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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서가 필사되어 우리 손에 전해지기까지
성서의 세계 특별전」 안내(1)


이우식(베드로) | 월간 <성서와함께> 편집차장

서울, 부산, 인천, 대구, 청주, 춘천, 수원 등 여러 교구에서 <성서의 세계 특별전>을 열다 보면, 눈빛이 초롱초롱해지는 신자 분들을 많이 만나게 된다.

  “이게 겨자씨란 말이지. 세상에 이렇게 작을 수가 ….”, “감동했어요. 하느님의 말씀이 흘러내리는 그 엄청난 역사의 소용돌이에 가슴이 뭉클해요.”, “전, 지금까지 순교자들이 어떻게 순교할 수 있었는지 늘 궁금해 했어요. 4복음서의 1/3에 달하는 내용이 기록된 <성경직해>를 보고 나서야, 진정 복음의 힘이 얼마나 큰지 비로소 눈을 뜰 수 있어서 이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신 분께 참 감사드려요.”

 

  이렇게 마음속의 감동을 솔직하게 이야기해 주시는 분들을 만날 때마다 뿌듯하다. 비로소 제 할 일을 한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사실 <성서의 세계 특별전>을 열려면, 전시물품을 챙기고, 나르고, 진열하는 중에 흘리는 땀과 고단함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우리가 전시를 하며 느끼는 긴장감과 고단함은 ‘전시중(戰時中)!’이라는 말 한마디로 잘 표현된다. 무엇을 진열해서 보여준다는 전시(展示)라는 뜻이 아니라, 전쟁을 치룬다는 전시(戰時)라는 뜻으로.

  이번 11월 10~11일에 대구시 산격동성당에서 네 개 본당 연합으로 열리는 <성서의 세계 특별전>도 이런 땀과 노력이 물씬 배어 있다. 그런데 미처 소식을 접하지 못해서, 그리고 전시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전시회를 놓치는 분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그런 분들을 위해서 이번 호에는 성서가 필사되어 우리 손에 전해지기까지의 과정을 짚어보고, 다음 호에는 성서에 나오는 물품들을 중심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1. 성서는 처음에 어떻게 쓰여졌을까?

성서는 “한처음에 하늘과 땅을 지어내시던”(창세 1,1) 이야기로 시작되지만, 세상이 창조되던 그날부터 기록되지는 않았다. 기록문화가 형성되려면 최소한 글자와 필기용구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인류사를 돌아볼 때 글자는 어느 지역에서나 대략 그림글자, 뜻글자, 소리글자 순으로 발달해 왔다.

 

  성서는 이와 같은 언어의 발달에 따라 그 꼴을 갖추었다. 따라서 같은 언어로 쓰여졌다 하더라도 어느 시기냐에 따라 어휘와 글자꼴이 다 다르며, 같은 단어라도 그 의미의 폭이 똑같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대부분이 히브리어로 쓰여진 구약성서는 집필기간이 1000년 가량 되어 더욱 그러하다. 구약성서에서 그리스어로 쓰여진 낱권성서는 손에 꼽힐 정도인 반면에 신약성서는 모두 그리스어로 쓰여졌다. 간간히 아람어로 쓰인 구절도 눈에 띈다.


2. 성서는 어디에 기록되었나?

오늘날 우리들이 보는 성서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인쇄·출판문화의 세례를 받아 꼴을 갖춘 것이다. 그렇다면 인쇄기술을 비롯하여 제지기술도 개발되지 않았던 고대에는 어디에다 성서를 썼을까? 거친 종이라고 할 수 있는 파피루스와 무두질한 동물가죽을 이용하였다.

 

  파피루스는 기원전 4000년 말 이래, 이집트에서 주로 생산되어 페니키아의 항구 비블로스(Biblos)를 통해 여러 나라로 수출되었다.  여기에서 성서(Bible)란 이름이 생겨났다. 이 파피루스 두루마리는 메말랐을 때 쉽게 부서지는 성향이 있어 다루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두루마리 끝에 나무봉을 부착시켜 사용하는 방식을 취하게 되었다.

 

  양피지 등 동물가죽은 파피루스와 더불어서 기원전 17세기부터 기록매체로 함께 사용되었다. 양피지는 주름이 잡히거나 닳아 없어져 버리는 단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파피루스보다는 좋았다. 그래서 예수 이후의 탈무드에는 율법서를 필사할 때 양피지를 사용하라는 규정이 적혀 있기도 했다.


3. 성서가 우리 손에 전해지기까지

성서본문을 일일이 필사해서 전하던 시절에는 웬만한 부와 명예를 누리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성서를 소장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면 오늘처럼 개개인이 성서를 소유하고 자유롭게 읽게 된 것은 어느 때부터일까? 1450년 구텐베르크가 납활자 주조에 성공한 다음부터이다.

 

  이후 성서는 각국어로 번역되어 널리 보급되기 시작하였다. 우리 나라에는 한문본 《성경직해》와 《성경광익》을 바탕으로 편집된 전례서《성경직해》가 일반 민중들에게 읽혀지기 시작하면서, 신앙의 불씨를 당겼다. 이 책에는 4복음서의 약 1/3에 달하는 성서 말씀이 담겨있다. 이후 개신교의 선교활동이 시작되면서 성서가 본격적으로 번역되었다. 가톨릭에서는 1910년에 한기근·손성재 신부가 《ㅅㅅ셩경》이라는 이름으로 사복음서를 번역하고, 1941년에 분도회에서 《신약성서 서간·묵시편》을 번역해서 펴냄으로써 신약성서가 모두 완역되었다.

 

  구약성서는 1958년에 선종완 신부가 《구약성서 제1편 창세기》를 번역함으로써 첫 선을 보였다. 이후 제2차 바티칸공의회 정신에 따라 개신교 형제와 공동으로 신구약 전체를 번역하기 시작하여 1977년에 《공동번역 성서》가 출판되었다. 요즘은 좀더 원문에 충실한 신구약성서 완역본을 마련하기 위해 주교회의 성서위원회에서 계속해서 번역작업을 하고 있다. 9월 현재, 구약성서를 완역하고 신약성서에 들어가 《마태오복음서》와 《마르코복음서》가 출간되어 있는 실정이다.

 

  성서가 우리 손에 들어오기까지는 이렇듯 수많은 선인들의 희생과 노력을 거쳐야 했다. 그 결실체인 성서의 역사를 생동감있게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바로 <성서의 세계 특별전>이다. 직접 눈으로 보고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성서의 세계 특별전


일시:2001년 11월 10일(토) 오후 1시~11일(일) 오후 8시

주최:산격, 복현, 대현, 성북천주교회(전시장소:산격동성당)

후원:대구평화방송

주관:도서출판 성서와 함께


‘성서의 세계 특별전’에 오시면 세계의 성서, 성서에 나오는 온갖 물품, 이스라엘과 팔레스티나에 관한 시각자료, 이콘 등을 통해 하느님의 구원사를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그리스도교 신자만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세계문화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전시회로 하느님의 구원사가 펼쳐진 인류의 삶의 자취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드문 교육의 기회가 될 것입니다.


전시회 문의:☏ (02)822-0127  FAX (02)822-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