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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斷! 도박
신앙인의 삶


서루시아 (가명)│단도박 친목모임

지금은 행복 진행 중…. 태양이 쏘아대는 열기도, 차갑게 쏟아지는 비도 모두 은혜롭게만 여겨집니다. 도박을 했던 본인이 이 글을 쓰면 더 좋을테지만, 영 글솜씨가 없다면서 아내인 제가 대신 쓰게 되었네요.


결혼한 지 지금은 8년째입니다만 남편이 도박의 수렁에 빠졌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결혼 후 3년쯤 되어서의 일이었습니다. 남편의 늦은 귀가도, 알 수 없는 카드사용 영수증들도 모두가 다 남편의 도박 때문이었던 것이죠. 그때의 제 심정은 차마 이 글에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어떻게든 남편과 함께 이 시련을 이겨보려고, 남편에게 도박을 그만두게 하려고 노력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죽는 것이 사는 것보다 더 쉽지 않을까’ 하는 절망적인 생각뿐이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방송을 통해 <단도박 친목모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것 저것 다 해보고 지쳐버린 나는 마지막으로 한 번만 이곳에 가보고 되든 안되든 3년만 다녀보자, 그래도 안되면 내 인생은 내가 결론 짓겠다, 고 남편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러자 남편은 ‘자신이 하는 행동은 정신병이고 마약보다도 더 끊기 힘든 병’이라며 시인을 했고 우린 희망과 두려움을 동시에 안고 그 모임에 갔습니다.

 

모임 첫날, 전 울었습니다. 그냥 살았던 지난날의 일부분을 얘기하는데 왜 그렇게 눈물이 쏟아지던지요. 그때 제 나이 스물아홉이었죠. 그냥 철없는 새댁이었습니다.  남자들과 여자들이 각각 다른 방에서 모임을 진행하기에 제 남편은 첫날 무슨 말을 했을까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다행히 그날 저녁 우리 둘은 조금이나마 희망이 보이는 듯 했습니다.

 

이 모임은 되도록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야만 성장이 되는 자리였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모임을 가지며 그 주에 있었던 일들을 양심껏 발표를 했습니다. 그를 통해 서로 반성하고 조언을 주고 받았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신기하게도 우리 부부는 이 모임에 흡수되었습니다. 이제 이 모임에 다닌지도 벌써 5년. 모임이 있는 날은 모든 일정을 뒤로 하고 우리 부부는 이 모임에 참석합니다.

 

모이는 장소도 성당이었기 때문인지, 우리 가족 모두는 하느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신앙과 함께하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내 스스로 택한 종교인데 한편 너무도 신앙심이 미약하지 않나 반성하기도 합니다. 비록 열심한 신자는 못되지만 하느님을 늘 내 마음 속에 모시고 그분을 따르려 노력합니다. 남편도 묵주를 늘 주머니에 넣어 다니며 아들 또한 주일학교 가는 것을 재미있어 합니다.


남편 역시 ‘당신을 만났기에 이 모임에도 갈 수 있었고 자신의 삶이 너무 좋다’고 합니다. 도박을 하는 분들에게 많은 가족들과 배우자가 있어도 ‘부끄럽고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함께 이 모임을 나오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제가 이 글을 통해서 나와 같은 아픈 삶을 살고 계시는 분들이 모두 <단도박 친목모임>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하진 않습니다. 이 모임에 나와도 많은 시행착오는 따릅니다. 하지만 제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 모임에 나오기 전의 내 삶과 지금의 내 삶을 바꾸라면 전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란 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