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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가까이 다가가는 삶- 가톨릭 군위 묘원 최상배 소장
반갑습니다


김선자(수산나) 본지기자

이른 아침, 시원하게 뚫린 고속도로를 따라 색색의 옷으로 갈아입을 준비를 하는 나무와 자연을 벗삼아 경북 군위읍에 자리한 가톨릭 군위 묘원을 찾았다. 꼬불꼬불한 길 옆에는 노랗게 익은 벼 이삭과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과수원의 빨간 사과가 보이고, 차창 밖으로 인심 좋아 보이는 아저씨, 아주머니와 인사를 나누며 10여 분 정도 더 달려가니, 이미 만개한 코스모스 한 가운데 우뚝 서 계신 성모님이 나를 반겨 주신다.

  가톨릭 군위 묘원을 지키는 최상배(안토니오) 소장(이하 최 소장). 그는 출근하자마자 성모님께 인사를 드리고는 이내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묘지들을 둘러본다. 성묘왔던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꽃다발을 싼 세라믹 비닐을 수거하여 소각장에 버리고, 신자들이 가져다 놓은 훼손된 성상들을 정성스럽게 땅에 묻어주는 것으로 하루일과를 시작한다.

 

  매일신문사 재직 중 사장 신부님이 준 교리문답책은 그의 삶에 새로운 문을 열어 주었다. 마냥 어렵고 힘들 때 꺼내보던 바로 그 책 때문에 결국 봉덕동성당을 찾아 69년에 영세를 받았는데, 예비자 때 ‘십계명’을 생활로 쉽게 행할 수 없어 선뜻 하느님의 품안으로 다가서지 못한 세월도 있었다.

 

  그가 살던 동네 앞쪽으로는 감리교, 천주교 묘지가 있어, 어린 시절 친구들과 뛰어 놀던 놀이터였다. 그는 혼자서, 때로는 친구와 함께 자주 묘지를 찾았다. 산딸기를 따먹고, 숨바꼭질을 하면서, 인자로이 바라보는 성모님을 벗삼아 자신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묘지의 위쪽으로는 성모상이 하나 있었는데, 그 성모님은 항상 자애로운 눈빛으로 자신을 내려다보는 것 같아서, 특별히 그 곳에서 많이 놀았단다. 때로는 성모님을 상대로 고민을 털어놓기도 하였고, 짓궂은 장난을 치기도 했지만, 어느 새 성모님과 정다운 친구가 되어 있었다고 말하는 최소장. 평생 몸담아 온 매일신문사를 떠나, 이곳 관리소장으로 오게 되었을때, 주위에서는 심심찮은 걱정과 우려의 눈빛을 보냈다. 그렇지만 그는 부인 세실리아씨와 출가한 두 딸(데레사, 가타리나)과 현재 함께 살고 있는 아들 안셀모, 이렇듯 자신을 믿고 따라주는 든든한 가족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이어서 그는 “성모님의 부르심(?)을 받고 이곳에서 일하기로 결심했을 때, 가족들은 반대도 했었지만  오히려 든든한 저의 후원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제 아내는 제가 일을 시작하면서 매년 묘지의 환경미화 봉사는 물론 일주일에 한번씩 사무실도 청소하러 옵니다. 아내한테 늘 고마운데 어째 표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라며 겸연쩍어 했다.

 

  가톨릭 군위 묘원은 총 부지가 25만 7천여 평, 사용면적이 약 12만평에 달하며, 4만 정도의 분묘를 수용할 수 있다. 납골당 유해의 90%가 감천리에서 이장해 온 무연고지의 유해로 신자들의 이용이 적었지만, 공사를 마쳐 깨끗하고 새로워진 납골당에는 요즘들어 신자들의 문의가 줄을 잇고 있다. 신자면 누구나 사용 가능하며, 자세한 안내는 교구청 관리과로 문의하면 된다(☎053-253-4856). 매장에 드는 비용은 10년 동안의 관리비를 포함하여 150만원 일반묘지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다. 또한 한 사람 당 2.5평의 땅이 할당되는데 이는 생전의 지위에 관계없이 모두가 평등한 면적이다.

 

  최 소장은 매년 어버이날을 맞아 인근 주민들을 위한 경로잔치를 벌이기도 하고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기 위하여 다소 비싸더라도 필요한 물품은 그 지역에서 장만한다. 그렇게 해서 다소나마 묘원이 마을 사람들에게 혐오시설 중의 하나가 아니라, 지역과 함께 하는 공간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돌아가신 분들이 편하게 쉬는 곳, 또한 그분들을 추모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으로서의 군위 묘원은 일부 성묘객들의 무질서한 행동 때문에 곤란을 겪을 때도 있다. “묘원을 사용할 때는 몇 가지 지켜야 할 규범이 있습니다. 쓰레기는 꼭 되가져 가거나 설치되어 있는 휴지통에 버려야 합니다. 특히 꽃 포장지는 소각장이나 휴지통에 버리고, 묘석 앞에 고상 등은 설치할 수 없습니다.” 기본적인 사항이지만 이러한 것들이 지켜지지 않으면 묘원은 황폐해진다. 고인을 기리는 마음에 성상들을 묘에 갔다 놓지만,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면 흉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꽃을 싼 포장지도 묘 앞에 그대로 두면 어느 새 바람에 의해 나뭇가지에 걸려 아주 보기가 안 좋다. 일년에 두 번 최 소장이 활동하는 ‘다윗의 탑’ 레지오 단원들이 청소 봉사를 나오는데, 그때마다 80㎏ 포대로 50개 정도 분량의 쓰레기가 나온다.

 

  최 소장은 자선단체 ‘성심회’ 회장으로 700여 명이나 되는 회원들과 매년 소년, 소녀 가장을 비롯하여 양로원과 고아원 위문을 간다. 물질적으로 많이 도와 줄 수는 없지만, 마음 가득히 사랑을 담아 그들의 삶에 작은 보탬이 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쁘다. 안에서는 천주교 묘지의 관리소장으로, 밖에서는 하느님을 섬기며 살아갈 수 있는 것에 크게 감사하며, 묘원이 ‘죽음’이 아닌 하느님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공간으로, 이곳을 찾는 모든이들이 이 공간에서 기도하고 위로도 받고 쉬어갈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라며 아울러 가톨릭 군위 묘원이 바람직한 장례문화를 선도하는 곳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