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 : 안녕하세요. 이번에 견진성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성부-성자-성령에 대해 교리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성령에 대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성령께서 하시는 일은 무엇인지요? 그리고 성령은 비둘기 모양 혹은 불혀 모양으로 내려오신다고 성경에 적혀 있는데 대체 왜 그러한 모습으로 내려오시는지요? 또 성자와 성령의 모습이 형상화되어 있는데 성부의 모습은 어떻게 형상화되어 있습니까?
답변 : “성령께서 하시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대답해 드리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하는 일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학생입니다.”라고 대답한다 해서 그 사람이 나를 다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또 내가 하는 일이 학생(공부하는 일)밖에 없겠습니까? 그러니 참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다만 성경 말씀만으로 대답을 드리겠습니다.
성령 하느님은 예수님과 함께 하느님 아버지께서 원하시는 일을 하시고, 교회와 함께 하시며 교회를 이끌고 가시는 분이십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분은 내 뒤에 오실 협조자이시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첫 번째로 보내주신 우리 협조자가 예수님이시듯, 성령께서는 하느님 아버지께서 보내신 두 번째 우리 협조자로서, 예수님과 같은 일을 하시는 분이십니다. 예수님께서 직접 설명해 주시는 말씀은 요한복음 14장 16절과 26절, 15장 26절, 16장 7절~15절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꼭 읽어봐 주시고, 특히 요한복음 16장 5절~15절에 나오는 예수님의 말씀은 소제목이 “성령께서 하시는 일”이라고 적혀있는 부분입니다. 꼭 찾아 읽어봐 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성령께서 비둘기나 불혀의 모양으로 나타나셨다는 이야기가 성경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왜 그런 형상으로 나타나시는가? 그것은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예수님은 우리가 볼 수 있는 형태(사람의 형상)로 나타나셨기 때문에 사람들이 알아보고 이해하기 쉬웠습니다. 그런데 성령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성령은 보이지 않는 형상으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다만 신자들은 성령께서 사람들과 함께 하시며 그들에게 특별한 능력들을 베풀어주셨던 일들, 다시 말해 성령께서 활동하신 결과들만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방언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 참조 : 사도행전 10장 44-47절)
그래서 성경의 저자들 가운데 특히 시청각적인 효과들을 잘 사용하기로 유명한 루카 사도는 성령을 시청각적인 모습으로 형상화시켜 나타냈고, 사람들은 이를 통해 성령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루카복음서에는 성령께서 비둘기 모양으로 나타나시고(예수님의 세례장면 : 루카 3장 22절), 사도행전(역시 루카 사도가 저자)에서는 불혀모양으로 나타나십니다.(성령강림 장면 : 사도행전 2장 3절)
그 중에서 ‘불혀’라는 특이한 형상화가 돋보입니다. “불꽃 모양의 혀들이 나타나 갈라지면서 각 사람 위에 내려앉았다.”라고 루카 사도는 표현합니다. 혀는 말, 언어를 나타냅니다. 불은 열정, 정화, 힘과 권위 등을 나타냅니다. 따라서 불꽃 모양의 혀란 말은 성령 강림 이후 사도들이 보여준 힘 있는 언변의 은총들, 언어권이 다른 사람들도 누구나 다 알아듣는 기적적인 언변이요, 듣고 감동하며 뉘우치고 회개하게 만든 그런 언변, 초대교회 신자들이 보여줬고 또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방언의 능력 등을 형상화 시킨 것이라 하겠습니다. 성령께서는 우리에게 좋은 생각과 지식과 깨달음과 의견을 주시는 분이시고, 이를 통해 신자 개개인과 교회를 이끌어주시는 분이라는 신앙고백인 것입니다.
반면 성부의 모습은 성경 어디에도 형상화되어 있지 않습니다. 전혀 없습니다. 성부께서는 한 번도 형상화되어 우리에게 오신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성자를 보내셨고 성령을 보내셨지만, 직접 우리에게 나타내 보이신 적이 없습니다. 얼마나 없었으면 제자들이 예수님께 “저희에게도 아버님을 만나 뵐 수 있게 해 주십시오.”라고 청했겠습니까? 그 때 예수님의 대답은 “나를 보았으면 곧 아버지를 본 것이다.”였습니다.(요한복음 14장 8-9절)
때로 예수님은 아버지를 여러 가지 비유로 설명하기도 했고, 미술가들은 흰 수염 덥수룩한 할아버지의 모습으로 형상화하기도 했지만(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참조), 그분은 성자와 성령을 통해 우리에게 드러나시는 분이십니다.
견진을 잘 준비하셔서 정말 하느님의 신비 안에 살아가고, 하느님의 신비를 묵상하며 살아가는 신앙인이 되기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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