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칠곡군 왜관읍에 자리한 왜관성당(주임:서경윤 알베르토 신부)의 평일 저녁, 많은 신자들이 성전에 모여 성무일도로 저녁기도를 바치고 미사를 봉헌한다. 시골 성당이라고 말하기 무색할 만큼 평일미사 참례 신자들의 참여가 높다. 무엇보다 일찍이 신앙의 뿌리를 내린 왜관은 지역 인구대비 신자비율이 25%로 전국 1위를 자랑하는 곳. 여기에 한 가지 더 자랑으로 손꼽는다면 대구대교구 레지오 마리애 사도직의 첫 쁘레시디움인 ‘종도의 모후’가 바로 왜관성당에서 처음 시작되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30일(목) ‘종도의 모후(단장:노인열 예로니모)’ 쁘레시디움 2,479차 주회가 있던 저녁, 대부분 칠순이 넘은 어르신들로 이루어진 9명의 단원들 모두 미사에 참례한 후 교육관 2층 회합실로 모인다. 성당에 올 때면 언제나 정갈한 옷매무새로 20-30년 이상 레지오 단원으로 활동을 해 온 터라 어르신들의 표정 또한 한결같이 맑고 편안하다.
대구대교구 레지오 마리애의 효시인 만큼 자부심도 크다는 이들 어르신들은 레지오 단원으로서 실천해야 하는 선교활동과 쉬는 교우 회두활동은 물론이려니와 본당의 어른으로서 궂은일에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몸을 사리지 않는다. 본당 청소와 나무손질, 병자방문, 연도뿐만 아니라, 본당에 초상이 나면 단원들은 누구라 말 할 것도 없이 자신의 일처럼 여기고 장례가 끝날 때까지 온 힘을 다해 장지수행까지 돕는다. 여느 레지오 단원들도 그러하겠지만, 어르신들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젊은 세대들에게 신앙의 삶을 보여 줌으로써 장차 젊은이들의 모범이 되곤 한다.
현재 ‘종도의 모후’ 쁘레시디움 노인열 단장은 “단원들 모두 서로 합심하여 본당 일에도 솔선수범하여 다른 쁘레시디움에도 모범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그런 모습들은 단원들의 신앙생활에서도 잘 드러나는데, 특히 단원들 가운데 5-6명은 하루도 거르지 않고 매일 평일미사에 참례하여 영성체를 한다.”고 전한다. 이어서 노인열 단장은 “50주년을 눈앞에 두고 지금까지 우리 쁘레시디움이 해체되지 않고 이렇게 잘 이끌어 올 수 있었던 것도 역대 단장님들의 노고 덕분.”이라고 덧붙여 설명한다. 정두용(율리아노) 부단장은 “특히 우리 단원들은 단장의 뜻에 순명하며 본당 일을 돕고 있는데, ‘종도의 모후’가 종갓집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지 않고 본당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초창기 때만큼 활발하게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안타까운 마음을 내비친다.
왜관성당 ‘종도의 모후’ 쁘레시디움은 1957년 1월 설립되어 당시 정하중(아우구스티노) 단장을 중심으로 10명의 단원이 첫 레지오 회합을 시작한 것이, 2007년이면 어느덧 창단 50주년을 맞게 된다. ‘종도의 모후’ 쁘레시디움 창립을 시작으로 왜관성당에는 현재 ‘천주의 성모’ 꼬미시움이 있어 더욱 활발한 레지오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렇게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게 된 근간에는 초창기 본당 레지오 단원들의 발로 뛰는 수고로움이 함께 했기 때문. 선교를 위해 둘씩 짝지어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전교를 하고 냉담한 이들의 닫힌 마음을 열고 다시금 성당으로 올 수 있도록 시간과 정성을 아끼지 않았던 본당 어르신들의 땀과 인내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종도의 모후’ 단원으로 20년 넘도록 활동해 오고 있는 노인열 단장은 “저를 포함한 모든 단원들이 초창기 레지오 마리애 고유의 정신을 따라 신자의 본분을 다하고 서로 도우며 신앙인으로 잘 살아갈 때, 그것이 단장으로서 큰 기쁨이고 봉사의 가치.”로 여긴다고 전했다.
매일 미사참례와 성체성사를 통해 자신들의 신심을 키워가며 주님 뜻에 맞갖은 삶을 살아가려고 노력하는 ‘종도의 모후’ 쁘레시디움 어르신들. 오늘도 그들은 자신이 속한 본당과 이웃의 일을 자신의 일처럼 혼신을 다해 거들어주고 있다. 수십 년 지속되어 오는 레지오 회합이지만 매번 새로운 기쁨으로 주회를 하며, 아름다운 노년을 엮어가는 어르신들의 모습에서 잔잔한 강물처럼 묵묵히 흐르는 믿음의 깊이를 배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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