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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구장 메시지
‘사제 성화의 날’에


이문희(바울로)|대주교, 대구대교구장

사제는 예수 그리스도를 닮아야 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사람이 되신 하느님이시고 십자가에 죽으셨으나 사흘 만에 부활하시어 성부 오른 편에서 영원한 삶을 사시는 분이십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하느님 아버지와 꼭 같이 거룩하십니다.

사제는 거룩해야 합니다. 거룩하다는 것은 하느님처럼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을 말합니다. 하느님은 이 세상의 어떤 것이 아닙니다. 이 세상을 초월하는 어떤 것을 대하면 사람은 거룩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없는 것을 대하여 무엇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있는 것, 그러나 이 세상의 것으로 있으면 세상에서 부르는 이름이 있을 것이고 그것은 신비스러운 것일 수는 있어도 거룩한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느님과 같이 이 세상을 떠나서 있는 것, 하느님처럼 이 세상을 초월하여 존재하는 것이 거룩한 것입니다.

사제가 거룩해야 한다면 사제는 이 세상에만 밀착되지 않아야 한다는 말입니다. 속되다는 것은 이 세상의 것을 말하고 이 세상밖에 모르는 것을 세속적이라고 할 것이고, 이 세상에 매여 있고 묶여 있을 때 세속적이고 거룩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마음과 생각이 있고 그것은 물리적으로 한정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사람에게는 영혼이 있고 그 영혼은 세상과 육신에 속하지 않고 영원히 살 수 있으며 불사불멸하는 영의 삶을 잘 사는 것은 하느님과 함께 영원히 사는 사람이 되는 길인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에게 전해주신 구원은 영원한 생명을 사는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과 함께 하느님과 일치를 이루어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을 닮고 하느님의 모상을 되찾아 사는 것입니다. 세상의 것이 아닌 하느님 나라의 사람으로 사는 것입니다. 하느님의 사랑은 우리에게 그것을 이루게 해주셨습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은 세속에 매여 살지 않고 영원을 아는 영적 삶을 사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살도록 하는데 힘쓰는 사람이 사제입니다. 그래서 사제는 자신이 영적인 사람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거룩한 사람으로 살며 모든 이웃들도 함께 거룩해지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거룩한 사제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것입니다. 세상에서 살면서 세상에 매이지 않고 거룩하게 되기 위해서는 사제들에게도 특별한 노력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교황님은 ‘사제 성화의 날’을 제정하시고 이 날에 사제의 성화를 위해서 힘쓰고 모든 교회가 기도하기를 당부하신 것입니다.

사제가 거룩해야 하는 것은 사제 자신들만의 소망이 아니라 교회 전체가 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자들은 모두가 한 마음으로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기도하는 마음은 하느님을 믿는 마음입니다. 기도가 이루어지는 것을 우리가 믿지 않는다면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없을 것이고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은 신자가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교회의 사람이 아닐 것입니다.


기도해주십시오. 사제들이 성화를 이루도록 하느님께서 은혜를 베푸셔야 하기 때문입니다. 사제가 거룩해지면 따라서 신자들도 더 거룩해질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신자들이 거룩해지면 모든 사람이 더 하느님을 닮을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 세상의 묶임에서 더 해방되고 더 영적인 사람이 되면 더 자유로운 인생을 살며 행복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사제 성화의 날은 우리에게 구원이 더 현실화되게 하는 날인 것입니다. 이 날을 마련토록 하신 하느님의 뜻이 이루어지도록 함께 기도할 것을 청하여 마지않습니다.

 * 6월 23일은 예수 성심 대축일이자 사제 성화의 날입니다. 기도 많이 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