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대리구 주교대리를 끝으로 일선에서 은퇴한 지 2개월여. 5월의 봄날 북구 동변동 내 아파트 단지에 머물고 있는 이성우(아킬로) 신부를 찾아뵈었다. 매일 아침 6시에 드리는 미사를 시작으로 아침기도를 끝낸 후, 텃밭에 나가 소일거리로 잡초도 뽑고 씨도 뿌리며 농작물을 가꾸며 살고 있다는 이성우 신부는 “은퇴 전과 크게 달라진 건 없지. 다만 신자들과 접촉이 없다는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것이지만 매일 아침 기도 드리고 또 기도하고 인터넷(그 흔한 신문이나 잡지가 짐이 될 수 있다며 구독하지 않고 인터넷으로 소식을 접하고 있다.)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있지.”라며 은퇴 후 적적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바쁘게 살던 그 때도 좋았지만 지금도 좋다고 한다.
1남 3녀 중, 막내로 태어나서 한 눈 한 번 안 팔고 오로지 사제의 꿈을 키워 온 이성우 신부는 “부모님께서 아들을 얻으면 사제로 키우겠다고 하느님께 약속을 하셨지. 그렇게 청해 얻은 아들을 하느님께 맡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신 부모님의 뜻에 따랐고, 나 자신도 그것이 숙명이라 생각하고 받아들였지.”라고 한다.
사제와 수도자가 나온 구교우집안에서 태어나신 이신부는 한국에서 신학교를 다니다가 독일로 유학을 떠나 1963년 사제서품을 받고 6년 후 귀국하여 신학교 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던 청소년 사목에 치중하며 지금의 주일학교 시스템을 도입했다. 교리교사, 예비자 교리 반별 교육, 복사단 조직·모임 활성화, 여름신앙학교의 캠핑, 연수를 도입한 장본인으로 지금도 청소년에 관한 모든 것에 남다른 애착을 지니고 있는 이성우 신부는 “신학교 때부터 청소년 사목에 관심이 많았는데, 자연적으로 독일에서 공부하면서 보고, 듣고 느끼게 된 것을 한국에 돌아가면 접목시켜야지 한 계획을 가지고 있던 차에 지금은 돌아가신 서정길 대주교님과 현재 교구장이신 이문희 대주교님의 도움으로 꿈을 펼칠 수 있었지.” 라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꽃을 피운 청소년 사목이 앞으로도 더욱 더 많은 발전이 있기를 바랐다. 이밖에도 현재 각 성당에서 행해지고 있는 봉헌금을 내는 방식, 성지순례, 보이스카웃 활동도 이성우 신부가 독일에서 체험한 것들을 행한 산실이라고 한다. 또한 청소년, 청년, 주일학교와 함께 사제·수도자 성소에도 심혈을 기울인 것이 복사단의 탄생이었다. 그후 복사단에서 많은 수도자와 사제가 배출되어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사제는 하느님의 사람이며, 교회의 사람으로 교회의 일을 최우선적으로 행해야 한다는 이성우 신부는 “교회는 곧 신자이기 때문에 사제들은 신자들한테 맞게끔 최선의 방향으로 살아야 하고, 이기주의와 개인주의 그리고 물질만능주의인 현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여 신자와 교회 그리고 장래를 위해서 열심히 살고 또 살아야 한다.”고 당부한다. 또한 신자들에게는 “지금처럼 착하게 더욱 착하게 살고, 성경 안에서 하느님 말씀대로 사는 신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기도 안에서 살아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은퇴를 한 지금, 조금 더 빨리 후배들에게 자리를 내 주었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후회 아닌 후회가 된다는 이신부는 “사목하는 동안 자신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사목 분야를 못 만든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며 지난 43년 동안의 사제생활의 개인적인 아쉬움을 토로한 반면 본당 사목활동에 대해서는 “본당에 신부가 바뀔 때마다 정책적으로나 뭐나 그동안 전임신부가 해 왔던 많은 일들이 바뀌어 혼란을 초래하는 경우가 있는데 본당도 교구처럼 가풍이 있어 사목자의 뜻과 함께 본당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가풍이 필요할 때.”라며 체계적인 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도 지난 세월 통틀어 가장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라는 기자의 질문에 “신자들에게 좀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 달에 한번 고향인 안동교구의 감바우 공소에서 미사를 집전하는 이성우 신부는 모든 사목활동에 초심으로 돌아가 후배 신부들이 도움을 청하면 주면서, 정신과 육신의 건강을 위해서 열심히 기도하고 운동하며 지내겠다고 한다.
43년의 사목활동 중 20여 곳이 넘는 본당 사목지를 옮길 때마다 하느님 안에서 새로이 각오를 다지며 하느님의 뜻에 따라 살기 위해 정진하는 이성우 신부. 70년 인생 앞에서 앞으로의 남은 생을 조용히 하느님의 행하신 놀라운 일들을 되새기며 더욱 더 기도하고 주님 외에는 어떤 것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도록 하나씩 마음을 비우며 살겠다는 노사제의 작은 바람이 가슴 깊이 와 닿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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