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일생을 살아가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는 것은 잠으로써, 인간에게 잠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잠을 잔다는 것이 단순히 눈을 감고 있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은 대중매체나 여러 가지 건강교육강좌를 통해서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따라서 이번 호에서는 그러한 잠에 대해 좀더 깊이 있게 다룸으로써 그 이해의 폭을 넓히고자 한다.
우선 수면의 구조를 결정하는 요건으로는 각각의 수면단계 비율이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수면의 주기성이 일정하게 유지되어야 하며 수면 단계의 분포가 정상적인 비대칭적 분포를 보여야 한다. 의학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포유동물의 수면은 크게 렘수면(급속안구운동수면)과 비렘수면(비급속안구운동수면)이라는 두 가지 종류의 수면으로 구성된다. 여기서 렘수면은 꿈수면이라고도 부르는데 전체 수면의 20-25%를 차지하고 있으며, 활동성 뇌파를 보이고 근육의 긴장도가 최하 수준으로 감소하며, 특징적으로는 빠른 안구운동이 관찰되고 있다. 이때 깨우면 꿈을 꾸었다고 말하는 경우가 많고 비논리적인 사고가 지배적인데, 이처럼 렘수면기에는 체온조절 및 정보처리에서 중요한 기능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비렘수면과 렘수면은 대략 90-100분 간격으로 되풀이된다. 렘수면 잠복기, 즉 잠이 들고 렘수면이 처음 나타나는 시간은 정상적인 사람의 경우 70-100분 후이다. 하지만 우울증, 식사장애, 경계성 인격장애, 정신분열병, 알코올 관련장애 등의 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의 경우는 정상인에 비해 렘수면 잠복기간이 단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깊은 수면은 수면의 전반부에 나타나고 수면의 후반부로 갈수록 적어짐을 알 수 있다. 아울러 수면 전반부에 나타나는 첫 번째 렘수면은 매우 짧은 반면, 수면 후반부로 갈수록 더 길어진다.
이러한 여러 가지의 생리적 활동은 체계적으로 각각 하루의 특정한 시간에 최고조에 달하는데, 일관성 있는 일주기 리듬은 외부환경의 변화에 적응하는 행동과 에너지 소비의 적정화에 관여한다. 일주기 리듬은 심부체온과 멜라토닌 분비 변화에 잘 반영되는데 수면을 조절하는 한 축으로 수면 성향, 졸림, 수면의 양, 렘수면 성향을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생체 일주기 리듬의 특징은 외부의 자극 없이도 활동의 리듬이 지속되고 그 활동 리듬의 일주기가 정확히 24시간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개체는 24시간이라는 지구 환경적 주기에 맞춰 살아가는데 이는 시간신호(zeitgebers)로 불리는 외부자극에 반응하여 생체리듬이 매일 재조정되기 때문에 가능하다. 가장 강력한 신호는 밝은 빛에 노출되는 것으로, 밝은 빛은 ‘시계유전자’같은 유전자 발현을 통해 일주기 조정자가 생체의 일주기 리듬을 외부환경에 적응시키도록 자극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시차가 있는 다른 나라에 가게 되었을 때 처음 4-5일 정도는 낮과 밤이 바뀌어 고생을 하겠지만, 이후에는 적응이 되어 일상적으로 지내게 되는데 바로 이런 이유에서이다.
또 우리가 흔하게 볼 수 있는 주간 졸림증과 같은 것은 만성적인 부분수면박탈과 같이 생활 습관에서 연유되기도 하고, 때로는 수면무호흡증, 기면병과 같은 특정한 수면장애의 증상으로 나타나거나 일주기 리듬 수면장애, 내과적 혹은 신경과적 질환의 증상이나 수면제의 숙취증상이 있을 때도 관찰될 수 있다. 그러므로 지속적인 주간 졸림증은 임상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고의 위험이 있기 때문에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한다.
장기적 수면박탈 후에는 인지기능의 저하는 물론, 심하면 자아의 붕괴, 환각, 망상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리고 렘수면을 선택적으로 박탈하였을 때에도 전체 수면과 비슷하게 과민함, 인지기능 저하, 무력감, 체온상승, 렘수면의 반동이 나타난다. 무엇보다도 수면의 요구는 신체운동, 질병, 임신, 심리적 스트레스, 정신활동이 증가할수록 더 많이 요구된다.
이처럼 잠을 자면서도 많은 일들이 우리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데, 이런 현상들은 어느 시기에는 뇌의 휴식을, 또 어느 시기에는 뇌 이외의 다른 장기의 휴식을 제공함으로써 다음 날의 활동을 준비하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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