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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미덕 안에 있는 진정한 나눔
만남과 나눔
- 축구선수 김병지


글│이은영 (데레사)·본지 위촉기자, 사진│김선자 (수산나)·본지기자

꽁지 머리, 철벽 키퍼, 골 넣는 골키퍼, 연봉왕, 거미손 등은 항상 축구 선수 김병지(31) 님 앞에 붙는 수식어이다. 운동장에서 펼쳐지는 그의 행동이나 패션은 축구를 좋아하는 팬들 뿐만 아니라 축구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병지 님은 우리 나라 최고의 축구 선수이자 축구를 대중화하는데 기여한 선수이기도 하다. 올해 울산 현대에서 포항 스틸러스로 이적한 후 7월 한달 동안 방어율 0점을 기록하며 제 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지만 아직은 모든 것이 새 신발을 신은 것처럼 어색하다. 그러나 자기를 받아 준 팀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에는 비장감마저 흐른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하는 이유 가운데 축구를 제외한 또 한가지가 있다면 어려운 이웃에 대한 그의 따뜻한 나눔이다. 김병지 님은 얼마 전 사회사업을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선언했다. 한 경기당 50만 원, 한 골을 넣으면 200만 원씩, 부족한 돈은 CF등 부수입으로 메워 한해에 5,000만 원을 모아 어려운 이웃을 돕기로 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1%의 미덕이 있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냥 그 1%의 미덕을 베푸는 것 뿐이죠. 외국의 부자들은 호화스럽게 살지만 많은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기에 비난받지 않아요. 그러나 우리 나라 부자들은 사회에 별로 환원하지도 않고 오히려 자기 배만 채우며 흥청망청 쓰니 비난을 받는 거죠.” 경기에 들어가기 전 세 살배기 아들 태백이와 아내가 있는 곳을 알아두었다가 손을 흔든다는 그에게 놀랍게도 축구는 전부가 아니다. “축구가 전부는 아닙니다. 다만 축구를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을 뿐이죠. 지금은 가족을 위해 축구를 합니다. 가족들이 운동장에 관람왔을 때 실망하고 돌아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죠.”

국가대표 감독인 히딩크는 그의 돌출 행동을 본 후 그를 대표팀에서 탈락시켰다. “걱정 안 합니다. 돌출 행동들은 저니까 한 거겠죠. 돌출 행동으로 손해를 본 적도 있지만 그 이상으로 저에게 돌아온 게 더 많습니다. 그게 저의 이미지 관리죠. 그리고 2002 월드컵에 국민을 위해서 반드시 뛸 겁니다. 보수적인 우리 나라 문화 때문에 칠라베르크(파라과이, 골키퍼)처럼 세계적인 선수가 되는데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말입니다.”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소년의 집에 있을 때 수녀님의 강요로(?) 30분 동안 묵주 기도를 해본 적이 있다는 김병지 님. “〈빛〉 독자들도 1%의 미덕을 가지고 나누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나눈다면 경제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문제되는 게 없을 거라 믿습니다.”

 

비록 유럽에서 뛰고 싶은 마음은 접었지만 대학 입학을 준비 중이란다. 따뜻한 마음과 냉철한 승부 정신을 가졌기에 누구보다 운동장에 선 그의 모습은 감동적이다. 그런 감동이 월드컵에서도 모든 국민의 기대 속에 자리잡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