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일컬어지는 마라톤. 최근 들어 부쩍 그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시원스레 넓은 운동장의 트랙이나 동네를 달리다 보면 저절로 무념무상의 세계로 빠져든다는 마라톤 마니아들. 그들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이 이야기는 결코 빈 말이 아닐 터. 남녀노소 구분 지을 필요 없이 누구라도 달리고자 하는 마음만 있다면 언제나 가능한 마라톤의 세계. 여기 같은 신앙을 가진 이들이 함께 달리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는 데에 앞장서고자 하나의 동호회를 결성하였다.
지난 2월 18일(토) 오후 5시 대구가톨릭대학교 하양교정 성당. 가톨릭마라톤동호회(지도:김정우 요한 신부, 회장:이학덕 나르치쏘)의 창립미사 겸 창립총회가 있던 날. 그동안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으로 등록한 대구, 경북 지역 70여 명의 신자들과 서울, 대전의 가톨릭마라톤동호회 임원들까지 한자리에 모여 미사를 봉헌하였다.
창립미사 봉헌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가게 된 이날 가톨릭마라톤동호회 창립미사 강론에서 김정우(요한, 대구가톨릭대학교 신학대학 학장) 신부는 “사제에 의해서가 아니라 신자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모임을 만들고 교구 인준을 받아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로 발족한 것에 큰 의의를 갖는다.”면서 “같은 신앙, 같은 취미를 가진 회원들이 스포츠를 통하여 선교활동을 펼치고, 나아가 기도와 신앙을 통하여 하느님 안에 하나 되는 사랑과 희망의 공동체를 이루어가기를 바란다.”고 말하였다.
이번 가톨릭마라톤동호회 결성을 처음 제의하고 또 많은 노력을 기울인 이는 유수상(안드레아, 용계성당) 총무부장. 이미 여러 차례 울트라 마라톤대회에서의 완주경력을 갖고 있던 그가 동호회 결성을 결심하게 된 것은 지난 해 200Km 제주대회에서의 경험 때문. 170Km를 달린 지점에서 발목부상을 당한 유수상 총무부장은 오직 하느님께 모든 것을 맡기겠다는 마음으로 끝까지 달려 여느 때와는 아주 특별한 완주의 감격을 맛볼 수 있었다. 그 감동을 잊지 못한 그는 “하느님의 사랑에 보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동호회 결성을 결심하고 홈페이지를 제작, 홍보를 하면서 회원모집에 앞장 서게 되었다.”며 그간의 상황에 대해 설명한다.
현재 가톨릭마라톤동호회 활동이 이루어지는 곳은 서울, 대전, 부산, 수원, 인천 그리고 대구대교구를 포함하여 여섯 곳. “달려라!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이라는 표어는 서울 가톨릭마라톤동호회 창립 때 김수환(스테파노) 추기경께서 정하여주신 것으로, 교구마다 동일하게 사용하고 있다.
“참여에 참뜻을 두고 서로 협조하며 모임을 위해 애쓸 것.”이라는 이학덕(나르치쏘, 욱수성당) 회장을 비롯하여, 홈페이지를 통해 회원으로 등록했다는 손재현(라이몬도, 대구황금성당) 씨. 그는 “처음엔 가족력인 당뇨예방 차원에서 마라톤을 시작했는데, 달리면서 부부사이의 대화도 많아지고 또 묵주기도도 더 열심히 하게 되어 좋다.”는 말로 마라톤의 기쁨을 표현했다. “마라톤은 자연스럽게 하느님을 찾는 길을 열어줌으로써 자기 자신을 비우고 봉헌의 계기를 마련해준다.”는 김근중(프란치스코, 용계성당) 씨. “기록에 연연해 하지 않으면서 열심히 뛰다 보면 영혼도 맑아지고 마음도 편해진다.”는 김순필(소화데레사) 씨는 마라톤만큼 좋은 운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달리지 않고는 알 수도 없고 느낄 수도 없는 마라톤의 세계. 오직 달리는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기쁨과 감동을 회원들은 이미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이 느끼고, 맛보고, 깨달았기에 끊임없이 달리고 또 달린다. 달림으로써 삶의 희열과 보람을 알고 진정한 신앙인으로 거듭나는 동호회 회원들. 그 고독하고 먼 길을 신앙 안에서 함께 하기 위해, 달리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전하기 위해 그들 모두는 서둘러 한자리에 모여들었다.
매월 첫째, 셋째 토요일 오후 3시 회원들의 정기모임과 더불어 매주 월요일 오후 7시 동신교 신천 강변턱에서 ‘달리기 교실’을 마련하여 일반인, 초보자들을 지도하면서 합동훈련의 시간도 가질 예정이라는 가톨릭마라톤동호회 회원들. 앞으로 크고 작은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1Km당 100원의 사랑나누기 운동을 통해 가난한 이웃을 돕는 한편, 교구 내 성지순례 이어달리기 계획과 대회 때마다 자원봉사요원으로도 적극 참여하여 실천하는 신앙인의 모습도 지켜나갈 것이라고 동호회측은 밝히고 있다.
정체되어 있는 삶이 아니라 새로운 삶에로 이끌어주면서 삶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는 마라톤. 그 마라톤을 통하여 인생의 의미를 새롭게 알게 되었다는 회원들의 마라톤 사랑은 하느님을 향한 사랑과 함께 나날이 커가고 있다. 그들이 힘차게 내딛는 발걸음마다 하느님의 사랑이 각인되는 마라톤이야말로 하느님의 사랑을 온몸으로 체험할 수 있는 복된 운동이니 말이다.
홈페이지 www.dgcamar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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