 그리스도와 함께 살고, 그리스도의 뜻에 따라 살며, 그리스도의 정신대로 생각하고 실천할 때 비로소 그리스도와 일치를 이룰 수 있다는 우리 신앙의 진리를 항상 기억하며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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