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로그인

만나고 싶었습니다 - 마정웅(알폰소) 씨
세 자녀 모두 하느님께 봉헌한 아버지


취재|김명숙(사비나)·본지 편집실장

6월 29일(목), 대구대교구장 이문희(바울로) 대주교의 주례로 사제서품식이 있던 날. 15명의 새 사제들 중 한 명인 마석진 새 신부는 첫 제의를 입고 가족석에 있는 아버지에게로 다가와 그 품에 꼭 안겼다. 그리고 새 사제로 부름 받은 아들을 품에 안은 아버지는 대견하고 자랑스러운 아들을 껴안으며 끝내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이제 새 사제로서의 삶을 살아가게 될 아들(마석진 프란치스코 새 신부)을 바라보는 아버지의 심경, 그 마음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10여 년 긴 세월 동안 오직 이 날을 위해 기도하며 하느님의 아들 사제가 되기만을 바래왔던 아버지 마정웅 씨. 그에게는 아직도 서품식 당일의 떨리고 감격스럽고 은혜로웠던 기억이 생생하기만 하고, 하나뿐인 아들의 사제서품은 자신의 생애에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자 축복으로 자리했다.

8월호 <만나고 싶었습니다>에서는 2006년 새 사제의 아버지로서, 또 교구의 크고 작은 일들을 하며 봉사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마정웅(알폰소, 가창성당) 씨를 만나보았다.

마침 금요일인 오늘은 마정웅 씨의 대구교도소 교리 출강이 있는 날. 요즘 들어 마정웅 씨에게 교도소 담안 형제들과의 만남은 또 다른 즐거움이자 보람으로 전해오는 시간들이다. 1년여 전쯤 아는 분의 권유로 교리봉사자의 일을 시작한 것이 그새 1년이 훌쩍 지났다.

“처음엔 1주일에 한번, 그저 교리를 가르치러 간다고만 생각했는데 그들과 함께 교리공부를 하면서 오히려 그들에게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게 되었다.”는 마정웅 씨. 대략 30여 명 정도의 담안 형제들과 함께 모여 성경을 읽고 하느님의 말씀을 배워가는 동안, 낯설고 불안하게만 보였던 그들의 눈빛은 서서히 편안한 모습으로 바뀌어 갔다. 그런 형제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마정웅 씨는 그들에게서 하느님의 깊은 사랑을 새삼 느낀다고 했다.



하나의 일이 끝났다 싶으면 쉴 틈 없이 마정웅 씨에게는 또 다른 일이 그를 기다린다. 그럴 때면 주저 없이 ‘예’라고 대답하면서 그 일에 뛰어 들고마니 그는 영락없는 하느님의 일꾼이다. 중 2때 세례를 받은 후 지금껏 교회 울타리를 떠나본 적 없이 꾸준히 활동을 해오고 있는 마정웅 씨. 그러한 그의 열성은 젊은 시절 그의 모습에서도 익히 드러나고 있다.

1970년대 대구 문화방송(MBC) 보도기자로 입사한 그는 방송국 내 신자들을 일일이 찾아 ‘신우회’를 만들기에 이르렀고, 덕분에 그 모임은 지금껏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더 나아가 그는 한국 가톨릭 저널리스트 클럽의 재창립과 UNDA(방송인회) 대구지회의 창립에도 큰 몫을 했다. 그는 교회가 ‘매스컴’을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까웠고, 그래서 그 후 대구 평화방송을 그렇게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대구 평화방송, 교구 평협, 교구 성소후원회 등의 일을 거쳐 대구순교자 20위 시복시성위원회 홍보분과위원장과 MBW(Movement for a Better World, 그리스도 공동체수련회) 봉사자로 활동하고 있는 마정웅 씨는 자신의 영성을 풍부하게 하기 위해 왜관 성 베네딕토 수도회의 ‘봉헌회(1기)’에도 가입하여 활동하고 있다. 아울러 교구의 일뿐만 아니라 본당에서도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그가 이렇게 열심히 교회 활동을 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사연이 있다. 어려서부터 사제가 되고 싶었던 마정웅 씨. 왜관 성 베네딕토 수도회에 입회하여 신학대학 공부를 하던 중, 건강상의 이유로 끝까지 다 마치지 못하였다. 그 안타까움은 그의 마음 한 곳에 오래 남아 있었고, 그런 아버지의 뜻을 이만큼 세월이 흐른 지금 자녀들이 이루었으니, 마정웅 씨에게 그 감회는 무어라 표현하기 힘들 만큼 가슴 벅차다.



슬하에 1남 2녀의 자녀 모두를 하느님께 봉헌하고 아내와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마정웅 씨. 맏딸은 10여 년 전에 이미 ‘예수의 작은 자매들의 우애회’에 입회하여 수도성소의 길을 걷고 있고, 둘째 딸은 결손가정 아이들의 삶터인 ‘베들레헴 공동체’에서 7년이 넘도록 그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막내인 아들은 어엿한 새 사제가 되어 있다.

“자식 셋을 모두 떠나보내고 적적하게 지내던 아내(최경희 엘리사벳)도 처음에는 몹시 힘들어했는데, 시간이 흐르는 동안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모든 것을 하느님의 뜻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며 그간 힘들었을 아내의 심경을 대신 털어 놓았다. 비단 아내뿐만 아니라 자신 역시도 내색은 안 했지만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풀어내는 모습에서 참으로 인간적인 부모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 어느 때보다 기도의 힘이 더욱 절실한 때라고 말하는 마정웅 씨. 아들의 사제서품으로 기도의 기회가 더 많이 주어졌다는 그는 잠들 때나 깨어 있을 때나 기도하는 마음이 끊이질 않는다. 아들의 사제서품 소감에 대해 그는 “물론 많이 기쁩니다. 그리고 이제야 비로소 부모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알게 되었다.”며 “자식들을 뒷바라지 하는 일은 차라리 내가 수도생활을 하는 게 수월하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힘들고 어려운 것.”이라는 말로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었다.

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이 모든 상황들이 다 하느님의 축복이고 은혜라며 “부모의 욕심이 아닌 자식들의 원의대로 -하느님의 뜻대로- 해주는 것이 부모로서 해야 할 가장 큰 역할인 것 같다.”고 말하는 마정웅 씨. 그가 거양성체를 할 때 바치는 기도는 마치 그의 삶을 말해주는 것만 같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저는 당신의 것이오며 제 모든 것이 당신의 것이나이다.”

세상 모든 아버지들이 다 그러하겠지만, 자녀 셋을 하느님께 봉헌한 아버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그에게는 어쩌면 여느 아버지들보다 더 많은 기도의 몫이 주어졌다고 해도 틀리지 않다. 수도자인 맏딸을 위해, 평신도로서 수도자 못지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는 작은 딸을 위해 그리고 막내아들 새 사제를 위해 아버지는 자나 깨나 힘닿는 데까지 기도해야 할 테니 말이다.