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신문이나 라디오,텔레비전 등 대중매체를 통하여 우리가 자주 듣는 말 중에는 걸핏하면 국회의원들이나 정당주변의 사람들이 내뱉는 소위 <정권 재창출 designtimesp=23784>이란 말이 있다. 어줍잖은 정치인들뿐 아니라 심지어는 대통령께서도 차기의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는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라는 말을 한다. 신문에서도 이 말을 무슨 큰 의미가 있는 시셋말로 <화두 designtimesp=23785>나 되는 듯이 자주 들먹인다. 그리고 이 말이 사용되는 글이나 말에서는 항상 함께 따라다니며 사용되는 말이 또 하나 있다. 그것은 소위 <대권 designtimesp=23786>이란 말이며 이 말은 으레 <김심(金心) designtimesp=23787>이란 말과 짝을 지으면서 사용된다.
이 세 마디 말을 함께 늘어 놓고 보면 <김심 designtimesp=23790>, <대권 designtimesp=23791>, <정권 재창출 designtimesp=23792>이 되는데, 천천히 읽어 보면 마치 어느 왕조 시대의 역성(逆姓)혁명을 시도하는 음흉한 무리들의 음모를 듣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런데 사실 이 말들은 21세기 민주국가인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있고 중요한 말이다. 많이 배운 사람이나 적게 배운 사람이나 가진 사람이나 가진 것 없는 사람이나 가릴 것 없이 이 음흉한 말을 아무 생각없이 쓰고 있다. 건강한 태아를 가지면 건강한 신생아를 낳고 그렇지 못한 태아를 가진 임부는 불행히도 건강하지 못한 신생아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그러니 거꾸로 생각해 보면 눈에 보이는 신생아의 모습을 보고 눈에 보이지 않는 태아 시절의 모습을 알 수 있다. 즉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잘 살펴 보면 그 사람의 속내를 알 수 있다.
<정권 재창출 designtimesp=23796>이니 <대권 designtimesp=23797>이니 <김심 designtimesp=23798>이니 하는 말을 쉽게 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속내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이다. 그리고 우리가 잘 알고 있듯이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의 샘은 이 주권이다. 그렇다면 정권은 국민들이 믿고 맡겨 준 것이다. 즉 4년(국회의원)이나 혹은 5년(대통령) 동안만 국민이 맡긴 권력(힘)을 국민을 위하여 쓰도록 믿고 맡긴 것이다. 그러니 쉽게 말해서 당의 총재나 대통령의 성(姓)을 따서 <김심 designtimesp=23803>이니 <이심 designtimesp=23804>이니 하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 헛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김심 designtimesp=23805>이니 <이심 designtimesp=23806>이니 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국민들의 마음인 <민심(民心) designtimesp=23807>이 중요한 것이다.
정권 재창출! 그렇다. 이 말을 잘 따져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자기네들이 다음에 올 정권을 만들어 낸다는 뜻이다. 왕조시대의 역성혁명 - 그것은 혁명이 아니라 반란이며 역모다-이면 정권 재창출을 할 수 있다. 이처럼 <정권 재창출 designtimesp=23811>이라는 말은 자기네들끼리 뭉쳤다 흩어졌다 하며 온갖 묘수와 잔꾀를 부려 부귀영화를 누려 보겠다는 속셈을 드러내는 말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정권은 국민이 맡기는 것이다. 그러니 이 원리를 알고 마음에 새겨 둔 제대로 된 정치인이라면 <정권 재창출 designtimesp=23815>이란 말 대신 <국민들의 재신임 designtimesp=23816>을 얼핏 보면 비슷한 듯하지만 거기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정권을 재창출 designtimesp=23817>하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정권은 정치가들이 이리저리 궁리하며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연히 기발한 묘수를 찾게 된다. 그것은 때로는 뇌물이 될 수 있고 협박이 될 수도 있고 이른바 이합집산을 통한 새로운 판짜기도 될 수 있다. 한마디로 추잡한 <꼼수 designtimesp=23818>가 난무하는 난장판 정치가 벌어지는 원천은 <정권 재창출 designtimesp=23819>이라는 반민주적이며 반국민적인 생각을 가진 데 있다.
이와는 달리 <국민들의 재신임 designtimesp=23823>을 받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자연히 국민들의 신임을 얻을 수 있는, 즉 국민들 마음에 들고 국민들에게 이득이 돌아가는 정책을 반대파보다 더욱 열심히 개발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묘수 찾기나 김심이나 이심잡기 보다는 민심잡기에 힘을 쏟게 된다. 이러한 자세가 올바른 민주정치의 기초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정치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공동체에서도 그 공동체가 어떤 형태의 것이든 필요한 기본 자세이다. 가정, 학교, 교회, 기업체 등등 어디에서든 이러한 마음의 자세가 없는 한 거기에는 평화와 질서는 있을 수 없음은 당연한 일이다.
힘은 아래로부터 나오며 그 힘을 집행하는 기관의 기능과 권위는 그 힘의 원천인 아래를 위한 봉사를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람은 너 나 가릴 것 없이 예수님이나 공자나 석가모니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자기의 이해와 자기의 관심을 다른 사람보다 앞세우는 것이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국민을 위한 마음 자세를 각자의 양심이나 좋은 뜻에만 맡겨 둘 수 없게 된다. 이것이 인간의 맹랑한 약점이다.
자기 것을 찾고 챙기지 않으면 일이 잘못되기 십상이다. 그래서 인간의 존엄성과 인격을 기본 가치로 하는 민주주의도 미국의 독립전쟁이나 프랑스대혁명 그리고 우리의 경우 4·19 학생혁명과 군사독재에 대항한 처절한 투쟁을 토양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제 내년부터 대통령 선거와 각종 지방 선거가 시작된다. 정권 재창출 대신 국민의 재신임이 김심이나 이심보다는 민심이 앞서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국민 각자가 정치인들의 말을 듣고 그들의 속내를 읽고 거기에 넘어가지 않는 지혜를 쌓아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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